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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의 꽃

탈의 꽃

(숨이 멎을 듯 이어지는 영혼을 품은 소설)

이경 (지은이)
이든북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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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의 꽃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탈의 꽃 (숨이 멎을 듯 이어지는 영혼을 품은 소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5868445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16-10-10

목차

1 둥둥, 꽃갓 쓰고 7
2 대숲으로 가는 길 43
3 꽃다지 73
4 주지 한 쌍 95
5 동굴 126
6 신호등 148
7 양대꽃 173
8 신들의 얼굴 207
9 총각탈 233

저자소개

이경 (지은이)    정보 더보기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1997년 농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다. 2002년 동서문학상에 단편소설 「청수동이의 꿈」으로 대상, 2022년 직지소설문학상 중편소설에 「달루에 걸린 직지」로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장편소설 『는개』, 『탈의 꽃』, 소설집 『도깨비 바늘』, 『아름다운 독』과 에세이집 『아난다가 보내온 꽃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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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둥둥, 꽃갓 쓰고
오!!
산주의 감탄 소리가 터지는 찰나였다.
둥둥!!
멀리 하늘 끝 언저리에서 강신제를 알리는 신호가 울려 퍼졌다. 소나무 내림대를 든 산주가 마을 어귀에 나타나자, 의식을 알리는 북소리가 새벽빛 속으로 안겨들었다. 두 명의 광대가 서낭대를 건네받아 어깨에 둘러메고는 서낭당이 있는 화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산주와 광대가 입고 있는 흰 두루마기가 북소리 장단에 맞춰 펄럭댔다. 울긋불긋한 꽃갓을 쓴 광대들의 몸짓이 바람에 휘날리듯 유연했다. 꽃갓을 쓰지 않은 각시광대가 광대의 어깨에 서서 두 팔을 흔들어댔다. 몹시 유유자적한 모습이었다.
광대가 메고 온 서낭대를 서낭당 처마에 세우는 동안 산주는 서낭대에 당방울을 달아 강신이 내려오도록 두 손 모아 빌고 빌어 길을 터놓기 시작했다. 이어 산주가 서낭당에 들어가 제물을 진설하고 점검을 하자, 유사가 조심스럽게 종지불에 불을 밝혔다. 광대들은 서낭당 밖에 일렬로 서서 읍을 하기 시작했다. 산주는 당방울이 매달려 있는 내림대를 두 손으로 붙잡고 신내림을 받아 모실 준비를 하였다. 곧 산주가 재배 합장을 하고 낭랑한 목소리로 기도문을 읽어 내려갔다.
“해동 조선국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 무진생 성황님!
앉아 천리 서서 만리, 명경만리 보시는 성황님이 뭐를 모르실니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기 위하여 내일부터 별신굿을 거행하고자 하오니 성황님께서는 마을 사람들이 정성껏 마련한 제수를 흠향하시고,
어깨잡고 소매잡고 설설이 내리소서
내리소서 내리소서 서낭대에 내리소서.”

