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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태평양을 건너는 거북이 등에 낙엽이 떨어질 확률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4880448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6-03-25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4880448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6-03-25
책 소개
‘출생 확률 0.0000000000000000000633’, 우리는 모두 제로와도 같은 숫자에서 시작되었다. 이 책은 태평양을 건너는 거북이 등에 낙엽이 떨어질 확률과도 같은 확률 0%에 가까운 인생이 또 다른 확률 0%에 가까운 인생들에게 건네는 인생 탐구서다.
1. 태평양을 건너는 거북이 등에 낙엽이 떨어질 확률 : 기적과 같은 ‘나’라는 존재에 대하여
이 책의 제목은 하나의 통계적 비유이자, 저자의 고백과 같다. 태평양을 건너는 거북이 등에 낙엽이 떨어질 확률처럼, 지금 여기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 가능성 자체가 제로에 가깝다는 자각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저자는 자신의 출생 확률을 계산해본다. 부모님의 만남부터 수정과 착상, 세상에 나올 확률까지, 이 모두를 곱한 숫자는 “0.0000000000000000000633”. 소수점 뒤에 0이 19개나 붙는, 사실상 0에 수렴한다. 저자는 여기에 어머니로부터 직접 듣게 된 “낙태약을 먹고도 떨어지지 않았던 아이”가 자신이었다는 충격적인 고백까지 더하며, 이 숫자를 냉정한 계산이 아닌 경외의 언어로 바꾸어 놓는다.
“결론적으로 ‘박정훈’이라는 지구상에 둘도 없는 특정 생명체가 출생할 확률은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태평양을 지나는 거북이 등에 낙엽이 떨어질 확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렇게 내가 깨달은 생명 탄생의 놀라운 비밀은,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새삼 각성하게 만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 다소 비상식적인 언행을 하는 사람을 만나도 ‘그 어려운 확률을 뚫고 태어난 소중한 사람인데’라고 생각하면서 덜 미워지는 부수 효과도 생긴다.”(p.55)
“어쩌면 확률은 우리가 여기까지 살아왔다는 사실을 가장 겸손하게 설명해 주는 언어인지도 모른다.”(p.14) 저자는 이 낯선 숫자를 통해 묻는다. 이토록 희박한 확률을 뚫고 태어난 당신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 귀한 생명이 찍어가는 하루하루, 한 순간 한 순간의 점들이 어떤 무게를 갖는지에 대해. “‘그때 만약 어머니의 낙태약이 통했다면, 나는 이 세상에 당연히 없는 존재다. 내가 없다는 건 나에게는 이 세상이, 이 우주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p.53)
2. ‘점(dot)과 ‘카오스: 인생은 방정식이 아니라, 지나서야 패턴이 보이는 이야기
저자는 스티브 잡스의 “연결되는 점(Connecting the dots)” 이야기를 빌려와 삶의 비선형성에 대해 말한다. 대학 시절, 아무 준비 없이 친구를 따라갔다가 바늘구멍과도 같던 언론고시를 통과해버린 MBC 입사부터 그 기회를 열어준 친구 K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리고 방송사 선배의 “자신이 기획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놈이 진짜 PD”라는 한마디에 모두가 선망하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신생 방송사로의 이직까지. 당시에는 무계획적이고 즉흥적으로 보였던 이 삶의 파편들이 시간이 흘러 다시 조망해보니, 하나의 정교한 3차원 곡선을 이루고 있었다.
