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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6007393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8-11-15
책 소개
목차
INTRO
1 전범과 계승
2 휴지(休止)
3 비극적 부정성과 정당화
4 보유(補遺): 비극적 주체성의 개념에 대하여
5 초월의 연극론
저자에 대하여
옮긴이의 말
괴테 연보
책속에서
괴테가 고대의 전범들로부터 끌어온 가장 중요한 형상화의 힘은 무엇보다도 그 복잡다단한 시간의 구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 시간적 층위들이 교차됨으로써 순차적인 연속성은 복선과 반추들로 인해 교란되고, 헝클어진 시간의 축은 우리로 하여금 위반과 죄, 고통과 속죄의 거대한 신화적인 순환을 느끼도록 만듭니다. 신화적인 시간과 운명이 자아내는 매듭들의 이와 같은 출현이야말로 비극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신화적 작용의 힘을, 괴테는 소포클레스의 전범을 수용함으로써 『파우스트』의 근대 세계로 불러냅니다.
진정 천재적인 시인의 발상은, 젊은 파우스트의 기도 안에 자기 고양이라는 비극적 경향이 드러나고 있다는 데에서 엿보이고 있습니다. 파우스트는 그가 “희망”과 “믿음”이라는 기독교적인 미덕을 증명했다고 회고하지만, (……) 무언가를 “강제하기를” 바라는 기도는 그야말로 오만에 다름 아니며, 신의 권능을 자신의 것으로 삼고자 하는 노력이기 때문입니다. 젊은 시절에 대한 회상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오히려 자기 고양의 충동에 의해 촉발된 종교의 도구화이며,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할 때, 비로소 마법과 관계를 맺는 일의 진정한 비극적 의미가 확보될 수 있습니다. 종교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리고 마법으로 기울어지는 그의 전환은, (……) 절망에 찬 저주를 선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저주는 마침내 메피스토펠레스―마법의 도구성이 인격을 지닌 형상으로 육화된 존재―와의 계약이라는 불길한 행보를 내딛는 것으로 구체화됩니다.
비탄은 파우스트가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절감하는 순간에, 보다 정확하게는 인간적인 존재를 넘어선 무한자가―비극의 중심인물인―파우스트에게로 덮쳐드는 순간에 출현합니다. 비극적인 격정이 특수하게 경험되는 이러한 차원을, 괴테는 인간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인간적인 경험으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젊은 베르터의 고뇌』 이래로 “인간성의 한계”를 둘러싼 실존적인 질문이 괴테에게 있어 예술을 통해 극복해야 할 주된 문제의식이었음을 떠올려 본다면, 『파우스트』는 분명 괴테의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중대한 비극적 탐색이 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