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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독

아름다운 독

이경 (지은이)
이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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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독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아름다운 독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5868452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16-10-10

책 소개

이경의 창작소설. 이 책은 '명월이의 딸', '아름다운 독', '내목대장의 사랑', '23번 토우', '청수동이의 꿈'으로 구성되어 있다.

목차

명월이의 딸 6
아름다운 독 68
내목대장의 사랑 104
23번 토우 174
청수동이의 꿈 220

저자소개

이경 (지은이)    정보 더보기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1997년 농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다. 2002년 동서문학상에 단편소설 「청수동이의 꿈」으로 대상, 2022년 직지소설문학상 중편소설에 「달루에 걸린 직지」로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장편소설 『는개』, 『탈의 꽃』, 소설집 『도깨비 바늘』, 『아름다운 독』과 에세이집 『아난다가 보내온 꽃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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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명월이의 딸

명월이의 딸이 홀연 눈을 감았다. 그 소식을 전해준 안남댁의 떨린 음성이 한동안 지워지지 않았다. 하얀 수화기를 내려놓는 손가락이 부르르 떨었다. 가슴이 턱 막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명월이의 딸은 그렇게 자신의 뜻대로 홀로 눈을 감았다. 나는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린 가슴을 마구 쳤다.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거실로 나갔다. 밤새 켜 놓은 텔레비전에서 대여섯이나 되는 사람들이 뒤엉겨 붙어 엉엉 울고 있었다. 마치 나 대신 울고 있는 듯했다. 내 어머니 명월이의 딸은 그렇게 동도 트기도 전, 새벽 3시에 조용히 눈을 감았던 것이다.
밤새 이산가족 피붙이를 찾았다는 승전보가 터졌다. 한 달째 수많은 이산가족이 자신의 피붙이를 찾고자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그렇게 많은 이산가족이 흩어져 살고 있었는지…. 북쪽이 아닌 남쪽에서 벌어진 일에 새삼 놀라웠다. 너나 할 것 없이 울고 또 울고 있다.
한국전쟁 때 흩어진 저 많은 사람들은 까마득한 기억을 되살려내 피붙이를 만나기 위해 피 눈물을 쏟고 있었다.
넋이 나간 채 마냥 텔레비전 앞에 주저앉아 있었다. 우선 무엇을 해야 할지 당황스럽고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미 거실 창문 밖이 환했다.
‘내 눈감는 그 순간, 모든 것이 끝나는 거다. 걱정하지 마라. 어미가 우리 딸 수와 손주 균에게 남아있는 티끌만큼의 업장까지도 가져가마. 내 대에서 끝나야지, 내 딸에게는 절대로 옮겨가지 않도록 저승 가서도 빌고 빌 거다. 걱정하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그놈의 불행의 씨앗을 송두리째 뽑아버리고 말 것이다.’
어머니와 병실에서 함께 보낸 마지막 밤, 그날 잠결에 쏟아내던 말이었다.
‘아, 반닫이 안에 어머니의 편지가 있다고 했지?’
갑자기 어머니의 편지가 생각났다. 그곳에 해야 할 일을 써두었다고 미리 알려주었다. 서둘러 안방 반닫이 속 어머니의 편지를 꺼내 들었다. 마치 이산가족의 인적사항 같은 것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간략하게나마 가족력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는데, 조상들의 이름과 몇 남지 않은 후손들의 이름들이 맨 첫 장에 쓰여 있었다.
두 번째 장부터는 자신이 눈을 감으면 딸인 내가 어떻게 장례준비를 해야 하는 것과 연락할 보살들과 악사재비들의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그 편지를 읽는 순간, 입술이 파르르 떨며 경련을 일으켰다. 자신의 죽음을 차곡차곡 정리하며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지….
세 번째 장에는 수목장 순서를 적어놓았는데, 반야암 앞마당 목련나무 아래 유골을 묻어달라고 했다. 숨을 깊게 몰아쉬었다.
‘과연 이렇게까지 인생을 깔끔하게 정리한 명월이의 딸 반야는, 선대의 업장까지도 쓸어 담아 갔을까? 더 이상 그의 딸인 나에게 덮쳤던 온갖 불행까지 모두 걷어 갈 것이란 말을 믿어도 되는 것인가. 올 봄에 군대 간 아들 균에게 명월이의 피와 반야의 기운이 꽃잎처럼 피어나지 않을 것이며, 그 영향력이 후대에서도 절대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약속 지켜낼 수 있을까.’
난 어머니의 부음을 듣는 그 순간 나와 아들 균에게 전해질지도 모를 무당의 세습을 두려워했다. 혹시나 어머니의 정수리에 꽂혀 있던 그 붉은 기운이 연기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다가 나와 아들 균의 몸속에 똬리를 틀며 주인 행세를 할지가 걱정스러웠다.
또 다른 한 팀이 이산가족들을 찾았다. 서울 사는 아들이 부산 사는 노모를 만나는 장면이 화면 가득하다. 오른 쪽 반백의 어머니와 왼쪽 흰머리가 성성한 아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꼭 닮았다. 누가 봐도 모자지간이다. 그들이 텔레비전 화면을 끌어안고 울고불고 통곡을 한다. 한시라도 빨리 만나자고 하던 어머니가 기진맥진한다.
난 내 어머니를 가까이 두고도 어머니를 전혀 알아보지를 못했다. 아니 양부모 이었던 서울이모와 이모부가 어찌나 훈육에 열심이었던지 생모였던 반야 어머니의 모습은 아주 깨끗하게 지워냈다. 그런 탓에 지워진 그 자리에 어머니를 다시 들어앉히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사실 성수동에서 잠시 함께 살기 전까지도 서먹서먹했다.
이제 옥천으로 떠날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런데도 나는 거미줄처럼 엉켜버린 생각들로 방향 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주저앉아 있다.
어머니 편지 마지막 네 번째 장을 넘기는 순간이었다. 뒷장 한쪽 구석에 써 있는 글이었다.
‘혹시나 내가 무당의 세습의 고리를 풀어내지 못한다면, 그 다음의 처방을 귀띔해주겠으니 잘 보관해라. 눈이 열리고, 입이 열리고, 귀가 열리면 절대로 신을 거부할 수 없으니 그냥 순순히 받아 들여야 한다. 그래야만 살 수 있다. 만약을 위해 하는 말이다. 어미가 딸을 위해서 그깟 고리 하나 못 끊어내겠느냐만 그래도 신의 조화는 아무도 모른다. 반닫이 안에 따로 싸둔 흰 보자기 안에는 내 어머니 명월로부터 받은 비서와 유품들이 있단다. 부적을 찍는 도장들과 영사, 붓 그리고 설명서가 들어있으니 혹시나 해서 남겨둔다. 가장 귀하게 여겨야 할 것은 경문요집이다. 그 서책 안에는 어미가 그동안 해왔던 온갖 의식들이 자세하게 적혀있구나.’

