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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6948016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1-07-20
책 소개
목차
01. 박나영
설레임은 누구의 것이었을까?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엄마의 밥상
02. 이 유
불안의 바람이 불어오더라도
미련하게도 질투가 불쑥 찾아온다
슬픔으로 흘려보내고 나면
그리울 줄 알았어
03. 황세원
무지개떡
슬픈 신랑
응급실 출입증
04. 김진선
백허그
즐거움바라기
안아주고 싶다
05. 안은비
장미 한 송이
아빠의 꽃다발
시선
행복의 소리
리뷰
책속에서
“엄마는 뭐하고 먹었어?” 막내딸이 물었다.
“엄마? 엄마는 겉절이.”
“그럼 할머니는?”
“할머니? 그러게. 할머니는 뭐하고 드셨지?”
딸의 물음에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 엄마도 분명 내 나이쯤 외할머니가 차려준 엄마의 밥상이 있었을 텐데 왜 난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러고 보니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물었던 기억도 없다. 지금껏 엄마를 위해 내가 만들었던 음식은 결혼 전 엄마 생일에 끓인 미역국이 전부였다. 결혼 후 남편과 딸들을 위해 수없이 차린 밥상에 비해 엄마를 위해 제대로 차려낸 밥상은 한 번도 없었다.
박나영 <엄마의 밥상> 중에서
“뭘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숨을 당기며 말했다. 엄마가 돼서 아기가 원하는 것도 모른다는 책망, 아기에게 활기찬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자책, 아기 울음을 달래기 위해 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무력감이 거실 공기에 가득 차서 무겁게 나를 눌렀다. 신랑은 내옆에서 가만히 듣다가 내 어깨를 토닥였다. 순간 종일 아기를 안았던 몸이 근육통으로 아프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내가 안쓰러워 다시 한번 눈물이 쏟아졌다. 거실 공기 속의 감정도 눈물과 함께 흘러내렸다. 눈물이 멈추자 신랑은 나를 다시 한번 토닥이고, 퇴근길에 사 온 월드콘 하나를 내 손에 쥐여줬다.
이유 <슬픔으로 흘려보내고 나면> 중에서
고운 한복이 병실 한 켠에 놓여 있었다. 정갈한 흰색 저고리에 윤기가 도는 회색치마였다. 할아버지는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잠깐이나마 할머니에게 고운 옷을 입혀주고 싶다고 했다. 자녀들은 할머니의 회색치마를 먼저 입혔다. 그리고 저고리를 입히려 했다. 왼쪽 팔에는 겨우 저고리를 입혔지만 오른쪽 팔이 저고리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미 사후강직이 시작되어 팔을 굽히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딸들이 말했다.
“아버지, 엄마 이쪽 팔은 그냥 이렇게 덮어 드리기만 해야 할 것 같아요.”
“아니야 입힐 수 있어. 할멈, 신랑이 입혀 줄게. 입을 수 있어. 이렇게 해봐. 자, 그래 그래 잘했어.”
할아버지는 마치 살아있는 사람 옷을 입히듯 어르면서 할머니의 오른쪽 팔을 저고리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할머니의 오른쪽 팔이 저고리에 들어갔다. 할아버지의 얼굴은 미소를 띠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목소리에서는 꾹꾹 눌러담은 흐느낌이 느껴졌다.
황세원 <슬픈 신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