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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통일/북한관계 > 북한학 일반
· ISBN : 9791195608195
· 쪽수 : 540쪽
· 출판일 : 2018-09-19
책 소개
목차
1장. 사람
01 강가의 사람들 / 02 거리에서 마주한 사람들 / 03 들녘을 일구는 사람들
04 그리운 어머니 / 05 아버지의 뒷모습 / 06 아이들 /
07 선군시대 군인으로 살아가기
2장. 공간
08 건물 / 09 건설장 / 10 공장 / 11 굴뚝 / 12 기차역 / 13 집 /
14 학교
3장. 생활
15 그날 거기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 16 빨래터 / 17 뗏목 /
18 빨래가 걸린 풍경 / 19 장마당(시장) / 20 살아내기 /
21 강가에서 어죽먹기/ 22 목동 / 23 놀이이
4장. 이동
24 기계 / 25 기차 / 26 배 / 27 버스 / 28 승용차/ 29 오토바이 / 30 자전거 / 31 트럭
5장. 경계
32 경계선 / 33 다리 / 34 마을 / 35 산 / 36 선전구호/
37 철조망과 사람들 / 38 초소
6장. 담음
39 사람을 담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대포 마냥 투박하게 생긴 900밀리 망원렌즈에 우리네 사람들이 안겨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허락되지 않은 공간에서 망원렌즈로 찍는 것도 분명 한계가 있었다. 렌즈의 초점을 아무리 당겨보아도 멀리 떨어진 사람은 그저 한 점에 불과했다.
처음에는 그들의 삶을 보려 했다. 그런데 정작 카메라에 찍힌 모습은 또 다른 나였다. 그리고 바로 우리였다. 사진을 찍은 게 아니라 분단의 사람들을 담아내는 무기력한 몸짓이었다. 평양 밖 북조선은 우리가 지나온 미래였다.
고향이 북쪽인 탈북청년은 한동안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혹시라도 사진 속 사람들 중에서 엄마를 찾는다 했다. 고향이 남쪽인 필자는 사진을 보며 카메라 초점, 구도, 색감이 좋은지를 따져보며 사진을 가려냈다. 하지만 그는 사진 안에 숨 쉬는 엄마의 체온을 간절히 찾고자 했다. 그렇게 분단은 서로에게 달랐다. 하나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과거를 살며 아파하는데, 홀로 높은 자리에 앉아 ‘만세’를 부르라 한다. ‘사회주의 지상낙원’이라 선전하지만 정작 웃음 띤 사람을 찾아 볼 수 없는 철창없는 감옥에 지나지 않는다. 평양의 문수물놀이장, 여명거리아파트, 평양택시, 미래과학자거리, 평양햄버거상점 등 번듯한 외형을 보여주는 평양 사진 몇 장이 북한이라며 눈을 가린다.
압록강과 두만강이라는 경계를 둔 채 망원렌즈로 당겨오는 그들의 모습은 허상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실상이었다. 그들의 일상은 낯설지 않았다. 우리가 먼저 지나온 시간들을 이제 막 느린 걸음을 떼며 뒤따라오는 듯 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분명 우리와 같지만 다른 사람이었다.
시선이 머무는 곳에 의미가 담긴다 했으니, 시선은 오직 사람을 향하고자 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람다울 수 있을 때 ‘봄이 온다’ 말할 수 있다. 정녕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려나? 가을이 지나 계절이 바뀌면 두만강 칼바람 속 겨우살이 하는 북녘의 사람들을 담으려 한다. 다시 또 이 길을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