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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96123482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18-08-31
책 소개
목차
1. 피고인의 순종
2. 피해자의 악덕
3. 증인의 겁약
4. 변호인의 고뇌
리뷰
책속에서
‘뭔가 잘못됐겠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미코시바가 간토 의료소년원에 있을 때 담당 교관이 이나미였다. 그는 성격이 무뚝뚝하고 거칠었지만 미코시바는 그에게서 속죄의 의미를 배웠다. 자신의 삶에 한 줄기 빛이 내린 것도 이나미 덕분이었다. 불현듯 그의 두꺼운 눈썹과 아래로 처진 눈꼬리가 뇌리를 스쳤다. 불도그처럼 우락부락한 인상이었지만 웃을 때 묘한 매력이 느껴졌었다. 그런 이나미가 사람을 죽이다니. 꿈에도 상상 못 할 일이다.
미코시바는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잠깐 다녀올게.”
“교관님. 저는 교관님을 구하고 싶습니다.”
“노력하는 건 자유지만 난 도치노가 미워서 죽였네. 나한테는 확실한 동기가 있어. 또한 완벽하게 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일을 저질렀지. 그 사실들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뒤집지 못할 걸세.”
너무도 단호하게 말하는 통에 현기증마저 느껴졌다.
실생활에서라면 모를까, 법정 다툼에서 이런 단호함은 부정적인 영향만 끼친다. 이 남자는 다투기 전부터 적의 총탄에 맞기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어떤 피의자건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인간이든 속죄할 권리가 있지. 내가 그렇게 가르친 걸 벌써 잊었나?”
미코시바는 말문이 막혔다.
잊었을 리 없다.
“남에게 가르쳤으면 스스로도 실천해야지. 난 내 손으로 직접 사람을 죽였네. 그러니 내 죄의 크기에 합당한 벌을 받으면 그만이야. 나는 기꺼이 벌을 받기를 원하네.”
이나미는 결연하게 말했다. 정면에서 이야기를 듣는 미코시바는 크게 당혹했다.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처벌받기를 원하는 의뢰인.
지금껏 수많은 안건을 맡아 왔지만 이번 의뢰인이 떠올릴 수 있는 의뢰인 중 가장 최악이다.
참으로 얄궂은 일이다.
세상에는 사람을 죽여도 죄를 물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전쟁, 사형, 소년 범죄, 형법 제39조, 그리고 긴급 피난이다. 미코시바 자신도 소년법의 보호를 받아 형을 면했으니 그 점에서는 도치노와 같은 부류에 속한다. 그러나 비단 법률에 의한 처벌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법률에 의해 처벌받지 않은 자도 결국 다른 무언가로 판가름을 받아 골고다 언덕을 오른다. 미코시바는 범죄자의 변호를 맡는 형편이 되었고, 도치노는 전직 소년원 교관에게 살해되는 처지가 됐다. 둘 다 벌을 받은 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쪽은 앞으로도 영원히 이어지는 속죄, 다른 한쪽은 한순간에 끝나 버린 속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