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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5622627
· 쪽수 : 309쪽
· 출판일 : 2019-05-22
책 소개
목차
머리말 “도시·건축 속 당신만의 유랑을 즐기세요”
추천글 “여행=맛=멋=건축”
01. 근대 개항기 국제도시 인천 조계지
개항도시의 외국인 거주지, 조계지 / 인천부청사와 제물포구락부 /
역사문화거리와 카페 팟알 그리고 관동오리진 / 신포로23번길, 가로박물관 /
인천 차이나타운과 공화춘 / 제물진두 순교기념경당
02. 현재와 미래의 국제도시 IFEZ 송도지구
인천경제자유구역과 센트럴공원 / 트라이볼, 투모로우시티 그리고 오션스코프 / 도시체계 디자인
03. 유비쿼터스 세상에서 신과 기술
롱샹 성당과 라투레트 수도원 / 빛의 교회와 빛의 성당 / 서방정토와 부석사 /
담양 정토사 무량수전 / 기술이 편재하는 도시, 스마트시티
04. ‘집’에 대한 생각, 나는 집에서 산다
사적 공간의 극단, 집 / 양평 구하우스 /
파주 헤이리 가을이네 집과 다시 구하우스 / 비트라하우스 /
서촌 대림미술관 /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05.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이야기. 서울의 소호, 뉴욕의 성수동
성동공업단지와 성수동 / 소호의 탄생 /
프롬 에스에스와 카페 자그마치 / 보어리와 뉴뮤지엄 / 대림창고 /
젠트리피케이션과 동질화
06. 지자체 특성화 사업,
‘A는 B다’가 아닌 ‘A는 B일 수도 있다’는 느슨함 /
지방 특성화 사업과 고암 이응노 생가 논쟁 / 수덕여관, 선미술관 그리고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 /
양평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 윤동주문학관
07. 역사문화 특화공간에서 ‘세컨드 맨’이 되자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의 도시, 피렌체 / 산티시마 안눈치아타 광장과 세컨드 맨 /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의 세컨드 맨, 김원
08. 대학캠퍼스에서 공유공간, 왜 모이고 누가 모이는가?
쿼드와 학제간 연계 / 스탠퍼드대학교의 CCSR과 JCC / 서울대학교 인문사범대학과 예술대학캠퍼스 /
공공이 사용하는 공간, 공용공간 /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의 신경영관
09. 어떤 도시의 이야기 파트1 그르노블
알프스 산맥 서쪽의 교역도시, 그르노블 / 독일군 주둔지 라 카제른 드 본 재개발 /
바스티유와 사이언티픽 폴리곤 / 지식산업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GIANT 프로젝트 /
공업단지 계획과 산업단지 계획
주 출처
인물 색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평범한 동네와 전쟁이라는 콘텐츠 간에 생기는 간극은 의외로 순식간에 바뀐다. 관람객이 박물관의 작은 출입구를 들어서 맞닥뜨리는 공간은 좁은 통로다. '쇄석길'이라 불리는 이 통로에서 관람객은 어디로 끌려갈지 모르고 전쟁터로 끌려간 위안부 할머니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경험한다. 할머니들의 평범한 삶이 전쟁터라는 비일상적인 환경으로 순식간에 이동하는 경험. 쇄석길은 건물과 뒤쪽 옹벽 사이의 틈이다. 박물관이 집이었을 때 길고, 양이나 다니던 틈. 척척거리는 군화 소리가 내가 밟는 쇄석 소리와 뒤섞이는 이 좁은 틈에서 삶은 전쟁터로 전환된다. 어쩌면 이 둘은 실제로 정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그 가까움은 집이었을 당시 2층 발코니였던 추모관에서도 느껴진다. 발코니 난간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벽돌을 듬성듬성 쌓아 만든 벽이 있다. 듬성듬성 쌓인 벽돌은 틈을 만든다. 벽돌 안쪽에는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진과 이름, 그리고 날짜가 적혀 있다. 그 기록 사이사이로 박물관 주변의 지극히 평범한 풍경이 포개진다.
난 이 장면이 가장 슬펐다. 현재 나의 삶이 '나라의 주권을 찾기 위한 자랑스런 투쟁'을 통해 있을 수 있었다고 단언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이 장소에서 추모하는 위안부 할머니들도 나의 매일매일과 전혀 상관없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싶은 역사와 억눌리고 피해를 받은 역사 모두가 있었기에 지금 내가 보는 평범한 풍경이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마도 맞다. 벽이 만들어내는 장면을 보면서 지극히 평범한,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을 지닌 동네와 박물관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 사이에 간극을 굳이 메꿀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그 간극이 있기 때문에 평범한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전쟁의 리얼리티와 그 전쟁으로 희생된 할머니들을 더 처절하게, 하지만 사색적으로 추모하고 기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잘 모르는 것으로 교육시키지 말고 내가 잘 아는 것을 통해 무엇이든 느끼게 해주자는 다짐을 했었다. 그래서 태어난 지 얼마 안됐을 때부터 이곳저곳을 데리고 다녔다. 심지어는 뱃속에 있을 때도 그랬다. 내가 데리고 간 곳에서 아이가 무언가를 꼭 얻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공감하고 싶은 그곳의 분위기만이라도 느껴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나만의 교육방식이다. 그런데
정말 미안하게도 이 박물관만큼은 데리고 오고 싶지 않았다. 박물관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사실을 아이에게 설명해줄 자신이 내게는 아직 없다. 하지만 나를 울컥하게 만든 늘 보아온 주변의 평범한 풍경과 늘 대하는 햇살을 공감할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때, 그때 함께 오려고 한다. 그때까지 난 이 집이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었으면 좋겠다.
-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어떤 개구부를 통해 내부로 들어갔다 다시 다른 개구부를 통해 외부로 나가기를 몇 번 반복해 봤다. 그리고 건물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보기도 했다. 정면의 높이에 맞춰 높게 뚫린 개구부에서는 전면 가로에서 벌어지는 행위가 한 번에 보였지만 무릎 높이로 뚫린 개구부에서는 보행자들의 움직이는 발만 보였다. 또한 정면과 비스듬하게 열린 틈으로는 외부에서 내부를 응시하는 누군가와 갑작스레 눈이 마주치기도 했다. 흔히 유리로 마감된 완전히 투명한 입면은 가로와 1층부와의 시각적 교류를 통해 마치 가로와 건물 내부가 하나의 공간처럼 느껴지게 한다. 그런데 실제 이렇게 처리된 입면을 통해 가로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롱 테이크Long take로 잡은 영화를 볼 때처럼 어색하다. 하지만 이 건물의 정면처럼 개구부나 틈을 통해 외부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가로를 따라 걷는 보행자의 모습조차 분절되어 마치 다른 사물이 움직이는 것처럼느 껴진다. 물론 가려진 부분으로 인해 보고 있는 나 또한 보행자를 따라 시선을 이동해도 불편하지 않다. 일종의 관음증이라고 해야 할까? 'Storefront for Art and Architecture' 건물은 폭이 좁아서 옆 건물에 붙어 있는 조각 케잌 같다. 형태의 유사함 때문일까? 아니면 큰 건물 옆에 붙어 있다는 위치 때문일까? 건물을 보면서 성수동에 있는 '프롬 에스에스from SS'가 떠올랐다.
- ‘소호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