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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조선사 > 조선시대 일반
· ISBN : 9791195209040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14-05-27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머리말
제1장 조선 최초의 대비 - 정희왕후 윤씨 vs 예종
언니의 혼처를 가로챈 3남 7녀의 막내딸·윤씨 가문과 쿠데타 공신들·조선 최초의 대비, 아들의 앞길을 가로막다·윤씨 친족 비리1―예종은 공정할 수 없었다·윤씨 친족 비리2―죄는 있으나 처벌할 수 없다?·예종 사망 당일 정권을 잡다·변색된 아들의 시신, 그리고 비정한 어머니·겸판서와 분경 허용, 되살아난 구 체제·윤씨, 국정을 주도하다·실패한 종친 지키기, 숙청당한 귀성군·성공한 종친 지키기, 정미수 사건·현세도, 내세도 포기하지 않다
제2장 세 발 달린 암탉이 나타났다 - 인수대비 한씨 vs 성종
동정 없는 세상, 남편도 아버지도 없었다·내 아들이 적장자다, 기다리면 기회는 온다·한 장의 익명서, 시어머니 윤씨를 끌어내리다·12년 만에 왕의 어머니로 귀환했으나… …·친정 고모에게 기대다·명분 없는 추존과 부묘·금자경과 금승법, 이념 논쟁으로 성종을 쥐고 흔들다·『 내훈』과 세 발 달린 암탉 사이
제3장 31세 할머니, 개혁을 살해하다 - 정순왕후 김씨 vs 정조
15세 정순, 66세 영조의 두 번째 왕비가 되다·재혼 상대는 왜 정순왕후 김씨였나?·정순왕후 김씨는 왜 부자父子 사이를 원수로 만들었을까·정조와 정순, 적과의 동침·정조의 공격, 김씨의 오빠 김귀주를 귀양 보내다·정순왕후 김씨, 홍국영과 손잡다·정순의 분노, “정조의 이복동생을 죽여라”·대반전, 송낙휴의 고변·인정사정 볼 것 없다, 정조를 흔들어라·정조의 개혁=노론 벽파의 위기·오회연교, 실패하다·아, 경면주사 연훈방!·1800년과 2010년, 두 남자의 죽음·55세 정순, 40년 만에 적의를 다시 입다·들불처럼 번져가는 정조 암살 의혹·신유박해, 취약한 정통성을 덮기 위한 사학몰이
제4장 안동김씨 60년 독재를 구축하다 - 순원왕후 김씨 vs 헌종
정조의 며느리, 4년 만에 입궁하다·노론 시파 범왕실 외척 연합 실세 정권의 출현·금슬 좋은 왕과 비, 순조와 순원·왕비의 친정, 조선 왕실 궁방전을 장악하다·첫 번째 수렴청정, 준비된 정치 9단·이지연 형제를 축출한 이유·기해박해, 그리고 장동김씨의 번영·22세 헌종 하룻밤 만에 죽다·김흥근 탄핵을 받아들인 손자 헌종·“패악한 자식”, 왕권 강화를 시도하다·두 번째 수렴청정, 61세 순원의 재집권·권돈인의 퇴출과 안동김씨 왕국의 번영
부록
참고문헌
리뷰
책속에서
상방검이란 임금의 칼을 말한다. 임금이 상방검을 내린다는 것은 전권을 맡긴다는 뜻이었다. 정조의 말은 누구를 막론하고 은언군 이인에게 손을 대는 자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뺏어도 좋다는 뜻이었다. 왕조 국가에서 국법이란 일차적으로는 왕의 말이다. 국법인 왕의 말을 무서워하기는커녕 무시하는 대신들을 보는 정조는 얼마나 참담했을까. 참담함과 분노가 뒤섞인 마음으로 정조는 가마에 올라 동생을 뒤쫓아 강화도까지라도 갈 기세로 돈화문 밖으로 내달았다. 관을 벗고 부복하던 대신들이 울면서 쫓아 나오더니 길을 가로막았다. 그들을 향해 정조가 울부짖듯 말한다.
“나의 오늘 심정으로서는 어찌 지나친 거조임을 돌아볼 겨를이 있겠는가. 그로 하여금 성 안에 머물러 있게 하는 일이 불가할 게 뭐 있기에 경들이 이러는가. 나로 하여금 천고에 윤리를 손상하는 일을 저지르도록 할 셈인가. 내 곧장 그가 간 데까지 따라가겠다. 비록 강화라도 그를 따라갈 것이다.”
―『 정조실록』, 정조 13년(1789) 9월 26일
이때 대비 김씨의 내시가 와서 구두 전교를 전한다.
“수레를 움직여 어디를 가는 것인가? 바야흐로 뜰 가운데 선 채 환궁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 정조실록』, 정조 13년(1789) 9월 26일
정조가 궐로 돌아올 때까지 자신이 선 채로 기다릴 테니 누가 이기나 끝까지 해보자는 선전포고였다. 재위 13년째 37세 임금과 44세 법적 할머니 대비 김씨와의 팽팽한 신경전이 폭발하고 있었다. 정조는 이렇게 임금이 무시당하고 있는 판국에 김씨의 명을 순순히 따를 생각이 없었다. 새할머니의 전교를 따를 수 없다고 선언한 정조는 가마를 재촉하여 앞으로 나가게 한다. 그러자 대신들이 우르르 몰려와 가마를 붙잡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가마 앞에 드러누울 테니 끝내 가겠다면 자신들을 짓밟고 가시라며 막아섰다. 절통한 심정을 다스리며 그들에게 정조는 나직하게 말한다.
“내가 지나갈 때 경들이 만약 수레를 부여잡고 떨어지지 않을 경우, 나는 가마에서 내려 걸어서 가겠으니, 경들에게 길을 빌렸으면 한다. 경들은 제발 갈라서기 바란다.”
―『 정조실록』, 정조 13년(1789) 9월 26일
그러나 대신들은 내려지는 가마를 부여잡고 들어 올리는 승강이를 벌인다. 그때 김씨가 또 한 번 정조를 후려치는 전교를 내린다.
“이 일은 국가와 종사를 위한 것인데도 주상께서 이러하시니, 나는 사제私第로 물러가 살겠다.”
―『 정조실록』, 정조 13년(1789) 9월 26일
정조는 일시에 무릎이 꺾였다. 효가 이데올로기인 조선에서 국가와 종사를 위한다는 할머니 말을 듣지 않는 임금이란 반정으로 쫓아내도 되는 임금이란 뜻이 된다. 그것도 모자라 할머니를 궁에서 내쫓은 임
금이란 지탄까지 받는다면 정조는 당장이라도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으로 몰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