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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31025088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5-06-16
책 소개
목차
장미 La Rose
백합 Lys
치자나무의 독백 Monologue du gardénia
난초 Orchidée
등나무의 행실 Moeurs de la Glycine
튤립 Tulipe
‘파우스트’ 《Faust》
악취 Fétidité
금잔화 Souci
라케와 포토스 Le Lackee et le Pothos
은방울꽃 Muguet
붉은 동백 Camélia rouge
온실 재배 히아신스 Jacinthe cultivée
아네모네 Anémone
자투리 Broutilles
관리실 입방아 속 아도니드 L’Adonide chez la concierge
자네트 Jeannettes
약초 Médicinales
쇠발 아룸 L’Arum pied-de-veau
양귀비 Pavot
헬레보어 Ellébore
작품 해설_일흔다섯 청춘이 선사하는 꽃다발
그림 해설_라울 뒤피의 정원에서 피어난 콜레트의 문장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연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낮이 이어지는 내내 나는 숨을 참았다, 황혼 녘에 내 주위로 고이는 숨결, 첫 비상에 나선 밤나방들을 비틀거리게 만드는 숨결을. 나는 잤다, 느슨하게 묶인 내 야들야들한 꽃잎들을 살짝, 밋밋하게 규칙적인 동백과 혼동되지 않을 만큼만 살짝 흐트러트린 채로. 한낮에 나는 잔다, 비밀스러운 냄새로 가득한 하얀 것이 자는 잠을. 인간을 동요시켜야 한다는 과업을 짊어진 우리 하얀 꽃들에게 한낮은 엉큼한 시간, 우리는 지루할 새가 없다.
나는 뾰족한, 아주 뾰족한 작은 나막신 한 짝을 본다. 비취 같은 초록색 재질로 만들어졌고, 앞코에는 커다란 두 눈과 부리가 있는 야행성 새의 형상이 밤색으로 작디작게 그려져 있다. 나막신 안쪽에는 누군가가(대체 누가?) 밑창을 따라 지그시 수그러진 은색 풀 한 포기를 심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