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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4741343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5-08-06
책 소개
목차
1. 서울
신정 네거리 _10
무지개 유치원 _13
마포초등학교 _16
91년 _19
젊음의 거리 _23
스타벅스 _26
슈뢰딩거의 고양이 보은 _30
맛조개의 관음 _33
타임스퀘어 _36
동교동 삼거리 _40
죽은 사람의 손가락 _43
택배 상자가 왔다 _46
2. 울다
이면의 아이 _50
지는 사람 _52
이른 봄 _54
무리해 _56
무화과 _59
부정의 사랑 _60
미련한 여름 _63
여름과 겨울 사이 _65
오애(汚埃) _68
척추가 삐뚤어진 건 우연이 아닐지도 _69
개와 늑대의 시간 _72
천사가 무색하게 _76
마침표 _79
3. 의미
노을 _84
윤회의 집 _86
유년의 사막 _88
가을의 궤적 _91
귀가 _94
작은 방 _96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것 _98
삶의 관 _100
꽃등으로 피어라 _102
사자의 소풍 _104
오른쪽으로 도시오 _107
달맞이꽃 _110
4. 밤
이름 없는 집 _114
세계수 _115
붉은 편지 _117
쓴 시 _119
진아의 숲 _121
시답잖은 시 _125
밤의 단상 _128
비밀 편지 _130
잠의 등대 _131
신체 찾기 _134
밤하늘에 별이 사라지는 이유 _136
5. 서울의 밤
시인병 _140
서울의 밤 _142
스푼 라디오 _146
암묵적인 기억 _149
탱고 오낫다(Tango orNotDie) _151
위성은 출 수 없는 탱고 _153
아브라소(Abrazo) _156
오초(Ocho) _159
우로보로스의 뱀 _162
오뜨라 밀롱가(Otra Milonga) _165
꾸니따(Cunita) _169
송화 _173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녀가 일을 마칠 새벽이 되면
경건하게 놀이터에 앉아
그녀가 오길 기다렸다
다소곳하게 다리를 모으고
하루가 지난 잠을 접어
그녀를 맞이했다
이건 그녀와 나
둘만의 의식이었으니까
그녀가 지친 몸을 이끌고 내게 오면,
기꺼이 두 팔과 어깨를 내어
그녀의 머리를 맞았다
품에는 그녀의 향기가
영역을 표시했고
그것으로 난 마음을 증명했다
네 팔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거야
팔베개를 해줘, 나만을 위해
공양을 올리는 스님처럼 눈을 감고
단지 내어줄 뿐
받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저 그녀의 행복을 빌었다
비어 있는 목을 찬 바람이 감싸도,
그녀가 들을 수 없는 말들을
염불처럼 외웠다
그녀가 들을 수 없을 마음을
연남동과 창천동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도 못한 채,
그녀를 따라가지도
보내지도 못한 채,
그저,
그녀를 위해 기도했다
- 동교동 삼거리 -
가지가 날 때 꽃눈이 자랐다
눈을 떼지 못해 눈빛을 남겼다
보지 못한 날에는 눈물을 흘렸고
나무가 자랄 만큼 충분한 물이었다
나이테를 볼 수 없었지만,
꽃이 필 거라 믿으며 기다렸다
끝내 피지 않을 꽃을 사랑이라 믿으며
피우지 못할 꽃
믿음은 피지 못해 익어야 했다
익다 못해 물러진 열매가
땅에 떨어졌고
벌레들이 모여
허기진 배를 채워갔다
- 무화과 -
존재의 증명은 부재를 통해 이뤄진다
있을 때 잘하란 말을 어렵게 하시네요
언제부터 이런 증상이 있었나요
시시합니다, 시답잖은 말씀을 하시네요
당신은 시를 아십니까
화려한 미사여구가 시를 만드는 겁니까
식상한 은유가 그럴듯한 말을 만드는 겁니까
독자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해야 하는 겁니까
진리를 표방한 헛소리가 시구가 될 수 있는 겁니까
무너진 상아탑을 언제까지 다시 쌓을 생각입니까
시인이란 말은 도대체 누가 붙이는 겁니까
시를 사랑합니다
열등감을 바탕으로 한 과대망상
예술을 가장한 병적 집착
시답습니다, 시인입니다
당신의 시가 시가 될 수 없는 이유는
당신이 시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장황한 말을 늘어놓으시는군요
진단하겠습니다
시인병입니다
시를 쓰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 시인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