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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6117436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18-09-29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시간의 매개입자
빅뱅
퀘이사
낯선 전쟁
빛의 DNA
25,000,000,000,000,000,000㎞
다람쥐의 시간 널뛰기
외계인과 UFO
슬픔의 관성력
전자구름
Sun
피라미드
보이저 X
꿩의 양자물리학
제2부
홍길동의 이중슬릿 실험
빈 방에 대한 기억
진드기
인공지능
시간의 불연속면
블랙홀
가상현실
혀
생명의 기원
강아지 풀
눈
행성의 언어
항아리 속 우주
오래된 창고
제3부
사람은 사람을 향해 공전한다
발자국 화석
여분의 차원
cosmos
링우다이트
빙하기
휴머노이드
이 세상에 없는 그림
오월의 대숲
진화의 계통도
아버지의 시간
문의 경계
Mercury
wormhole
제4부
테라포밍
중력 가루
기호의 목적
외로움의 특수 상대성
시간의 영역
Moon
에일리언
공간 복사
그늘과 어둠과 슬픔은 같은 종족이다
Mars
돌연변이
planet
원자 안의 우주
약 70만 년 전 최초의 살인사건
해설 : 우주적 시간 의식과 자기 기원의 상상-유성호
●수록 작품
저자소개
책속에서
시간의 매개입자 외 2편
시간과 사람 사이에도
기억의 강을 흐르게 하고 전달하는
매개입자가 있다
삶의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져
매개입자가 필요 없어지는 때가 오면
우리는 처음으로
시간의 맨 얼굴을 보게 된다
매개입자가 사라진 시간은
그 전부터 우리를
잘 알고 있기라도 하듯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한다
머리를 쓰다듬고 턱을 간질여도
시간은 달아나지 않는다
시간은
늙고 주름진 우리의 목과 손등을 핥다가
폴짝 뛰어 안기기도 한다
병들어 우리가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옆에 온 시간은
우리 곁에 조용히 눕게 된다
우리들의 장례식
그 마지막 조문이 끝나고 나면
시간도
자신이 처음 왔던 곳으로 돌아가게 된다
퀘이사
이른 시간
지하철을 갈아타고
일산에 일가고 있는 내 아버지는
꼽추다
꼿꼿하게
허리와 고개를 세우고 서 있지만
그의 머리와 등은 이미
어두운 하늘과 구분도 없이 맞닿은
먼 바다의 수평선을 닮아 있다
꼽추가 아니 내 아버지가
아니 아니
불룩하게 솟아오른 저 등이
빈자리를 찾아 가 자리에 앉기 전까지
출근길 사람들의 모든 시선은
동트기 전
천문대 망원경에 기를 쓰고 밀어 넣는 눈처럼
한 곳을 향해 집중해 모여들고 있었다
빛에너지를 충분히 흡수했는지
아니면
어떤 모멸과 부끄러움이 시뻘건 혹에 가득 찼는지
원뿔은 점점 더 크게 부풀어
꼽추의 등에서
눈부시게 강렬한 섬광이 터져 나온다
아주 멀리서 봐도 유난히 밝게 빛나는
해 뜨기 전
저 새벽 지하철 한 칸
발자국 화석
바닷가 바위에서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다
수백만 년이 지나도
저렇게 선명한 화석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건
누군가
물 묻은 진흙길을
쉴 새 없이 걸어갔다는 거다
지층 깊은 곳에서
오랜 시간 누군가가
어두운 땅 속을 헤매고 있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