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6562090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4-11-10
책 소개
목차
1부 오늘은 행복하소서
오늘은 행복하소서(10) / 알코올 살이(12) / 딱 너다(13) / 사랑은(15) / 사랑, 그 그까이꺼(16) / 사랑따위(21) / 비와 막걸리(22) / 커피 한 잔(24) / 술 한 잔(26) / 소주(28) / 이 땅의 어르신(30) / 아버지(32) / 일벌(34) / 부처(36) / 그때는(38) / 그래도 그때가(the old happy day)(40) / 지하여장군(42) / 화장(44) / 동네슈퍼(46) / 그 강(48) / 꿈에게서(50) / 꿈은(52) / 헤매다 간다(54) / 시집(56) / 서점에서(58) / 그러게 말여(60) / 가까이서1(61) / 가까이서2(62) / 마음먹은대로(64) / 인생길(65) / 지금 이곳이(66) / 봄이 온다 하니(67) / 디딤돌(68) / 구인 정보(70) / 나의 봄(71) / 산(73) / 그대(74) / 선생님(75) / 선생님의 그 말씀(76) / 어쩌면(78) / 계절따라(79) / 질문(80) / 철(81) / 침대에 누워있는 아침은 아침이 아니다(82) / 고요(84) / 하루살이(85) / 한해살이(86) / 가을 곁에 서서(88) / 인생춘화(人生春花)(89) / 바람이어라(91) / 그렇지 않나(92) / 그때의 책상(93) / 여행(95) / 전생(97) / 팽이(98) / 갈림길에서(100) / 못(102) / 세탁소(105) / 시인이라는 사람이(106) / 시인(109)
2부 생의 오느 시점에서
생의 어느 시점에서(112) / 반도 오십대(114) / 나팔꽃(115) / 광화문 광장(116) / 노이병 구하기(118) / 아래턱(120) / 개새끼가(122) / 시소게임(124) / 배불뚝이(125) / 완 노릇(127) / 사기그릇(129) / 솔로몬의 능력이란(131) / 솔로몬의 대답(133) / 증거(135) / 심판봉의 참회(137) / 바람소리(138) / 상습범(140) / 현명한 바보들(142) / 왕이로소이다(143) / 페어웨이 저 소마루(144) / 양평시장(145) / 구멍 난 지갑(146) / 생각의 차이(148) / 많은 것 중에(149) / 말치기 어른(151) / 자연은(153)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54) / 피닉스(155) / 빠름빠름빠름(157) / 눈물 젖은 빵(158) / 꼭 너 같은 자식(160) / 토끼와 거북이(162) / 퇴자의 한(164) / 아파트(166) / 일회용(168) / 운전(169) / 잘 나간다는 것에(171) / 두려운 세상(173) / 카메라 앞에서(174) / 쓰레기통(176) / 면접(178) / 코로나 교실(180) / 석류(182) / 경비원 아저씨(183) / 정글의 법칙(185) / 소리, 말(187) / 동물의 왕국(큰뿔산양편)(189) / 각개전투(各個戰鬪) /(191) / 인간은(194) / 인간이란(196) / 방귀(198) / 후회(199)
저자소개
책속에서
알코올 살이
예전에는 대낮부터 술 퍼마시는 사람들을 보면 한량으로 여겼었는데 이제는 그들의 삶이 얼마나 고독하고 힘들다는 것을 안다. 가끔은 벌려놓은 술판에 생면부지 그들과 마주 앉아 넋두리를 주거니 받거니 출렁출렁 건배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마누라는 내가 술만 보면 고래처럼 마셔대는 술꾼인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나는 수십 년 동안 꿀을 찾아 헤매고 헤매다 턱밑까지 지칠 때면 마음이 그믐달처럼 기울어져 균형을 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공허한 마음을 채워줄 뭔가를 갈구하다가 빨간 불빛만 보면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불현듯 이성을 잃고 슬금슬금 다가간다. 공허한 마음 벌컥벌컥 채우고 나면 마음의 균형을 되찾은 것 같지만 이내 몸의 균형을 잃고 만다. 마음과 달리 계속해서 채우고자 하는 자율신경을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마음이 기울어져서 세상이 끝난 것처럼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몸이 점점 기울어져 그냥 끌려가는 셈이다. 가만히 있으려 해도 휘젓는 날개를 따라 움직이는 바람처럼 뒤늦게 크게 기울어진 몸의 균형을 바로잡으려 부단히도 애를 쓰지만 주위의 온갖 것들은 더욱 기울어진 나를 부축하기는커녕 재미있다는 듯 지켜보고만 있다. 여기저기 시퍼런 훈장을 몇 개 달고서야 몸의 균형이 잡히고 마음도 평정을 되찾는다. 그런 다음날이면 꼭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엉클어진 하루와 후회라는 독소(毒笑), 그들은 한심하다는 듯, 고소하다는 듯 째려보며 썩소를 날린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종종 기울어지고 싶은가?
사랑 따위
여태껏 사랑 찾아 헤매고 있는 그대
아는가?
부드러운 입술이 휩쓸고 간 자리에
가녀린 손으로 어루만진 등허리에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와 흉터가 남을 수 있고
오래전 포근히 안겼던 가슴 속
이제는 썩어문드러진 그곳에
쓰라린 추억이 자랄 수 있다는 것을
바람이어라
그대가 바람이라면
나는 길가의 작은 꽃
불현듯 오셔서 흔들어 놓고 가니
그저 흔들릴 뿐 잡을 순 없군요.
따뜻한 계절에
회오리 일으키며 달려와
치근대던 벌 나비 쫓아내더니
그대 역시 떠나고 없군요.
호젓한 늦가을
벌거벗은 모습으로
여전히 그대 기다리지만
더 이상 알아보지 못하고
무심결에 스쳐 지나가네요
눈 덮인 겨울이면
더욱 그대 그리워하지만
쌓인 눈만 털어내고 지나칠 뿐
그대는 뒤돌아보지도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