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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96373894
· 쪽수 : 224쪽
책 소개
목차
추천사
1부 | 2부 | 3부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목탄보다 검은 밤이었다. 이 행성의 밤하늘을 닮은 칠흑의 눈동자를 감으면 흑백의 꿈이 보였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예전부터 루카스가 꾸는 흑백의 꿈에 희미한 하얀빛 속에서 검은 머리 남성의 뒷모습이 보였다. 하얀 제복을 입은 그의 앞에는 반짝이는 하얀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꿈속에서 어른이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시리고 차디찬 인상이었다.
그가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아이를 불렀다. 뭐라고 부르는지 잘 들리지 않았지만, 간결하고 무게감 있는 다정한 목소리였다. 그 어른은 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나거나 청년의 모습 또는 지금처럼 제복을 입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검은 머리의 어른은 눈빛이 신기했다. 아이는 희고 검은 것이 전부인 꿈에서 깨고 나면 어른의 눈동자가 자세히 기억나지 않았다. 그 어른의 눈동자는 ‘희다’ 또는 ‘검다’라는 말로 형용할 수가 없었다. 그의 얼굴 중 잘 보이는 것은 그의 눈동자뿐이었다. 반짝이는 그의 눈동자는 물보다 맑았다.
_ 1부
‘색깔이 뭐지? 평생 색깔을 몰라도 상관없지 않을까? 파란 하늘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늘이 파란색이 될 수 있고, 투명한 바닷물이 파란색으로 보일 수 있을까? 과거에는 태양이 파란색이었을까? 파란색을 보고 어떻게 시원함을 느낄까? 파란 하늘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파란 하늘은 어떻게 맑고 아름다운 걸까? 그리고 파란색은 과연 무엇이지? 태어났을 때부터 눈이 안 보였던 아우겐은 파란색을 이해했을까?’
나무 그늘에서 아이는 파란색을 상상했다. 흑백의 하늘은 아이의 마음에 들기에 충분했지만, 아이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 가슴이 펼쳐진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루카스는 누군가가 자기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미지의 생각에 빠져 있었다.
“루카스, 집에 갈 시간입니다.”
검은 피코트를 걸친 어른이 자세를 낮추고 아이의 앞에 서 있었다. 젊은 어른은 명화에 나오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그는 차가우면서도 무뚝뚝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보니 마치 조용히 고뇌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선명한 목소리에 루카스는 상상을 멈추었다.
_ 1부
퀸실러호는 모든 움직임을 멈췄고, 모든 소리를 멈췄다.
우주선의 문이 쏟아지는 차가운 연기와 함께 천천히 열렸다.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우주선을 바라보며, 옛날 그림책에서 본 화성인과 달나라 사람의 모습을 기대했다. 호기심 많은 루카스와 올리브도 멀리 떨어진 사찰에서 망원경으로 우주인의 갑작스러운 등장을 관찰하고 있었다.
망원경의 렌즈를 통해 위고와 네 명의 조사대원이 대지로 천천히 내려오는 게 보였다. 그들은 광활한 흑백 풍경을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이곳이 태초의 인류가 생겨난 곳…….”
“이렇게 모노크롬의 세상이 있었다니.”
위고 일행은 평탄한 대지를 천천히 걸었다. 백색의 토양은 매우 균일하고 매끈했다. 관제소를 담당하는 기계어른이 맞바람을 맞으며 위고에게 다가갔다.
“여러분은 누구이고, 몬틀리히에 착륙한 목적은 무엇입니까?”
_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