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4996309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6-10-22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이름 안에는 무엇이 있나?
1. 중세에서 현대로 온 사슬 책꽂이
2. 책꽂이에 올라가는 것
3. 이동하는 책꽂이
4. 기호이자 상징으로서 책꽂이
5. 책꽂이의 생애 주기
나가며: 책꽂이의 여러 미래
감사의 말
주
참고문헌
책속에서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은 책을 보관하는 방법을 모색했고, 오늘날 우리가 ‘책’이라고 인식하지 않을 텍스트조차 체계적으로 수집해 소중히 간직했다. 잉카문명의 매듭 문자인 키푸quipu의 경우, 패턴대로 매듭이 묶인 끈 가닥이 기록물로 보관되었다. 고대 티베트 불교의 기도 바퀴 내부에는 작은 두루마리들이 조심스럽게 저장되고 봉인되었다. 오늘날 이라크 자리에 존재했던 고대 도시 니네베의 아슈르바니팔도서관에는 2만 개가 넘는 쐐기문자 서판이 있었다. 기원전 5세기 동남아에서 만들어진 필사본들은 훈연 처리한 야자수잎에 쓰였는데, 잎들을 꿰매 이으면 요즘의 나무 블라인드처럼 생긴 책이 되어 각 장을 부채처럼 펼쳐 읽었다. 이처럼 ‘책’이라는 매체는 각양각색이어서, 보관하고 읽는 데 필요한 조건도 다양하다. 책꽂이 역시 그것이 담는 텍스트가 너무나도 다채로운 까닭에 생김새와 기능이 제각각이다.
책꽂이의 형태와 기능에 대한 이런 모든 기대는 거듭된 선택의 산물이다. 책을 선별하고, 그렇게 고른 책들을 정리하고, 하나의 체계를 따라 책들을 보관하고 진열하기로 하는 선택들. 책꽂이는 그것을 단순히 설계적 관점에서 정의할지, 아니면 쓸모의 관점에서 정의할지 고민하게끔 한다. 관념적으로 말해보자면, 책꽂이란 다양한 범주의 지식을 묶어두는 선형적 평면이라고 할 수 있다. 좀더 일상적인 언어로 표현하자면, 어떤 책을 어느 책꽂이, 어느 선반에 놓는지가 특정한 세계관을 나타낸다. 그게 ‘서고stacks’에 적용된 주제 기반의 듀이십진분류법이든, 색깔별 정리든, 아니면 어린아이가 형태별로 그림책을 늘어놓는 무질서한 방식이든 간에, 모든 책꽂이는 저마다의 세계관과 질서를 반영한다.
책을 사슬로 묶는 행위에는 단순히 도난을 방지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책을 사슬로 책꽂이에 묶어두는 것은 권력과 특권의 지표였다. 책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고, 그 자체로 권력관계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중세 도서관은 책을 사슬로 묶어둠으로써 책에 접근할 권리를 누구에게 부여할지 결정하는 필사본 문지기의 역할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