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5798582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18-11-01
책 소개
목차
멜버른★
책머리에 …… 4
혹한에 길을 내어 준 하늘길 …… 13
광저우 경유 멜버른 툴라마린공항으로 …… 18
툴라마린공항의 빨간 스카이버스 …… 22
서던크로스역에서 리치먼드행 트램 무임승차 …… 26
한여름 몰빵 크리켓 광팬들 & 서머 크리스마스 …… 38
텅빈 멜버른 시티를 헤매고 다닌 이방인 …… 42
여행자, 호주의 이마트 콜스에서 장보기 …… 49
디목스서점에 가다 …… 56
정원도시 멜버른의 피츠로이가든 …… 64
Myki 카드와 트램 멜버른 대중교통 …… 68
디그레이브St. 다양성이 깃든 골목에서 …… 77
멜버니언도 관광객도 찾는 퀸 빅토리아마켓 …… 87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을 지나 멜버른뮤지엄과 왕립전시관 …… 90
자전거 타는 노아 크리켓 경기장의 함성 …… 97
가즈아~ 불꽃놀이 Happy New Year 2018 …… 105
멜버른의 애보리진 …… 111
페더레이션 스퀘어&멜버른 랜드마크 …… 113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멜버른 아트센터 …… 108
그레이트 오션로드 神들의 운동장 …… 124
론즈데일 스트리트 그리스 레스토랑에서 …… 128
호주의 자랑 멜버른대학교 파크빌 캠퍼스 …… 131
호주의 티샵 T2 Tea Too …… 135
웅장한 옛 교회들 쇠락한 영성 …… 140
달궈진 멜버른 43도 도크랜드 하버타운을 가다 …… 144
단데농 꼬마기관차 퍼핑빌리 …… 147
한국으로 짐을 부치다 …… 153
빅토리아 주립도서관 최고의 환경 …… 156
굿바이 멜버른, 국내선 아발론공항 …… 158
시드니★
시드니 공항 드디어 우버 택시를 타다 …… 166
시드니 로열 보타닉가든 맥쿼리 부인의 의자 …… 171
하버브리지 브리지클라임 …… 177
록스와 디저리두 공연하는 애보리진 …… 182
포트스테판 투어 수박 겉핥기 …… 188
조지 스트리트 라이트레일 퀸 빅토리아빌딩 …… 192
헤이마켓 이벤트시네마 영화「The Post」 …… 196
서큘러 키에서 먹는 아쉬운 캥거루고기 …… 198
맨리비치 가는 서큘러 키의 페리 …… 202
구깃구깃한 셔츠, 오페라하우스를 가다 …… 209
낭만적인 항구 달링하버와 동물원 …… 216
시드니를 떠나 다시 겨울나라로 …… 221
지연되는 비행기 만만디 광저우공항 …… 223
여행을 마치며 …… 225
책속에서
성탄절 새벽까지도 예측불허였던 인천공항, 이번 겨울에 불어 닥친 예상치 못한 한파로 항공기의 운항을 전면 중단했던 인천공항이 현재까지는 이착륙이 부분적으로 허용되어 점차 정상화되고 있다고 했지만 여전히 항공사에 따라 몇 시간씩 지연되는 상황이다. 달리는 버스에서 공항 앱을 통해 실시간 확인하고 있는 마리는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비행기가 지연되지 않고 출발할 수 있을지 짐짓 태연한 척하는 그녀도 내심 걱정이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광저우행 비행기가 예정대로 이륙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 평소 무사태평한 마리도 마음을 졸여야 했다. 중국 광저우공항에서 멜버른행 비행기로 갈아타야 하는데 인천공항에서 비행기가 지연되기라도 했다면, 멜버른행 비행기 탑승은 어찌되었을지 낭패스러운 일은 상상만으로도 아찔했다.
예년에 없던 강추위는 이틀 동안 인천공항만 해도 1천 대가 넘는 비행기의 발을 꼼짝 못하게 묶어 놓았다. 그러자 연말연시를 해외에서 보내려던 사람들은 뜻하지 않게 공항 노숙인(?)이 되어야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마리가 도착해서 본 공항은 북새통의 광경이 온데간데없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이다.
