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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5096244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16-02-10
책 소개
목차
스튜디오1 프롤로그
친구들이 돌아오다
닭
밤부터 아침까지
수옥의 방
용왕제 하는 날
스튜디오2 또 하나의 사건
스튜디오3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
스튜디오4 비탄
그녀를 보내다
스튜디오5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수선화 같은 소녀가 있었습니다. 붉은 노을이 소녀의 긴 머리카락 사이에서 부서지면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그해 봄 저와 친구들은 항구의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섬에 남아야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깊은 병을 앓아 잘 걷지를 못했죠. 중학교 졸업까지는 우리들이 업고 함께 학교를 다니다가 그렇게 떨어지게 된 것입니다. 항구에서 저는 고향 마을에 두고 온 그녀만 날마다 생각했습니다.
친구들이 이번에는 범실을 바라본다. 그러나 그는 입을 한일자로 다물어버린다.
그것으로 그들의 축원은 끝난다. 무덤 주인인 할아버지는 물론 아무런 대답이 없다. 무덤이 아무런 반응이 없었기에 그들은 진설해놓은 것들을 먹고 나서 제멋대로 놀기 시작한다. 민구는 목이버섯을 발견하고는 나무에 올라가고 길자 목덜미에 억새 잎을 대고 뱀이다, 놀래킨 용철은 도망간다. 길자는 치마를 걷어 올리고 두두두쫓아간다. 수옥이 말한다.
“너 좋아하는 사람 있지?”
범실이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아냐. 응.”
“무슨 대답이 그래? 누구야, 말해봐.”
“나중에.”
너야, 라고 말해도 되는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말해버리면 그녀가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서.
“하긴 그것을 어떻게 다 말해?”
“…….”
“사랑은 이십 년을 채워야 사랑이래. 태어난 아이가 어른이 되는 기간만큼.”
태풍에 부서진 배가 있다면 그게 제 마음이었습니다. 날개를 잃고 추락하는 새가 있다면 그게 바로 저였습니다. 그날 저는 담 아래서 그녀를 부르지도 못하고 한없이 서 있기만 했습니다. 수옥의 사랑은 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녀 앞에서 저의 사랑은 아주 초라해지고 말았습니다. 빨갛게 달군 쇠꼬챙이로 생살을 찌르는 것보다 더 가슴이 아팠습니다. 밤새 눈물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