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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88925556611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15-06-19
책 소개
목차
서문_ 늙은 노래를 위한 찬가
1장. 노스탤지어, 그리움의 노래
열병처럼 지나온 젊은 날의 기억 <광화문 연가-이문세>
그대, 고향에 다시 못 가리 <물레방아 도는데-나훈아>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오빠 생각-박태준>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향수-정지용>
2장. 청춘의 그늘, 음악이 되다
머물러 있는 청춘은 없다 <서른 즈음에-김광석>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는 그대 가슴에 <고래사냥-송창식>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는 태양 <아침이슬-김민기>
얄궂은 노래 속에 인생도 간다 <봄날은 간다-백설희>
3장. 슈퍼스타의 탄생, 낭만을 노래하다
낭만은 아득하고 추억도 세월 속에 야위어간다 <낭만에 대하여-최백호>
첫 키스는 왜 늘상 골목길에서만 이루어졌을까? <골목길-김현식>
기쁜 일이면 저 산에, 슬픈 일이면 님에게 <세노야-김광희>
4장. 불멸의 시대에 바치다
그의 노래에는 설움에 쩐 소주 냄새가 난다 <북한강에서-정태춘>
병든 장미는 뙤약볕에 시들어간다 <부용산-안치환>
금순이도 늙었고 국제시장도 남루해져간다 <굳세어라 금순아-현인>
울어주던 산새 소리에 애간장만 타들어간다 <칠갑산-주병선>
역사에 내던진 청춘을 위로하다 <사계-노래를 찾는 사람들>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임을 위한 행진곡-김종률>
5장.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세월이 가면-박인희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 싶다 <한계령-양희은>
긴긴날의 꿈, 저 동백처럼 붉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조용필>
한 사람, 삶, 人生을 보내며_ 오, 장려했으니 우리 시대의 작가여
리뷰
책속에서
지독히 고통스러울 때는 역시 대중가요가 제격이다. 중년이 되고 나서는 <봄날은 간다>만 들으면 울적해지는 스스로를 보면 더욱 그러하다. 클래식을 들어서는 좀처럼 울적해지고 서글퍼지는 경우는 드물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을 들으면 슬퍼지기보다는 외려 그 웅장한 슬라브 정조에 위압당하게 된다. 그러나 대중가요는 우리를 웃고 울게 하는 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폐부에서 솟구치는 절절한 서러움을 토하는 장사익의 노래를 들으면 맘이 짠해져 온다. 대중가요는 참으로 오랫동안 가난 탈출에 몸부림치던 개발연대 한국인들을 울렸다. 가무를 좋아하는 민족이라는 나라 밖 사람들의 시선에 걸맞게 사실 노래만큼 한국인들의 삶에 영향을 끼친 것은 드물다. 오랜 세월 불려온 늙은 노래들은 이제 불후의 명곡으로 되살아나며 세대를 넘어 사랑을 받고 있다. _서문 중에서
짧은 인생 동안 정들었던 수많은 거리와 여인들을 다 음미하고 또 가슴에다 남겨 놓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정말 소중한 것은 적어도 가슴 한켠에 남아서 가끔 슬퍼지거나 외로워질 때 순간순간 떠오르게 된다. 흑백사진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남루하지는 않고, 조금은 코끝이 찡해지는 그런 순간들이고 그런 장소들이 있다. 광화문은 우리 세대에게 그런 존재다.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듯 특별한 장소에도 정드는 경우가 있다. _열병처럼 지나온 젊은 날의 기억 <광화문 연가-이문세> 중에서
아무도 모르고 누구도 모르던 숨은 이야기들을 가만히 생각하게 하는 노래가 <낭만에 대하여>이다. 뒤돌아보면 모두가 그립고 생각해보면 아쉬운 시간들이다. 돌아가고 싶은 그런 시절들에 대해 추억해보라고 노래 <낭만에 대하여>는 이 땅의 중년들에게 속삭이고 있다. 그러나 흘러간 세월을 어찌하겠는가. <yesterday once more>는 노랫말에만 있다. 흐르는 것은 강물만 아니다. 정도 흐르고 그리움도 흐른다. 낭만은 아득하고 추억마저 긴긴 세월 속에 야위어간다. _낭만은 아득하고 추억도 세월 속에 야위어간다 <낭만에 대하여-최백호>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삶의 고단함을 반추하는 중년 노동자의 모습을 통해 가난한 자들의 아픔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노래와 시는 얼마간의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 노래 <북한강에서>는 절제된 감정과 차분한 어조로 우리 시대의 현실과 핍박받으며 살아가는 도시 인간의 슬픔을 노래했다고 한다. 자신의 목소리와 신념을 드러내 강조하지 않고 새벽 강변의 안개 낀 풍경을 통해 삶의 현장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현실 참여 노래의 한계를 극복해낸 점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_그의 노래에는 설움에 쩐 소주 냄새가 난다 <북한강에서-정태춘> 중에서
불안했던 시대, 전쟁으로 인한 폐허의 상처를 위로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낭만적 노래가 있어야만 했는가 보다. 그래서 명동의 어느 초라한 주점에서 가난한 시인은 이처럼 애틋한 회상의 시를 토했고, 그의 벗 이진섭은 즉흥적으로 곡을 붙였으며, 노래가 세상에 나온 지 꼭 일주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에 대한 시단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이 시는 애상적인 노래 곡조에 힘입어 한국인들에게 메가톤급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세월이 가면>은 술집 상호로, 드라마 제목으로, 그림 제목으로 등장했으며 실제로 후배 가수들에 의해 셀 수 없을 만큼 자주 불려 왔다. 몇 년 전에는 EBS에서 특집 다큐멘터리로 재조명하기도 했다. _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세월이 가면-박인희> 중에서
이 노래를 부르려고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그냥 나도 모르게 이 노래가 덜컥 나왔다. 그땐 내가 지금보다 많이 순수했나 보다. 그러나 회식 자리는 일순간 고요해지고 술에 취한 사람은 더욱 거나해진다. 지금은 그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이름은커녕 얼굴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살고 있을까. 이 노래를 들으면 시간이 거꾸로 흘러 스물한두 살의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눈시울이 젖어 온다. 그때로 돌아가면 행복할 수 있을까? 어둠에 물든 산은 내게 내려가라며 어깨를 떠민다. 겨울 한계령에 어둠이 내려앉았고 차창에는 중년이 된 한 청년이 가만히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_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 싶다 <한계령-양희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