“2005년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장에서 ‘인생은 점(dot)에서 점으로 이어진다’라고 역설하는 장면이 있다. 과거 내가 찍은 점, 즉 결정이나 경험들이 미래로 연결된다는 의미이다. … 미세한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이 개념은 과학적 증명을 위한 도구는 아니다. 내가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는 데 유난히 잘 들어맞았을 뿐이다.”(p.35)
“그 당시에는 내가 찍은 과거의 점들이 미래의 어느 점들로 연결될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과거의 점들이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게 되었다. 한 사람의 과거를 돌아본다는 것은 인생의 전개 과정 전체를 한눈에 부감(俯瞰)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하는 것처럼 신기하다. 점을 연결하면 직선이 되지만, 인생은 직선이 아닌 비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노력하고 행동한 그대로 진행이 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외부 변수들이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내 주변의 환경과 사람들, 근무지, 윗사람의 성향, 타이밍, 운 등이 개입해 나의 기대와는 다른 결과들을 만들어 낸다.”(p.36)
이 책은 “만약 그때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이라는 질문을, “그 점이 미래의 어떤 점과 연결될 것인가?”라는 기대 섞인 탐색으로 바꿔 놓는다. ‘중첩’된 가능성들 속에서 어떤 점을 찍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인생 곡선이 그려진다는 사실을, 저자는 자신이 지나온 40년의 방송 인생으로 증명해 보인다.
3. ‘결단’과 ‘책임’의 기록: 리더와 리더십 이야기
에세이의 백미는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라, 치열했던 결단의 순간들을 기록한 ‘리더십의 이면’에도 있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임원이 될 확률 0.8%를 뚫은 자신의 삶을 ‘운’과 주변의 도움 때문이라고 하면서도, 그 운을 증명하고자 했던 고군분투를 공개한다.
역사 왜곡 논란으로 국민적 비난을 샀던 드라마 <조선구마사> 폐지 사건의 막전막후는 리더의 고심과 결단을 보여준다. 수십억의 손실과 안팎의 반발 속에서 그가 결국 붙든 것은 ‘본질’이었다.
“화요일 밤 2회 방송이 나가고 난 뒤, 다음 날에는 시청자들의 비난 수위가 더 거세졌다. …온갖 상상을 하며 객관화하려고 머리를 쥐어뜯다가 나의 머리를 짓누르던 손실이라는 짐을 덜어내고 생각하자, 순간 머리가 가벼워지면서 저녁 무렵엔 의외로 쉽게 방향이 정해졌다. ‘그래, 시청자를 위해 방송한다는 사람이 시청자들과 싸워서 이기려고 하는 건 방송인의 자세가 아니지. 돈은 또 벌면 되잖아.’ 복잡한 생각을 할 것도 없이 이것이 본질이었다.”(PP.102~103)
다음 날, 그는 회의실의 침묵을 깨고 이렇게 선언한다.
“시청자가 원치 않는 방송은 폐지하겠습니다. 지금부터 방송 여부에 관한 논의를 중단합니다. 이 시간 이후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나는 시청자 비난을 예상하지 못한 모든 관련자들에게 아무 책임도 묻지 않았다. 대신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아 같은 실수를 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 어느 순간 결정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그때 마음속에서 합에 이른 생각을 마지막으로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더해 최종 ‘결단’한다.”(p.104/105)
저자는 아내에게 미리 허락받은 ‘사표 면허’가 있었기에 소신을 지킬 수 있었다며, 리더의 자리는 언제든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고 완성될 수 있다고 말한다. ‘권한은 누리되 책임은 지지 않는’ 리더들과는 정반대의 리더십의 초상이 드러난다.
“007의 의미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순간 살인을 할 수 있는 면허가 있다는 뜻이라는 걸 잘 알지 않느냐. 당신이 나에게 사장이 된 기념으로 내가 원하는 순간 언제든지 사표를 낼 수 있게 ‘사표 면허’를 줬으면 좋겠다. 나중에 말해 주겠지만, 사전에 상의는 안 하겠다. 사표 면허 없으면 사장 역할을 제대로 못 할 것 같다….”(pp.146~147) “아내가 준 사표 면허 덕분에 회장님께도 언제나 스스럼없이 직언을 할 수 있었고, 학연, 지연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실력과 인성만 보고 소신껏 인사를 했다.”(p.147)
그리고 리더의 모든 의사결정에는 ‘숨은 가격표’가 붙어 있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영어 문구 중에 ‘Hidden Price(숨겨진 가격)’라는 말이 있다. … 우리 인생에서 하는 모든 의사결정 행위에는 이 숨겨진 가격표가 붙어 있다. 그러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길이 보인다.”(p.134)
이처럼 저자는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한 리더가 아니라, 언제든 내려놓을 각오로 ‘목을 거는 리더’가 될 때 비로소 조직과 사회가 바뀌고 건강할 수 있음을 경험으로 보여준다.
