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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경제경영 > 기업/경영자 스토리 > 국내 기업/경영자
· ISBN : 9791195044382
· 쪽수 : 228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걸어온 길
1장 산 속의 병원
2장 없는 것이 많아 편리한 병원
3장 가족 같은 병원
제2부 걸어가는 길
1장 안으로 밖으로 거침없는 성장
2장 인간과 의료가 만나는 곳
3장 기술을 통한 진료 혁신
제3부 가야 할 길
1장 따뜻한 디지털
2장 세계 속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3장 그곳에 사람이 있었네
저자소개
책속에서
개원이 두 달 후로 다가오자 갈수록 할 일이 많아졌다. 정해진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너나 할 것 없이 초조함과 긴장이 쌓여갔다. 주변에는 변변한 식당 하나 없었다. 아침, 점심은 현장식당, 속칭 함바집에서 해결했다. 이상하게 함바집 밥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다. 근처에 맛있는 음식점 하나만 들어선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준공식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전산화 시스템 시뮬레이션도 곧 해야겠죠."
일 얘기를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찜질방 앞이었다. 잠시 눈을 붙이려고 들어간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개원준비단의 다른 직원들이 같은 옷을 입고 빙 둘러앉아 회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서로를 쳐다보자 힘든 와중에도 웃음이 터졌다. 이른바 찜질방 개원준비단! 이들이 기다린 것은 새벽의 여명이었을까, 아니면 그 너머의 무엇이었을까.
개원이 두 달 후로 다가오자 갈수록 할 일이 많아졌다. 정해진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너나 할 것 없이 초조함과 긴장이 쌓여갔다. 주변에는 변변한 식당 하나 없었다. 아침, 점심은 현장식당, 속칭 함바집에서 해결했다. 이상하게 함바집 밥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다. 근처에 맛있는 음식점 하나만 들어선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준공식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전산화 시스템 시뮬레이션도 곧 해야겠죠."
일 얘기를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찜질방 앞이었다. 잠시 눈을 붙이려고 들어간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개원준비단의 다른 직원들이 같은 옷을 입고 빙 둘러앉아 회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서로를 쳐다보자 힘든 와중에도 웃음이 터졌다. 이른바 찜질방 개원준비단! 이들이 기다린 것은 새벽의 여명이었을까, 아니면 그 너머의 무엇이었을까.
예상치 못한 수많은 문제에 부딪히고 일정이 늦어지자 개발팀 안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일단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사용 중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정보화의 핵심인 EMR은 조금 시간을 두고 개발하자는 중도 입장이 나오더니 결국 종이 차트와 병행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수 차례의 회의 끝에 아무리 어렵더라도 포기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다시 한번 힘을 모아야 했다. 느리고 힘들지만 전산개발자와 각 과 의사들은 국제 표준 의료용어에 따라 맞춤형 차트를 만들어 나갔다. 전산 예산만도 다른 병원의 몇 배가 들었다. 그러나 그 열매는 크고 달았다. 분당병원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서도 바로 사용 가능한 차트가 탄생한 것이다. 결국 전자차트는 EMR의 꽃이 되었다.
왜 끼니를 같이 하는 '한솥밥 모임'이었을까? 여기서 분당병원의 조직 관리 이념이 드러난다. 가족을 다른 말로 '식구'라고 한다. 식구(食口)란 곧 '먹는 입'이다. 하루의 노동을 마친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밥상에 둘러앉아 한끼의 밥을 함께 하는 사람이 곧 식구다. 한끼의 밥을 앞에 두고 서로 나누는 이야기와 눈빛이 가족 간의 사랑이 되고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 우리의 기억에 아로새겨진 의식(儀式)의 힘은 강렬하다. 행복하면 웃지만, 거꾸로 웃으면 행복해진다. 가족은 함께 밥을 먹지만, 함께 밥을 먹으면 곧 가족이 된다. 그렇더라도 전제는 있다. 함께 웃으며 즐겁게 밥을 먹어야 한다. 개원 초기에 원장을 비롯한 병원의 리더들이 가장 신경을 쓴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함께 웃으며 즐겁게 밥을 먹으려면 분위기 좋은 곳에서 비싼 음식을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심으로 '식구'처럼 챙겨주어야 했던 것이다. 이런 노력은 주효했다. 식구로서 밥을 먹은 사람들은 정말 식구가 되었다. 경영진과 직원 사이, 직원과 직원 사이의 벽이 빠르게 허물어졌고 병원 전체가 하나의 공동체로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