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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5582907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15-07-31
책 소개
목차
Intro
1949년 6월 22일
1 여름 가뭄
2 서북 청년
3 호랑이 사냥
4 88구락부
5 정동길
6 풍산개
1949년 6월 23일
7 백의사
8 빛과 그림자
1949년 6월 24일
9 회중시계
10 수도경찰청장
11 해방촌
1949년 6월 25일
12 만둣국
13 친일 경찰
14 개성집
1949년 6월 26일
15 유 아 마이 선샤인
Outro
Epilogue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시경 국장실은 태평로 본관 2층에 있었다. 김태선 국장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정현우 과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와, 정 과장! 여기 앉게.”
현우가 국장실에 들어가자 김태선은 책상자리에서 일어나 소파 상석으로 옮겨 앉았다. 현우는 목례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소파에 앉았다. 태선은 순간 부아가 치밀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웃는 낯빛을 유지했다. 국장실에 들어오면서 거수경례를 하지 않는 경찰 간부는 현우가 유일무이했다. 그럴 때마다 태선은 전임인 장택상 수도경찰청장이 현우의 버릇을 잘못 들여놨다고 생각했다.
“경교장의 개가 죽었어.”
만백성의 국부. 이승만은 자신을 대통령이라기보다 조선의 임금이라 생각했다. 그는 양녕대군의 16대 손이다. 양녕이 동생인 충녕에게 세자 자리를 넘겨주지 않았다면, 이승만은 대통령이 아니라 조선의 임금이 되었을지 모른다. 경복궁 뒤에 있는 경무대는 북악산으로 올라가는 기슭에 있어 경복궁보다 높은 곳에 있었다. 이승만은 경복궁의 지붕을 내려다보며 자신이 있을 곳은 이 경무대가 아니라 광화문 뒤 저 궁이라 생각했다. 그는 그래서 일본에 있는 조선의 왕족들이 해방 후에 귀국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하자는데 국부란 말은 어울리지 않습네다.”
“각하! 그렇지 않습니다. 창업보다 어려운 것이 수성이라 하지 않습니까? 이 나라의 아버지로서 이제부터 전체 국민을 하나로 만들어 수성에 힘써야 할 때입니다.”
“그렇습네다. 무~웅치면 살고, 흐~으터지면 죽습네다.”
신성모는 정치란 참 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승만에게 30년 전 적敵이었던 자신은 지금 동지가 됐고, 그 때 편들어주던 김구는 지금 대통령의 가장 큰 적이 된 것이다.
신성모는 그러나 일흔 살을 훌쩍 넘은 노정객의 변덕을 잘 알고 있다. 지금은 어제의 적을 동지로 대하고 있지만 언제 다시 자신을 적으로 대할지 모를 일이다. 그는 대통령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국방부 장관이란 자리도 가을바람의 낙엽처럼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장관님! 대통령이 지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헤아려 보십시오.’
얼마 전부터 한여름 밤의 모기소리처럼 신성모의 귓가를 맴도는 소리. 정치브로커 김지웅이 그에게 한 말이었다. 신성모도 김지웅도 대통령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굳이 서로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절대권력이 뿜어내는 온기는 태양이 뿜어내는 봄 햇살처럼 따스하고 포근하다. 광야에 나서면 피부를 칼로 도려내는 삭풍이 불고 있는데, 따스하고 포근한 솜이불을 걷어 찰 어리석은 자가 어디에 있겠는가? 더구나 지금은 독립운동을 하던 때가 아니다. 이제 더 이상 바람 속에서 밥을 먹고 이슬을 맞으면서 잘 필요는 없다. 신성모는 대통령의 온화한 미소에 감읍하며 소파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