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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95754663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7-11-25
책 소개
목차
기묘한 도서관의 연대기
슬프도록 투명한 책
신비에 싸인 작가
피자가게 주인의 비밀
소용돌이치는 인생
소설이 소설의 소설에게
고독의 과정
이제 나를 놓아줘
고통이 떠나가네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마갈리는 상사가 하는 일에 의문을 제기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하지만 거절당한 책들에 관한 프로젝트에 대해선 의구심을 표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아무도 원하지 않은 책들을 쌓아놓고 뭘 하시게요?”
“그건 미국인 아이디업니다.”
“그래서요?”
“브라우티건을 기리는 거죠.”
“누구요?”
“리처드 브라우티건. 《바빌론을 꿈꾸며》 안 읽어봤어요?”
“안 읽어봤는데요. 하여튼 진짜 희한한 생각이네요. 우리 도서관에 거절당한 원고를 들고 사람들이 찾아온다니…. 그런데 정말 그런 걸 원하시는 거예요? 온갖 정신병자들을 보게 될걸요? 작가들이 별난 종자라는 건 온 세상 사람이 다 알고 있어요. 더군다나 책 한 권 못 낸 작가라면 오죽하겠어요? 이상한 꼴만 잔뜩 볼 거라고요!”
“그런 작품도 자기 자리를 찾는 거죠. 우리가 그런 책을 위해 자선을 베푼다고 생각하면 돼요.”
“아하, 저더러 실패한 작가들을 돌보는 마더 데레사가 되라는 말씀이군요.”
“맞아요! 일리 있는 말이에요.”
“….”
마갈리는 점차 그 아이디어가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새로운 모험을 꾸려가는 일에 기꺼이 동참했다. 장 피에르 구르벡은 〈리르〉나 〈마가진 리테레르〉 같은 문학잡지에 광고를 냈다. 출판되지 않은 원고를 제출하러, ‘누구도 원하지 않은 책들의 도서관’이 있는 크로종으로 오라고 제안하는 광고였다.
이 아이디어는 즉시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고 실제로 원고를 들고 찾아오는 이들도 생겨났다. 어떤 작가들은 실패의 산물을 내려놓으려 먼 길을 감수하고 찾아오기도 했다. 그 길은 마치 산티아고 순례길의 문학 버전처럼 성스러운 여정이었다.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길을 마다하지 않는 정신, 그건 자신의 책이 출판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상처 입은 마음을 떨쳐버리고 단어들을 지우기 위한 상징적인 의식이 되었다. 크로종이 프랑스 끝자락에 있는 마을이라 그 의식이 더욱 신성하게 느껴진 건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