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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6695668
· 쪽수 : 402쪽
· 출판일 : 2024-06-20
책 소개
목차
2 대리운전
3 악덕 고리 사채업자
4 제가 이 땅을 살까요?
5 돌산을 사다
6 컨테이너 하우스
7 효자가 불효자로
8 친구의 성공담
9 짐이 된다니 먼저 가마
10 재회와 갈등
11 선배와 친구들의 조언
12 어긋난 결혼
13 반항
14 금이다, 금!
15 돌고 돌아서
16 헛소문의 진실
17 화이트칼라 똘마니들
18 되찾은 고향 땅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버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습니다. 아파트를 두 군데에
저당 잡혔는데 대출금을 제때에 못 갚아서 독촉장이 와요. 지
난번에도 우리 집 앞에 대형 중국집이 생겨서 하루아침에 거지
가 될 뻔했는데, 이번에 치킨집도 그러네요. 전국에 체인점이
있는 치킨집이 생기면서 상표 없는 우리 집 치킨이 잘 팔리지
않아요. 애들은 점점 커가지, 정말 죽을 것 같아요.”
“하이구, 이를 어쩐다니, 어떻게 하면 물에 빠진 사람 건져낼
까. 당최 생각도 안 난다.”
“아버지, 여기 땅을 팔아서 도와주세요.”
“뭐어? 여기 땅을 팔아? 내가 갈 때까지는 여기서 살려고 했
는데, 땅을 팔면 난 어디서 지낸단 말이냐?”
“일단 제집으로 모시겠습니다. 아파트 경매에 넘어가는 것을
우선으로 막고요. 방이 3칸 있으니 그 방 하나를 쓰시고 형편
이 풀리면 따로 모시든지 아니면 같이 살아도 되고요.”
“요즘 세상에 누가 아들 식구와 같이 산다고 하더냐. 피차간
에 불편하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고 보자고요. 아파트 경매에 넘어가
면 애들 둘과 길에 나앉아야 합니다. 내년이면 큰애가 고등학
교에 들어가는데요. 살려주세요. 아버지. 더 이상 기댈 데가
없어서 그럽니다.”
재성이가 이렇게 간곡하게 부탁하자 엄마와 재성이 아내는
눈물만을 찍어낼 뿐이었다.
( ‘1 고향 땅을 팔아 주세요’ 중에서)
“할아버지, 정말 딱하게 되었군요. 그럼 지난 삼 년 동안 땅을 사겠다고 보러 온 사람은 없었나요?”
“없어요. 읍내 복덕방에서도 전화 한 통 없어요. 워낙 외진 곳이라. 사실 쓸 만한 땅이 못되지요. 돌투성이 산이라.”
“그렇겠네요. 시세는 얼마에 내놓으셨나요?”
“시세도 모릅니다. 복덕방에서 알아서 매매해 준다고 했는데 아무도 나타나질 않으니. 죽을 맛이요. 애들 생각하면…….”
“할아버지, 혹시 제가 이 땅을 살 수 있을까요?”
“에엣? 총각이 무슨 돈이 있다고, 이제 막 대학을 졸업했다면서.”
“저는 돈이 없는데요. 아버지가 복덕방을 하시는데 현금 융통을 좀 하십니다.”
“아버지가 크게 복덕방을 하시는 모양이네. 이 땅을 사서 뭐하려고 그러시우?”
“싼 매물이라면 사두었다가 전매(轉賣)도 하고요. 자리가 좋으면 전원주택을 짓기도 하십니다.”
“오호, 이제 천운(天運)이 왔네. 어서 우리 애에게 알려야겠네.”
“아이참, 꼭 사겠다는 거는 아닙니다. 아버지가 결정하시는 거라서.”
“아니요, 우리에겐 귀인이 찾아온 셈이요.”
이러더니 할아버지는 휴대폰을 들어서 전화를 걸었다.
( ‘4 제가 이 땅을 살까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