4. 실패 확률을 줄이는 ‘제4의 시각’: 전문성의 함정을 돌파하는 법
저자는 갑자기 경험이 없던 예능국장으로 발령 받았을 때 전문가 집단이 대중과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 목격한다. “첫 신규 프로그램의 시사회 날, 나는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내가 보기엔 별로 재미도 없는데, 예능 PD들은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대체 저들은 무엇을 보고 웃는 걸까? 내 눈에만 보이지 않는 재미 요소가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그때 생산자인 전문가 집단의 정서와 소비자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를 깨닫게 되었다.”(p.95)
이 경험은 한 문장으로 응축된다. “전문성과 대중성은 반비례한다.”(p.95)
저자는 이 냉혹한 발견을, 실패 확률을 줄이는 자신의 사고법으로 확장한다.“이를 위해서 나는 중요한 사안일수록 가급적 네 가지 단계로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스스로의 시야를 ‘제4의 시각’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 나의 방식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합’까지 도출한 이후 ‘제4의 시각’을 곁들여 수정·보완한 뒤 결론을 내린다. 이 제4의 시각이란 다름 아닌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다. 직언과 조언을 종합해, 정반합을 통해 얻은 1차 결론에 지혜를 보태는 것이다.”(pp.98~99)
‘정반합 + 제4의 시각’은 자아 비대증에 빠지기 쉬운 전문가와 리더에게 필요한 ‘자기 객관화’의 도구다. 이 책은 카메라 뒤에서 수십 년 동안 쌓은 저자의 실패·성찰의 기록을 통해, 확신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법을 구체적인 사례들로 보여준다.
5.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바꾸는 콘텐츠 기획 이야기 : 사적인 필요에서 공적인 가능성과 기적으로
저자의 PD 시절 대표작인 <생명의 기적>, <잘 먹고 잘사는 법>, <환경의 역습> 등은 모두 화려한 대의가 아니라, 지극히 사적인 필요와 경험에서 시작된 기획이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딸아이의 아토피를 보며 느낀 죄책감으로 만든 <생명의 기적>은 대한민국의 출산과 분만실 문화를 바꿨고, 새집으로 이사 간 뒤 겪은 가족의 병치레에서 시작된 <환경의 역습>은 ‘새집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자연 친화적인 라이프스타일이 일상화된 시드니에서 살게 되면서, 내가 아이에게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귀국 후, 나의 실수를 시청자들이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생명의 기적>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시작했다.”(p.48)
<환경의 역습> 역시 가족의 불편에서 출발했다.“수천만 원을 들여 내부 수리를 하고, 기분 좋게 새집 냄새를 맡으며 살고 있는데, 아이한테 다시 아토피가 생기고, 아내도 피부 트러블이 생기고, 나는 기관지염에 자주 걸리게 된 것이다. …이 궁금증이 나로 하여금 중금속과 실내 공기에 관한 공부를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 프로그램 역시 운 좋게도 … ‘새집 증후군’이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높은 시청률과 함께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p.69)
이 과정에서 저자는 ‘혼자 잘하는’ 영웅 신화를 거부한다.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의 역량을 120% 끌어내는 비결 또한 ‘군림’이 아닌 ‘진심 어린 교감’에 있음을 강조한다. “혼자서 잘할 수 있는 일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도움이 반드시 있어야만 일이 된다. …그들이 80, 90퍼센트의 역량을 발휘하는 데 머무르게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그들이 보유한 재능의 120퍼센트를 드러내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들에게 진심으로 잘해야 한다.”(p.74)
6. “그다음 행동이 너의 인생을 만들어 줄 거야”: 60세, 그리고 나의 에피파니
환갑날 혼자 산책하며 인생의 파편들을 꿰매던 저자에게 찾아온 에피파니(Epiphany, 깨달음)는 명료하다. “‘세상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고, 그 이후에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인생을 결정한다.’ 이 한 문장이 환갑날 깨달은 나의 ‘에피파니’다.”(p.202)