순간, 둥둥!! 광대들이 힘껏 북을 쳤다.
북소리가 질굿장단에서 세마치장단으로 넘어가는 순간, 산주의 얼굴이 붉게 변하더니, 서낭대가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올 것이 온 것이다. 이때 밖에 엎드려 있던 광대들이 모두 일어나 산주의 헛기침 소리에 맞추어 재배한 다음 일렬로 섰다. 북소리로 가득한 서낭당 주위는 범상한 기운이 맴돌았다. 더 이상 다른 소리가 끼어들지 못하고, 바람소리와 새소리마저 북소리에 갇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계속해서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북소리가, 그 북소리가 광대들의 가슴 속에서 쿵! 쿵! 거리다가 해인이 누워 있는 이부자리 위에 쿵하고 내려앉는다.
흠씬 놀란 해인이 눈을 번쩍 떴다. 늦도록 탈방에서 작업을 하다가 새벽녘에 겨우 잠이 들었던 것이다.
둥둥!! 쿵쿵!!
동네 땅 울음소리인지 북소리인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해인은 눈을 껌벅거렸다. 동네어귀에서 광대들의 북소리가 넘나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곧 마음을 놓았다. 요즘 들어 부쩍 해인은 꿈을 꾸었다.
마을 입구 당산 나무 아래에서 서낭신께 제를 올린다는 북소리신호가 연신 둥둥! 거렸다. 해인은 가슴속 깊이 숨겨두었던 그 무엇이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며칠 전부터 당산나무가 울어댔다. 마을에 변고가 있을 거라는 징조라며 마을 어른들이 이구동성 쑥덕대더니 급기야 하회별신제를 올리자는 의견이 나왔다. 바로 오늘이 그 날인 것이다. 아홉 개의 하회탈과 두 개의 주지탈이 마을의 안녕을 위해 재물로 바쳐지는 날이다.
사실 하회탈은 열 한 개의 탈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으로써는 아홉 개 탈만이 마당 놀음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잃어버린 세 개의 탈을 아직까지 복원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이다. 몇몇 장인들과 화가들이 모여 복원을 시도 했지만 결국 부정 타는 일이 생겨 중도에 하차해버리고 말았다.
그러다가 잃어버린 세 개의 탈을 스승이 복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스승의 건강이 악화되자, 스승이 마을 촌장과 유지들을 설득해 해인이가 제작하는 게 좋다고 추천했던 것이다. 스승은 젊은 기운을 탈 속에 심어 놔야 한다는 이유로 해인을 데려가 마을 유지들 면전에 선보였다. 처음에는 여자라는 이유로 꺼림칙해 하는 유지들도 몇 있었지만 스승이 워낙 강경하게 추천을 하는 통에 해인이 낙점된 것이다. 탈을 제작하는 비용은 모두 마을 공동예산처리하기로 했기에 해인으로써는 기회였다. 하지만 자신이 그런 엄청난 작업을 삼칠일 동안 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더구나 해인은 가부장제도라는 틀에 묶여 있는 유지들의 눈에 들어 하지 않는 여자의 신분이었다. 몇몇 마을사람들이 고운 시선으로 봐줄리 없었다. 하지만 스승은 마을의 안녕이 더 시급하다며 그들까지도 모두 설득했다. 급기야 공산군에게 서울이 함락되었고, 전세가 불리하다는 풍문까지 나돌아 마을 사람모두가 스승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던 것이다.
해인은 하회마을을 오가면서 스승의 기술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잃어버린 세 개의 탈 복원과 국란을 막아내는 탈을 모두 제작하는 수제자의 위치에 오른 것이다. 너무나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잃어버린 세 개의 총각탈, 떡달이탈, 별채탈을 복원하는 일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더구나 삼칠일 가지고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워낙 전세가 위급하다보니 하루가 촉박했다. 해인은 그녀에게 맡겨진 임무가 막중하다는 중압감에 주눅이 들다가도 힘이 솟구쳤다. 더구나 여자가 아닌가. 전설에 의하면, 허도령이 탈을 제작할 때 부정을 탄다 해서 금줄을 쳤다. 금줄을 치고 들어앉는 순간부터 여자와 부정을 탄 사람의 범접을 막았다. 하물며 여자에게 하회탈 복원을 맡긴다는 것은 오랜 금기를 깨는 일이었다.
해인은 탈방에 들어앉아 탈 제작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는 동안 인민군이 3일 만에 서울을 점령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인심까지 흉흉해졌다. 몇몇 주민은 부산으로 거처를 옮겨가기도 했고, 더 남쪽으로 행선지를 옮기기 위해 마을이 술렁거렸다.
해인은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았다. 마을 어귀, 광대들의 꽃갓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그녀도 그 광대들과 함께 어울려 마을의 안녕을 비는 제에 참석해야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현기증까지 일어났다.
해인은 돌아서서 벽에 걸린 거울 앞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봤다. 동그란 두 눈, 오독하게 선 콧날, 깊게 패인 인중 아래 붉은 입술이 오목오목 조화롭지만 살빛이 창백하다 못해 백지장 같았다. 해인은 전과 분명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얼굴을 비비자, 바싹 마른 김처럼 얼굴이 바스락댔다. 살갗에 피어난 살 돋음이 분명 예전과 다른 파장을 일으키며 파르르 떨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불길한 기운이다. 그녀는 쓰러지듯 눅눅한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누웠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불길한 이 느낌, 뭔가 분명 일어날 것만 같은 조짐이 가슴에서 일어났다.
스승은 탈을 깎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강신을 받으라고 했다. 그 의식은 탈의 신을 몸 안에 모셔두는 일인데도 선뜻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얼마 동안 몸을 뒤척이다 설핏 나른한 잠 속에 빠져들었다.
‘욱!’
쓴 물이 목울대를 지나 입 안 가득 고였다. 그러고 보니 며칠째 속이 메스꺼웠다. 온몸이 버들가지처럼 축축 늘어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더구나 눈만 감으면 눈꺼풀 끝에 희미한 의식이 살아 꿈틀대며, 물 위를 동동 떠다니는 부표처럼 마음이 찰랑찰랑 흔들거렸다.
해인은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으나, 흐릿한 환영이 눈앞에 스치고 지나갔다. 때로는 알 수 없는 활자들이 뇌리 안에 깊숙하게 차고 들기도 했다. 그런 모든 게 마음의 중심을 잡지 못한 때문이라고 스승은 말했다.
‘아직 덜 여물었기에 허한 것이다.’
그때, 흐릿하게 한 여자가 기웃거리며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저 밑바닥까지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얼굴 가득 푸른빛이 도는 여자였다. 어디에선가 본 듯 낯이 익었다. 각시탈을 닮아있는 듯도 했다. 아, 자신을 몹시 닮아 있는 각시탈의 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혹시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래, 나에게는 어머니가 있었지?’
해인은 어머니를 떠올리며 몸을 버둥거렸다. 좀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가위에라도 눌린 것인지, 옴짝 할 수가 없었다.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기억들이 한곳으로 모아지고, 끝내 어른거리던 어머니 얼굴이 또다시 되살아났다.
어머니의 모습은 늘 같은 모습이었다. 그 영상은 오랜 기억이 만들어낸 파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매번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아, 언제쯤 그 모습이 가슴에서 지워질까?’
해인은 두 손을 움직여 깍지를 끼고 살살 비볐다. 두 손바닥 살갗의 열기가 느껴졌다. 점점 촉감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맞댄 손바닥 사이에 톱밥 알갱이가 끼어 있어 촉촉한 땀이 베어 나왔다.
그녀는 탈 깎는 일을 하는 공예가였다. 스승을 만나 탈 깎는 것을 배운 게 십 년이나 되었으니, 손바닥 지문이 없어질 때도 되었다.
탈을 깎다 보면 손 지문이 닳아 없어지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미세한 손끝의 움직임,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정교한 칼날의 흔들림까지도 읽어내야 하는 손의 감각을 가져야 했다. 하지만 손바닥 지문이 닳아 없어질 만큼 끌을 잡아도 손바닥 감각을 갖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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