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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이탈리아소설
· ISBN : 9791196101244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18-01-16
책 소개
목차
제1부 전체가 항구다
제2부 갈망
*뒷이야기&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피노 신부님은 종이 상자를 가지고 나타났다. 그러고는 교실 중앙에 상자를 내려놓더니 안에 뭐가 들어 있을 것 같냐고 물었다.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신부님은 상자 위로 펄쩍 뛰어올라 상자를 뭉개놓았다. “아무것도 없다. 내가 있구나. 난 상자 부수는 사람이야.” 사실이었다. 신부님은 자신을 숨기는 상자, 자신을 가두는 상자, 틀에 박힌 진부한 것들의 상자, 빈말 상자, 핑크 플로이드 노래의 벽처럼 사람과 사람을 구분해 두꺼운 벽을 만드는 상자를 부수는 사람이다.
무관심과 증오로 가득 찬 회색 눈을 가진 아이는 흐느끼는 소리를 듣고 뒤돌아보았다. 아이의 눈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선량한 눈빛이 반짝였다. 교장 선생님이 아이를 밀쳐내는데도 아이는 선생님을 계속 바라보았다. 아이는 손길을 뿌리치고 선생님에게로 달려가 포옹하며 앞으로 변하겠다고, 변하겠다고, 변하겠다고 소리쳤다. 그날부터 아이는 선생님의 치맛자락에 강아지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누구도 그런 변화를 설명하지 못했다. 아이가 선생님에게 그 비밀을 털어놓았다. “누구도 나 때문에 눈물 흘린 적이 없었어요.” 그 아이는 사랑받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삶이 아이에게 가르쳐준 유일한 규칙, 즉 파괴하면서 관심을 끌었던 거다.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은 파괴를 한다. 어떻게 만드는지 배우기 위해, 혹은 잠깐 동안이나마 존재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만든 것을 파괴한 것일 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