한껏 여유롭던 유럽풍의 풍경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멀리 드넓은 항만이 펼쳐졌다. 높은 빌딩들이 우후죽순 모습을 드러내자 창밖 풍경에 취해 있던 마리의 느슨했던 마음은 누가 등 떠밀지 않아도 긴장감이 돌았다. 스카이버스가 서던크로스Southern Cross역 터미널로 들어섰다. 2006년에 완공된 서던크로스역은 멜버른을 드나드는 수 많은 기차의 거점據點 역이다. 기차를 이용하거나, 공항 셔틀버스로 멜버른 시티에 들어오면 처음 마주하는 곳이 서던크로스역이다. 역 중앙의 거대한 계단은 만남의 장소이자 서던크로스역 내부와 스펜서스트리트Spencer Street를 연결해 주는 공간이다. 서던크로스역은 초현대적이면서 아름다운 건축물로 명성이 자자할 뿐만 아니라, 멜버른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서던크로스역에서 밖으로 나오자 방향감각이 없다. 구글맵 보기를 유난히 힘들어하는 마리의 머릿속은 서서히 헝클어진 수세미가 되어 간다. 바짝 긴장한 마리와 달리 서던크로스역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있는 노아. 그의 어깨 위로 남반구의 태양이 빛났다. 청년은 청춘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모든 것이 기회이자, 찬란하게 빛나는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무계획이 주특기인 마리. 굳이 그녀의 플랜이라고 하면 노아를 데리고(?) 탈 없이 멜버른공항에 도착하는 것까지였다. 지금까지의 순조로운 여정이 리치먼드의 안드레아 집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며 우선은 트램정류장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멜버른 시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종이 지도가 없으니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공항에서 멜버른Melbourne 시티 지도를 구했어야 했던 것은 아닌지, 곁에 있는 노아에게 맡겨 두고 안심해도 되련만 철커덩거리며 달리는 트램을 보며 서던크로스역 앞을 서성이는 마리, 정신이 없다.
침실로 내려와 짐을 풀고 있던 노아가 뚱하게 한마디 던진다.
“안드레아의 호의를 거절한 안여사의 매너는 꽝이에요.”
“내가 뭘 어쨌길래?”
안드레아와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는 것이다. 노아가 제 엄마를 놀리거나 못마땅할 때 쓰는 ‘안여사’ 호칭을 또박또박 써가며 말하자, 차 한잔 안 마신 게 뭔 대수라고 핀잔까지 들어야 하나 싶어서 아들의 말 한마디에 발끈한 그녀.
“안드레아가 괜찮다고 하잖아! 노아, 긴 비행과 집을 찾아오느라 파김치가 된 지금 뜨거운 차를 마실 정신이 있었겠니?”
“아이구야! 안여사, 한국 아지매 다 됐네.” 뒤통수에 꽂히는 노아의 눈초리는 안 봐도 비디오다.
마리가 짐을 푼 뒤에 안드레아가 왔더라면…… 서툰 영어지만 차 한 잔하며 여유 있는 인사를 나누었을 텐데 안드레아는 왜 하필 요맘때 오냐고! 차라리 일찍 오던지, 열쇠와 씨름하느라 괜히 땀만 뻘뻘 흘렸다.
마리는 가방 정리를 빨리 끝내고 쉬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정작 허리 아픈 그녀보다 노아가 침대에 눕더니, 가방 정리는 뒷전이고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여행가방의 옷을 정리해서 옷장에 챙겨 넣고 내일 아침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 놔야 할 것 같은 마리는 노아처럼 태평하게 잠을 잘 수가 없다. 눕자마자 잠이 든 노아를 내려다본다. 녀석이 내색은 안 했지만 긴 여정에 나름 긴장했을 터이다. 베개에 머리가 닿자마자 피곤을 이기지 못한 노아가 안쓰럽다. 한편 대견한 생각이 들면서도 아들의 집사로 따라온 여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예감은 언제나 맞을 확률이 높다는 게 더 우울한 법이다.
헉!~ 그러면 안 되는데…… 안 돼!…….
노아의 집사가 되든 말든 몽롱하게 감겨오는 눈꺼풀을 이길 재간이 없다. 크리스마스 연휴의 남은 여운을 즐겨보지 못하고 그녀마저 잠에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풀다 만 여행가방은 덩그마니 내팽개쳐진 채, 따가움을 털어낸 햇살이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자 방안에 고요한 정적이 흐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