자신의 삶을 예로 든다. “내 인생에도 좋은 일도 많았고, 나쁜 일도 많았다. …좋은 일과 나쁜 일들을 하나하나 다시 떠올려 보니, 결국 그 일이 있고 난 뒤 내가 어떻게 행동했는가에 따라 좋은 일이 다시 나쁜 일이 되기도 하고, 나쁜 일이었던 것이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되어 결국 나에게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p.203)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다시 한 번, 젊은 날의 자신에게 말을 건다. “만약 다시 20대의 나에게 말을 건넬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리고 딱 한 마디만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네가 무슨 일을 겪더라도 그다음 행동이 너의 인생을 만들어 줄 거야.’”(p.223)
무기정학을 당했던 고교 시절의 일도, 친구의 죽음도, 고심과 고난의 시간도 그 자체로는 중립적이다. 그 사건 ‘이후’의 선택이 모여 확률 0%를 현실의 기적으로 창조한다. 이 책은 인생의 반환점을 도는 이들에게는 지나온 점들을 긍정하게 하는 위로를, 이제 막 점을 찍기 시작한 청년들에게는 불확실성을 돌파할 용기와 방법을 건넨다.
“과거엔 우리 모두 가늠하기조차 불가능한 확률로 태어난 소중한 존재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렇게 어렵게 태어난 ‘나’와 ‘당신’이 만날 확률은 그보다 더 희박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확률을 뚫고 만나서 서로를 미워하거나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사람들과 인연을 맺은 것이 내 인생의 전부였다는 생각이 든다.”(p.222)
우리는 오늘, 어떤 점(dot)을 찍을 것인가.
이 책의 제목은 하나의 통계적 비유이자, 저자의 고백과 같다. 태평양을 건너는 거북이 등에 낙엽이 떨어질 확률처럼, 지금 여기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 가능성 자체가 제로에 가깝다는 자각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저자는 자신의 출생 확률을 계산해본다. 부모님의 만남부터 수정과 착상, 세상에 나올 확률까지, 이 모두를 곱한 숫자는 “0.0000000000000000000633”. 소수점 뒤에 0이 19개나 붙는, 사실상 0에 수렴한다. 저자는 여기에 어머니로부터 직접 듣게 된 “낙태약을 먹고도 떨어지지 않았던 아이”가 자신이었다는 충격적인 고백까지 더하며, 이 숫자를 냉정한 계산이 아닌 경외의 언어로 바꾸어 놓는다.
“결론적으로 ‘박정훈’이라는 지구상에 둘도 없는 특정 생명체가 출생할 확률은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태평양을 지나는 거북이 등에 낙엽이 떨어질 확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렇게 내가 깨달은 생명 탄생의 놀라운 비밀은,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새삼 각성하게 만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 다소 비상식적인 언행을 하는 사람을 만나도 ‘그 어려운 확률을 뚫고 태어난 소중한 사람인데’라고 생각하면서 덜 미워지는 부수 효과도 생긴다.”(p.55)
“어쩌면 확률은 우리가 여기까지 살아왔다는 사실을 가장 겸손하게 설명해 주는 언어인지도 모른다.”(p.14) 저자는 이 낯선 숫자를 통해 묻는다. 이토록 희박한 확률을 뚫고 태어난 당신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 귀한 생명이 찍어가는 하루하루, 한 순간 한 순간의 점들이 어떤 무게를 갖는지에 대해. “‘그때 만약 어머니의 낙태약이 통했다면, 나는 이 세상에 당연히 없는 존재다. 내가 없다는 건 나에게는 이 세상이, 이 우주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p.53)
2. ‘점(dot)과 ‘카오스: 인생은 방정식이 아니라, 지나서야 패턴이 보이는 이야기
저자는 스티브 잡스의 “연결되는 점(Connecting the dots)” 이야기를 빌려와 삶의 비선형성에 대해 말한다. 대학 시절, 아무 준비 없이 친구를 따라갔다가 바늘구멍과도 같던 언론고시를 통과해버린 MBC 입사부터 그 기회를 열어준 친구 K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리고 방송사 선배의 “자신이 기획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놈이 진짜 PD”라는 한마디에 모두가 선망하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신생 방송사로의 이직까지. 당시에는 무계획적이고 즉흥적으로 보였던 이 삶의 파편들이 시간이 흘러 다시 조망해보니, 하나의 정교한 3차원 곡선을 이루고 있었다.