헛웃음 소리가 났다. 당신 자신이 모든 업장을 끌어안고 가겠다고 자신만만했는데, 이런 자투리 글을 왜 서놓았는지…. 쏴! 쏴! 뇌리 속 깊이 붙어있던 어머니와의 아픈 기억들이 총총히 되살아났다.
그때, 병원 사무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어머니의 장례절차를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다. 반야암에서 수목장으로 치를 것이며, 곧 어머니를 인수하러 병원으로 내려 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철커덕 수화기 떨어지는 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더니 달팽이관에 파장을 일으켰다. 한동안 귀를 누르고 멍하니 서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 어머니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모든 것 다 버리고, 어둠 걷힌 저 붉은 하늘 속을 훨훨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을까.’
재개발 순위에서 저만큼 빌려난 성수동 오래된 4층 빌라, 그곳에서 어머니와 나는 아주 잠깐 모녀의 정을 나누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좋은 모녀관계를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그런대로 서로 피를 나눈 혈육이라는 것 만큼은 확실하게 각인 시켰다. 서로가 깊게 각인 시킨 자잘한 일상들이 떠올라 촛불을 방방마다 환하게 밝혔다. 혹시나 자신의 체취를 지워내기 위해 어머니가 찾아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지체하면 병원 사무장의 약속을 지킬 수가 없는 것이다. 서둘러 옥천으로 떠나기 위해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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