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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5260270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15-03-05
책 소개
목차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7
작가의 말 26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오리들을 찍으시오.”
“오리, 말입니까?”
“그렇소, 오리. 다른 건 필요 없고 오로지 오리만. 되도록 선명하게, 얼굴을 똑똑히 알아볼 수 있도록.”
순간 불광천에서 보았던 여자가 떠올랐다.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러고는요?”
“저녁에 나한테 사진을 갖다 주면, 사진을 보고 찾는 건 내가 할 거요.”
“뭘 찾고 계시는데요?”
“우리 호순일 잡아먹은 놈.”
“……예?”
내가 얼빠진 표정을 짓자 노인이 탁자 위에 흐트러져 있는 고양이 사진들 중 한 장을 집어 들었다.
“내가 기르던 고양이, 이 호순이를 잡아먹은 오리 놈을 찾고 말 거요.”
나는 진짜 소설을 쓰고 싶었다. 남들이 말하는 진짜가 아니라 나의 진짜를 쓰고 싶었다. 나의 진짜로 인정받고 싶었다. 그러나 문학 언저리에서 노니는 사람들일수록 장르소설 따위는 숫제 소설의 범주에도 들어갈 수 없는 잡문인지라 논할 가치도 없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들의 주장에 당당하게 반박하고 싶었고, 실제로 여러 차례 반박 비슷한 것도 시도해보았다. 그러나 무슨 소리를 지껄이든 글을 잘 쓰지 못하면 몽땅 헛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작가란 말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글로 말하는 사람이니까.
풀숲에서 가만히 몸을 감추고 엎드린 고양이. 두루미만 한 오리.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부리. 그 부리 사이에서 죽어가는 고양이. 노인을 향한 오리의 싸늘한 눈빛. 내가 잡아먹었다. 그래서 네가 어찌할 셈이냐?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
노인이 느닷없이 외쳤다.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었다.
“있다! 저기 있어! 저놈이야!”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급류 위로 무언가가 떠내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