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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5835515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18-06-2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엄마와 나, 여행하는 사이 6
상파울루에 내리는 눈 12
1부 여행, 낯선 곳의 선물
바다 위를 달리는 기차 틀을 깨다 24
산들아? 산드라! 사람으로 이어지다 42
할머니의 부엌 환대를 배우다 54
수크레의 마들렌, 치차 할머니 잃어버린 나를 찾다 70
2부 여행, 길 위의 학교
그곳에 사랑이 있었다 그리스, 나프팍토스 88
그들의 인생 법 터키, 이스탄불 104
사막에서 삶을 배우다 이집트, 시와 오아시스 122
진실과 만나는 여정 베트남, 호찌민 138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는 곳 볼리비아, 알티플라노 150
3부 여행, 추억의 보물 창고
영혼을 내려놓는 곳 과테말라, 아티틀란 호수 164
삶의 두 얼굴을 보다 과테말라, 안티구아 176
추억의 보물상자를 열다 페루, 오얀따이땀보 190
소금사막만 있는 곳이 아니야 볼리비아, 우유니 212
작고 소박한 것들의 도시 칠레, 발파라이소 228
4부 여행, 가족의 사랑
기억의 빈자리를 채우다 일본, 미야자키 244
할아버지의 디아스포라 일본, 나고야 256
아빠를 발견하다 서유럽, 프랑스 270
화양연화를 만들다 일본, 나라 288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 선인장의 이름은 시어머니 방석이랍니다.” 온통 가시로 뒤덮인 쿠션 같은 선인장 앞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한국에서 온 여인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국적도 언어도, 문화도, 나이도 달랐지만 시어머니에 대한 감정은 세계 공통이어서 ‘시어머니 방석’이라는 한 마디가 서로에 대한 공감과 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서로 가족이세요?”
“아니요. 우리는 여행길에서 만난 사이에요. 상파울로에서 산 페드로까지 50시간이나 걸리는 버스를 타고 왔어요. 3일 동안 같은 버스를 타고 왔더니 친해져서 지금은 일주일째 같이 다니고 있어요.”
“저는 가족인 줄 알았어요. 분위기가 너무 화기애애하고, 또 얼굴도 닮았더라고요.”
“당신들은 어떤 사이에요? 당신들도 여행지에서 만난 사이?”
“하하, 저는 얘 엄마예요. 딸이랑 같이 여행 중이에요.”
“뭐라고요? 모녀지간이라구요? 세상에, 자매인 줄 알았어요.”
20대 두 명과 40대 두 명으로 이루어진 4명이라서 자매와 조카쯤으로 생각했었다. 그들 역시 우리 이야기를 듣더니 깔깔 대었다. 그리고선 온갖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지구의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이지만 그 순간 우리는 비슷한 고민을 가진 하나의 공통체가 되었다. 어는 곳이든 세상살이가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자신의 일이 너무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한 친구는 사무실 책상에 붙여 놓은 여행 사진 한 장으로 자신을 위로한다고 했다. 내가 여행에서 얻은 에너지로 일상을 사는 힘을 얻은 것처럼 그 친구에게도 여행은 삶의 비타민이었다.
-‘산드라? 산들아!’ 중에서
“우리나라에는 왜 왔나요?”
“무엇을 타고 왔나요?”
“한국이라는 나라는 여기서 얼마나 먼가요?”
“이스탄불에는 며칠 동안 있을 건가요?”
“이스탄불이 마음에 드나요?”
“한국에서는 어떤 말을 쓰나요?”
초등학교 1학년다운 질문이 이어졌다. 나는 아이들의 질문에 성의껏 대답해 주었고, 간단한 한국어 수업도 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강진숙입니다.” 같은 인사말과 이름을 한국어, 영어, 터키어, 이탈리아어로 비교하는 활동도 하고 교실을 나왔다.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던 나와 달리 오마르는 스스럼이 없었다. 그 덕분에 초등학교 교실을 방문할 수 있었고, 아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그때의 경험으로 나 역시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용기를 얻었다.
-‘그들의 인생법’중에서
아센소르를 타고 오른 창공 박물관에서는 주민들의 삶과 꿈을 담은 벽화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언덕에서 내려다 뵈는 쁘랏 부두에는 태평양의 보석이었다는 말답게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었고, 배를 타느라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휴일 오후의 한때를 보내는 친구들, 햇살을 즐기는 가족들로 가득했다. “나는 마음이 행복한 사람이다.”라던 네루다 역시 쁘랏부두를, 창공박물관을 걸으며 질문을 던졌을까? 작고 소박한 것들이 빛나는 발파라이소의 언덕에서 나는 그의 마지막 질문을 떠올렸다.
“나는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하려고 왔는지?”
-‘작고 소박한 것들의 도시’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