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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6948009
· 쪽수 : 92쪽
책 소개
목차
01.정은선
부기맨
사랑으로 보다
02.신재호
1997년 어느 늦은 밤
옛동네 오래된 골목길
03.윤정
어머니의 레시피
댕강 훈장님
04.안은비
너와 나의 모든 순간
낙원
05.김진선
대체 나한테 왜이러는 거야
퇴근길
06.이흐름
식물같은 사람
간판 없는 가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자식한테 드는 미안함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 아픔을 얼른 털어내고 싶었다. 서운했을 딸 아이의 마음에 어떻게 해서든 보상을 해주고 싶었다. 평소보다 신경 써서 좋아하는 계란찜을 조리해서 식탁 위에 올렸다.
내가 어릴 적 살던 동네는 모순적인 모습이었다. 동네 입구는 거대한 성처럼 솟은 아파트단지가 수호신처럼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그 수호신 다리 사이를 지나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면 그제야 다닥다닥 붙어있는 주택가가 눈앞에 펼쳐졌다. 빌라, 단독주택이 어지럽게 섞여 있어 그 모습도 제각각이었다. 우리 집은 그 중간 어디쯤 위치한 주택이었다. 현대식 건물과 오래된 건물이 부조화를 이루며 같은 삶을 살아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파트 살던 친구들이 주택가에 살던 우리를 은근히 무시했었다고 한다. 내가 무딘 건지 곧잘 아파트에 살던 친구들 만나 그곳에서 놀았었는데, 그 친구들이 속으로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슬퍼진다.
나는 음식을 만드는 것을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서른아홉 살의 가을, 이 한마디를 듣기 전까지는.
“윤정아, 나 요즘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정말로.”
내 눈을 가만히 바라보시며 한숨처럼 내뱉은 그 말을 들었을 때의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