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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5194940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15-11-30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학문을 하게 하는 힘
1부 인문학자의 성장방식: 학문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1. 들판에서 자라난 인문학의 찬란한 꽃: 에릭슨, 『청년 루터』
2. 야구선수에서 한국현대사 권위자로: 브루스 커밍스, 『Korea's Place in the Sun』
2부 한국어로 학문하기 위한 조건들
1. 우리는 한국어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오덕, 『우리글 바로쓰기 1』
2. 한국어로 학문하는 일은 가능한가: 학술어로서 한국말의 과제
3부 한국, 한국인, 한국문학: 외부와 내부의 시선
1. 영어와 한국학의 운명: 제임스 팔레, 『전통한국의 정치와 정책』
2. 국어국문학의 고고학(考古學): 타카하시 토오루, 『식민지 조선인을 논하다』
3. 한국문학은 세계화될 수 있는가: 제임스 게일, 『The Cloud Dream of the Nine』
4. 위협받는 국어국문학: 최정운, 『한국인의 탄생』
4부 한국인의 올바른 서양 이해를 위하여
1. 희랍어학의 필요성: 강대진, 『잔혹한 책읽기』
2. 한국어와 서양고전학의 만남: 니체, 『비극의 탄생』 번역
3. 한국인은 왜 희랍인인가: 르노, 『플라톤은 아팠다』
5부 일본이라는 문제: 일본의 본질, 일본의 학문
1. 일본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루스 베네딕트, 『국화와 칼』
2. 일본 근대사 연구의 심리와 수준: 카토 요코, 『근대일본의 전쟁논리』
3. 일본 한국어학 연구의 수준: 미쓰이 타카시, 『식민지 조선의 언어지배 구조』
후기: 카와바타 야스나리 선생께/ 색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1부의 두 글은 외국의 두 인물이 인문학자로 되어가는 과정을 다뤘다. 에릭슨과 커밍스 모두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므로 두 사람에 대한 추가적 설명은 필요치 않으리라 믿는다. 에릭슨은 독일 출신의 예술가 지망생이었고, 대학도 나오지 않았다. 커밍스는 전형적인 미국인으로, 쾌활한 양키다. 이들이 학자가 되어가는 과정은, 나에게는 경악스러울 정도로 신기했다. 그것은 이 두 사람이, 현대 한국인은 도저히 누릴 수 없는 “학문적 인프라”의 혜택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혜택이란 학술어로서 영어의 힘이며, 이때 “영어의 힘”이란 것은 단순한 어학력이 아니라 문헌학적 배경의 힘이라는 것을 밝혔다. 3부의 첫 번째 글인 제임스 팔레의 책에 대한 서평도 같은 취지를 담고 있다.
2부에서는 한국어로 학문하기 위한 조건을 다뤘다. 인문학도를 꿈꾸는 한국인이라면, “한국어로 학문하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나는 그 상황이 매우 위험하고 불안정한 것이라는 점을, 그리고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초인적이고 영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오덕에 대한 서평에서 보여주고자 했다. 한국어의 위태로운 상황은 2부의 두 번째 글이자, 이 책에서 유일하게 서평의 형식을 취하지 않은 <한국어로 학문하는 일은 가능한가?: 학술어로서 한국말의 과제>에 자세히 묘사돼 있다. 아직까지는 상당 부분에서 서양학문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 한국의 인문학도들이, 한국어의 취약한 상태를 인정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서부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나타날 것이다.
3부에서는 한국학의 현황과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뤘다. 대체로 외국인에 의한 한국 연구를 다루게 됐는데, 그들은 김윤식 선생님의 방향(한국인의 외국이론 연구)과 정반대의 방향(외국인의 한국 연구)에서 연구했다는 점에서, 한국인의 한국학 연구가 지니는 한계를 드러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타카하시 토오루에 대한 글에서는 “국어국문학”의 성립과정과 물적 조건을 확인할 수 있으며, 제임스 게일에 관한 글에서는 한국문학의 문헌학적 조건과 그 취약성을 살폈다. 마지막으로 정치학자인 최정운 교수의 책에 대한 서평은, 국어국문학의 위협받는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최 교수의 연구내용에 대해서는 꽤 강하게 비판했지만, 그의 시도가 한국학의 내실 있는 발전을 위해서는 매우 고무적이었다는 사실 앞에서 감사하고 있음을 밝힌다.
4부에서는 한국인의 서양 이해에 만연한 피상성을 극복하려는 몇 가지 시도들을 소개했다. 「플라톤은 아팠다」의 서평은, 한국에서 서양고전을 이해하는 일이 왜 어려운가를 쉽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글에서 드러나겠지만, 서양은 단일한 문화가 아니다. 영미권과 프랑스-이탈리아 등의 라틴어 문화권, 라인강 너머의 독일어권은 나름의 특색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지역성은 너무나 먼 거리에 있는 한국인들에게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데, 문제는 영어 중심의 외국어 학습편향 때문에 더욱 심각해진다. 「잔혹한 책읽기」나 「비극의 탄생」 번역은, 이러한 문제를 깊이 고민하는 한국인 서양고전학자들의 노력이 갖는 가치, 희랍어-라틴어 학습의 중요성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씌어졌다.
5부에서는 “일본이라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 세 권을 소개했다. 김윤식 선생님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은 한국인들에게 단순한 외국이 아니라, 상당한 수준에서 “자기화”된 나라이다. 물론 이러한 자기화는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극렬하게 거부되는 경향도 있지만, 음지에서는 더욱 강하게 자라나기도 한다. 잘 알려진 책인 「국화와 칼」 서평에서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성찰했고, 카토 요코와 미쓰이 타카시 교수의 책 서평에서는 한국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일본 학문의 수준을 소개했다. 인문학에서 진정한 극일(克日)은, (김윤식 선생님이 하셨듯) 일본인의 이론서를 이용해 국내 자료를 설명하는 도구로 삼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대상에 대해 일본인보다 더 나은 연구성과를 제출하는 것뿐이라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