“2005년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장에서 ‘인생은 점(dot)에서 점으로 이어진다’라고 역설하는 장면이 있다. 과거 내가 찍은 점, 즉 결정이나 경험들이 미래로 연결된다는 의미이다. … 미세한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이 개념은 과학적 증명을 위한 도구는 아니다. 내가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는 데 유난히 잘 들어맞았을 뿐이다.”(p.35)
“그 당시에는 내가 찍은 과거의 점들이 미래의 어느 점들로 연결될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과거의 점들이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게 되었다. 한 사람의 과거를 돌아본다는 것은 인생의 전개 과정 전체를 한눈에 부감(俯瞰)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하는 것처럼 신기하다. 점을 연결하면 직선이 되지만, 인생은 직선이 아닌 비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노력하고 행동한 그대로 진행이 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외부 변수들이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내 주변의 환경과 사람들, 근무지, 윗사람의 성향, 타이밍, 운 등이 개입해 나의 기대와는 다른 결과들을 만들어 낸다.”(p.36)
이 책은 “만약 그때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이라는 질문을, “그 점이 미래의 어떤 점과 연결될 것인가?”라는 기대 섞인 탐색으로 바꿔 놓는다. ‘중첩’된 가능성들 속에서 어떤 점을 찍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인생 곡선이 그려진다는 사실을, 저자는 자신이 지나온 40년의 방송 인생으로 증명해 보인다.
3. ‘결단’과 ‘책임’의 기록: 리더와 리더십 이야기
에세이의 백미는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라, 치열했던 결단의 순간들을 기록한 ‘리더십의 이면’에도 있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임원이 될 확률 0.8%를 뚫은 자신의 삶을 ‘운’과 주변의 도움 때문이라고 하면서도, 그 운을 증명하고자 했던 고군분투를 공개한다.
역사 왜곡 논란으로 국민적 비난을 샀던 드라마 <조선구마사> 폐지 사건의 막전막후는 리더의 고심과 결단을 보여준다. 수십억의 손실과 안팎의 반발 속에서 그가 결국 붙든 것은 ‘본질’이었다.
“화요일 밤 2회 방송이 나가고 난 뒤, 다음 날에는 시청자들의 비난 수위가 더 거세졌다. …온갖 상상을 하며 객관화하려고 머리를 쥐어뜯다가 나의 머리를 짓누르던 손실이라는 짐을 덜어내고 생각하자, 순간 머리가 가벼워지면서 저녁 무렵엔 의외로 쉽게 방향이 정해졌다. ‘그래, 시청자를 위해 방송한다는 사람이 시청자들과 싸워서 이기려고 하는 건 방송인의 자세가 아니지. 돈은 또 벌면 되잖아.’ 복잡한 생각을 할 것도 없이 이것이 본질이었다.”(PP.102~103)
다음 날, 그는 회의실의 침묵을 깨고 이렇게 선언한다.
“시청자가 원치 않는 방송은 폐지하겠습니다. 지금부터 방송 여부에 관한 논의를 중단합니다. 이 시간 이후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나는 시청자 비난을 예상하지 못한 모든 관련자들에게 아무 책임도 묻지 않았다. 대신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아 같은 실수를 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 어느 순간 결정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그때 마음속에서 합에 이른 생각을 마지막으로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더해 최종 ‘결단’한다.”(p.104/105)
저자는 아내에게 미리 허락받은 ‘사표 면허’가 있었기에 소신을 지킬 수 있었다며, 리더의 자리는 언제든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고 완성될 수 있다고 말한다. ‘권한은 누리되 책임은 지지 않는’ 리더들과는 정반대의 리더십의 초상이 드러난다.
