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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5585533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16-07-15
책 소개
목차
서문을 대신하여 5
Scent of Laos ① 루앙프라방 가는 길
루앙프라방Luang Prabang을 향한 준비 11
메콩 강을 거슬러 오르며 18
비엔티엔으로 향하다 26
Scent of Laos ② 달의 도시, 비엔티엔
숙소 찾아 택시 여행 33
서로의 마음을 찰싹 49
일상 속 사원을 만나다 53
걱정 없는 치유의 땅 63
라오는 하나 73
여행의 즐거움, 맛을 찾아서 86
Scent of Laos ③ 비밀전쟁의 상흔, 씨앙쿠앙
폭탄의 흔적 그대로 95
비밀전쟁의 역사를 품은 항아리평원 105
소수민족마을, 흐몽빌리지 111
Scent of Laos ④ 라오의 계림, 방비엥
방비엥의 비 오는 오후 121
오토바이로 동네 한 바퀴 137
굿바이, 방비엥 149
Scent of Laos 5⑤ 성스러운 불상의 도시, 루앙프라방
느림이 아름다운 곳 165
야시장 풍경 178
사원 순례 194
맛이 있는 여행 222
왕궁 그리고 푸시 산 231
여행의 끝에서 248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탓담That Dam은 검은 탑이라는 뜻이다. 시내의 어느 로터리에 자리 잡은 탓담은 가장 오래된 탑이라고 하는데, 라오스인들은 그 탑의 중앙에 일곱 마리의 용이 잠들고 있다고 믿고 있다. 오늘 따라 배낭이 무겁지만 오늘 이 탑을 보지 못하면 평생 못 볼지도 모른다. 일곱 마리 용이 정말 잠들어 있는지도 궁금했고.
탓담은 이름대로 검은 모습으로 나를 맞았다. 젊은 남녀 4명의 일본 배낭객들이 몇 명 지나갔을 뿐 역시 관광객은 없다. 숨이 턱턱 막히는 계절이다. 일 년 내내 여기서 사는 사람도 있다는 생각은 잠시, 이방인은 견디기 어렵다. 라오스에 왔으면 라오스 사람이 되어야지 하면서 배낭을 추스른다. 마침 탑 앞으로 라오스의 소년들이 지나간다. 비닐봉지에 뭔가를 담고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소년들은 나를 쳐다본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은 나를 바라보고. 누가 누구를 구경하는가?
씨앙쿠앙.
이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무슨 폭격 소리를 예감했다. 아니나 다를까? 폰사완이라고도 불리는 씨앙쿠앙은 미국의 비밀전쟁의 상처가 깊이 난 곳이다. 라오스 북부의 고산지대인 씨앙쿠앙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폭탄이 투하된 곳이다.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남과 라오스의 공산화를 두려워한 미국은 비밀리에 융단폭탄을 퍼부었다. 무려 십여 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클러스터라는 폭탄은 1.5미터 크기인 어뢰 모양의 폭탄 안에 테니스공 크기만 한 600여 개의 작은 폭탄이 든 것으로 사방 5,000미터를 타격할 수 있는 것이다. 베트남 하노이를 공격하기 위해 출격한 전투기가 하노이까지 갈 수 없는 경우 이곳으로 와 폭탄을 퍼부었다. 전투기는 폭탄을 장착한 채 기지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이륙하면 폭탄을 전부 없애야 착륙이 가능하다. 이때 죽은 사람은 30만 명 정도로 이 지역 인구의 80%에 해당된다고 한다. 당시 라오스 인구의 10분의 1이 죽었다고 하니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뿐인가? 불발폭탄은 무려 3천만 개로 전쟁 이후 불발폭탄을 수집하다가 죽은 이만 해도 2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전 세계 불발폭탄 사망자의 반이 여기서 나온 셈이다.
도시는 폭탄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곳곳에 폭탄의 흔적은 남아 있다. 여행자에게 알려진 크레이터스 펍 카페 입구에는 폭탄이 장식되어 있다. 전쟁의 상흔이 고객유치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걸보니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애써 덤덤하게 폭탄을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여행사 사무실에도 폭탄이 전시되어 있다. 전쟁의 상흔을 느끼기에는 너무나 더운 날씨야. 핑계대기 좋은 날씨다.
강가에 머무는 것이 좋은 건 흐르는 강줄기 때문이다. 바다는 넓은 품 같은 곳이고, 산이 호연지기를 준다면 강은 흐름을 가르쳐준다. 인자요산 지자요수仁者樂山 知者樂水라 했지. 인자한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이는 물을 좋아한다고 했다. 여기서 물은 바다가 아니라 강물일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뭔가를 깨달으려 하는 건 욕심이다. 그저 흐르는 강을 바라보는 것이 좋을 뿐이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