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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3963456
· 쪽수 : 156쪽
· 출판일 : 2024-09-25
책 소개
목차
# 프롤로그|02
# 작별|10
# 겨울|17
# 환절기|19
# 바다로 가요|20
# 표정|21
# 고질병|22
# 전류|23
# 길에서|25
# 도망치고 싶을 땐|27
# 감기|28
# 짙은 |30
# 노을|32
# 향수|34
# 이야기|36
# 봄비|39
# 난춘|41
# 가을|45
# 어떤 새벽|47
# 사랑의 형태|52
# 낡은 외로움|56
# 청춘|59
# 결말|62
# 시간|63
# 결로현상|64
# 안부|66
# 위로|67
# 행복해주세요|68
# 잘 가|69
# 모래성|71
# 푸념|72
# 하물며 당신이었습니다|74
# 그리움|75
# 비|76
# 우리 내일도 힘내자|81
# 다이빙|83
# 말장난|85
# 내겐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밖에 없습니다|86
# 계절|87
# 문장의 힘|88
# 반추|89
# 핫팩|90
# 조금만 더 잘래요|92
# 자라남의 방식|94
# 성장통|96
# 사랑의 속성|100
# 나의 문학|102
# 유통기한|104
# 언어유희|105
# 수미상관|107
# 일기장|109
# 묵음|110
#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112
# 속절없이|115
# 사는 일|117
# 춘래불사춘|120
# 구원|123
# 정리|127
# 행간|128
# 아이러니|130
# 사랑 이후|131
# 백색왜성|133
# 사이렌|136
# 속설|141
# 그리고 다시 뒷모습|143
# 편지|146
# 사랑과 타박상|149
# 마라톤|151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러고 보니 당신은 유난히 겨울을 닮았습니다. 가끔은 낯설 만큼 차가운 공기에 코끝이 시려와 목도리를 얼굴에 두르고 겉옷을 두껍게 입어야 할 때가 있지만, 눈 덮인 거리의 풍경이라던가 눈 내리는 날 불 켜진 가로등 아래의 시선처럼, 그저 겨울의 장면 같은 당신에게 한없이 젖어버리는 날이 많았습니다.
십이월 어느 날의 신도림역. 베이지색 코트를 입은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울먹이던 그날을 기억합니다. 옷을 여미며 견뎌왔지만 더 이상 그 추위를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던 그날. 일기예보를 보지 않은 채 거센 한파를 고스란히 맞이했던 날.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아도 이렇게 작별을 맞이할 수 있구나 실감했던 하루. 여전히 나를 하얗게 물들 만큼 예쁜 겨울 속에 당신이었지만, 나는 그 차가움을 견뎌내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이제와 그 겨울 속에 남은 것은 당신의 베이지색 코트와 자주색 목도리뿐입니다.
한동안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그 눈들이 다 녹을 때쯤, 아마 많은 것들이 괜찮아지고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당신은 유난히 겨울을 닮은 사람이었습니다.
- 겨울 -
그것은 동경이었을까요, 아니면 주제넘은 연민이었을까요. 가끔은 지나치는 낯선 이의 색깔이 없는 무감각한 표정을 보며, 그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행복해 보이진 않는 그 사람의 표정을 바라보면서, 내가 겪어본 적 있는 모든 마음을 그도 경험한 적 있을까, 대부분을 겪어보았으니 저렇게 생기 하나 없는 표정으로 또각또각 걸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한 채 그를 스쳐 지나갑니다. 나는 지금 이만큼 힘든데, 당신도 내가 겪고 있는 이만큼의 힘듦을 알고 있을까 궁금해하면서요.
그러면서 나를 스치는 당신이 조금 좋아졌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세상이 무너지지만 사실 누구나 겪는 흔한 아픔이라는 것을 알기에, 한 번쯤 앓아 본 적 있어 보이는 당신을 동경하게 됐고, 그 아픔의 끝은 단단하고 삭막해진 마음의 완성이라는 것 또한 알기에 조금은 당신이 측은해집니다.
당신은 여전히 무감각한 표정으로 나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는 영영 알 수 없겠지만, 당신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고선 조금은 안도했습니다. 부디 행복하세요. 나도 꼭 행복해질 테니.
- 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