“007의 의미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순간 살인을 할 수 있는 면허가 있다는 뜻이라는 걸 잘 알지 않느냐. 당신이 나에게 사장이 된 기념으로 내가 원하는 순간 언제든지 사표를 낼 수 있게 ‘사표 면허’를 줬으면 좋겠다. 나중에 말해 주겠지만, 사전에 상의는 안 하겠다. 사표 면허 없으면 사장 역할을 제대로 못 할 것 같다….”(pp.146~147) “아내가 준 사표 면허 덕분에 회장님께도 언제나 스스럼없이 직언을 할 수 있었고, 학연, 지연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실력과 인성만 보고 소신껏 인사를 했다.”(p.147)
그리고 리더의 모든 의사결정에는 ‘숨은 가격표’가 붙어 있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영어 문구 중에 ‘Hidden Price(숨겨진 가격)’라는 말이 있다. … 우리 인생에서 하는 모든 의사결정 행위에는 이 숨겨진 가격표가 붙어 있다. 그러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길이 보인다.”(p.134)
이처럼 저자는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한 리더가 아니라, 언제든 내려놓을 각오로 ‘목을 거는 리더’가 될 때 비로소 조직과 사회가 바뀌고 건강할 수 있음을 경험으로 보여준다.
4. 실패 확률을 줄이는 ‘제4의 시각’: 전문성의 함정을 돌파하는 법
저자는 갑자기 경험이 없던 예능국장으로 발령 받았을 때 전문가 집단이 대중과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 목격한다. “첫 신규 프로그램의 시사회 날, 나는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내가 보기엔 별로 재미도 없는데, 예능 PD들은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대체 저들은 무엇을 보고 웃는 걸까? 내 눈에만 보이지 않는 재미 요소가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그때 생산자인 전문가 집단의 정서와 소비자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를 깨닫게 되었다.”(p.95)
이 경험은 한 문장으로 응축된다. “전문성과 대중성은 반비례한다.”(p.95)
저자는 이 냉혹한 발견을, 실패 확률을 줄이는 자신의 사고법으로 확장한다.“이를 위해서 나는 중요한 사안일수록 가급적 네 가지 단계로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스스로의 시야를 ‘제4의 시각’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 나의 방식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합’까지 도출한 이후 ‘제4의 시각’을 곁들여 수정·보완한 뒤 결론을 내린다. 이 제4의 시각이란 다름 아닌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다. 직언과 조언을 종합해, 정반합을 통해 얻은 1차 결론에 지혜를 보태는 것이다.”(pp.98~99)
‘정반합 + 제4의 시각’은 자아 비대증에 빠지기 쉬운 전문가와 리더에게 필요한 ‘자기 객관화’의 도구다. 이 책은 카메라 뒤에서 수십 년 동안 쌓은 저자의 실패·성찰의 기록을 통해, 확신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법을 구체적인 사례들로 보여준다.
