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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6654597
· 쪽수 : 269쪽
· 출판일 : 2022-12-01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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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생활이 복잡해지고부터 엄청 영혼이 자유로워졌거든! 이제 우리는 자신을 호모 사피엔스라고 부르면 안 돼. 호모 씬리스라고 해야 돼. 섹스를 하더라도 나처럼 철학적 섹스를 해야 한다구. 철학적 섹스라니, 멋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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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람들은 또, 대체로 씩씩하고 활발했다. 여자들은 특히, 젊었건 늙었건 체구가 작건 크건 마치 커다란 망개나무 잎이 펄럭이듯 신선하고 빛나는 얼굴을 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북쪽에서 동쪽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서쪽에서 남쪽으로 산을 넘어 다녔다. (중략) 햇빛에 얼굴이 타는 것도 조금도 두렵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녀들은 또 자신의 키의 두 배가 넘는 횡대목을 어깨에 짊어지고 산을 올랐다. 올라서는, 쇠로 된 무거운 지렛대로 남자들과 똑같이 돌멩이를 캐내고 즉석에서 물과 시멘트 가루를 섞어 콘크리트를 만들어 뚝딱 말목을 세웠다. (중략) 그럴 때의 그녀들은 머리에 수건을 동여맨 것이 아닌데도 어쩐지 질끈 머리를 동여매고, 수건에는 나뭇잎 한 장을 세련되게 꽂고, 햇빛에 버무린 은사시나무 이파리처럼 명랑하게 수다를 떨며, 제복 바지는 한쪽을 걷어 올려 가을 무처럼 튼튼하고 미끈한 종아리를 드러내고 조금은 불온하게 불의 나라로 건너가는 것 같았다. 새로운 세계가 한주에게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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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말대로 한주가 살 가치가 없는 인간일 수도 있다. 영주 말대로, 죄의식 없는 인간이라는 데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 세상이 다 한주를 악마라고 불러도 좋다. 하지만 한주가 정말 악마라면 만개한 산벚꽃 아래서 이렇게 행복하다고 느낄 수는 없지 않은가. 악마가 이토록 청결하게 철 수세미에 락스를 묻혀 반짝반짝 빛이 나도록 변기를 닦지는 않지 않는가. 악마는 화장실 청소는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