5.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바꾸는 콘텐츠 기획 이야기 : 사적인 필요에서 공적인 가능성과 기적으로
저자의 PD 시절 대표작인 <생명의 기적>, <잘 먹고 잘사는 법>, <환경의 역습> 등은 모두 화려한 대의가 아니라, 지극히 사적인 필요와 경험에서 시작된 기획이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딸아이의 아토피를 보며 느낀 죄책감으로 만든 <생명의 기적>은 대한민국의 출산과 분만실 문화를 바꿨고, 새집으로 이사 간 뒤 겪은 가족의 병치레에서 시작된 <환경의 역습>은 ‘새집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자연 친화적인 라이프스타일이 일상화된 시드니에서 살게 되면서, 내가 아이에게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귀국 후, 나의 실수를 시청자들이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생명의 기적>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시작했다.”(p.48)
<환경의 역습> 역시 가족의 불편에서 출발했다.“수천만 원을 들여 내부 수리를 하고, 기분 좋게 새집 냄새를 맡으며 살고 있는데, 아이한테 다시 아토피가 생기고, 아내도 피부 트러블이 생기고, 나는 기관지염에 자주 걸리게 된 것이다. …이 궁금증이 나로 하여금 중금속과 실내 공기에 관한 공부를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 프로그램 역시 운 좋게도 … ‘새집 증후군’이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높은 시청률과 함께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p.69)
이 과정에서 저자는 ‘혼자 잘하는’ 영웅 신화를 거부한다.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의 역량을 120% 끌어내는 비결 또한 ‘군림’이 아닌 ‘진심 어린 교감’에 있음을 강조한다. “혼자서 잘할 수 있는 일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도움이 반드시 있어야만 일이 된다. …그들이 80, 90퍼센트의 역량을 발휘하는 데 머무르게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그들이 보유한 재능의 120퍼센트를 드러내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들에게 진심으로 잘해야 한다.”(p.74)
6. “그다음 행동이 너의 인생을 만들어 줄 거야”: 60세, 그리고 나의 에피파니
환갑날 혼자 산책하며 인생의 파편들을 꿰매던 저자에게 찾아온 에피파니(Epiphany, 깨달음)는 명료하다. “‘세상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고, 그 이후에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인생을 결정한다.’ 이 한 문장이 환갑날 깨달은 나의 ‘에피파니’다.”(p.202)
자신의 삶을 예로 든다. “내 인생에도 좋은 일도 많았고, 나쁜 일도 많았다. …좋은 일과 나쁜 일들을 하나하나 다시 떠올려 보니, 결국 그 일이 있고 난 뒤 내가 어떻게 행동했는가에 따라 좋은 일이 다시 나쁜 일이 되기도 하고, 나쁜 일이었던 것이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되어 결국 나에게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p.203)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다시 한 번, 젊은 날의 자신에게 말을 건다. “만약 다시 20대의 나에게 말을 건넬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리고 딱 한 마디만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네가 무슨 일을 겪더라도 그다음 행동이 너의 인생을 만들어 줄 거야.’”(p.223)
무기정학을 당했던 고교 시절의 일도, 친구의 죽음도, 고심과 고난의 시간도 그 자체로는 중립적이다. 그 사건 ‘이후’의 선택이 모여 확률 0%를 현실의 기적으로 창조한다. 이 책은 인생의 반환점을 도는 이들에게는 지나온 점들을 긍정하게 하는 위로를, 이제 막 점을 찍기 시작한 청년들에게는 불확실성을 돌파할 용기와 방법을 건넨다.
“과거엔 우리 모두 가늠하기조차 불가능한 확률로 태어난 소중한 존재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렇게 어렵게 태어난 ‘나’와 ‘당신’이 만날 확률은 그보다 더 희박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확률을 뚫고 만나서 서로를 미워하거나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사람들과 인연을 맺은 것이 내 인생의 전부였다는 생각이 든다.”(p.222)
우리는 오늘, 어떤 점(dot)을 찍을 것인가.
목차
1. 인생은 확률 게임인가
2. 예측 불가의 인생 시작
3. 인생의 터닝 포인트
4. 태평양을 건너는 거북이 등에 낙엽이 떨어질 확률
5. ‘생명의 기적’이 기적이 된 이유
6. 좋은 리더가 될 확률을 높이는 방법
7. 실패할 확률을 줄이는 방법
8. 사람 교과서
9.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되는 방법
10. 목을 걸고 하는 직언자의 생존 확률
11. 사표 면허
12. 자식 사랑도 죄가 될 수 있다
13. 확률 0.2퍼센트에 도전한 장군
14.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15. 어느 천재의 운명
16. 나의 에피파니
17. 나는 오늘도
글을 마치며
저자소개
책속에서

인생은 계산할 수 있는 방정식이 아니라, 지나서야 비로소 패턴이 보이는 이야기에 가까웠다.
나의 인생을 돌아보니 방향이 옳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는 것, 그리고 그 패턴이 그리는 굵은 곡선 중 하나가 나에게는 ‘자업자득’이라는 사자성어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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