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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6997755
· 쪽수 : 238쪽
· 출판일 : 2021-06-21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때 별안간 영문은 두 눈에 번개가 치듯이 번쩍하면서 교장실의 두툼한 커튼 위에 드리워져 있는 하얀 천장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와 함께 머리에 아련한 현기증이 일어남과 동시에 앉은 채로 옆으로 쓰러져 버릴 것 같은 것을 이를 악물고서 가까스로 참았다.
“그럼 저에 대한 수업 정지를 경찰서에서 직접 명령을 내린 것입니까?”
“그렇다니까? 여 부장이나 송 부장에 대한 일 같은 것들을 나나 교감 선생이나 독단적으로 처리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 오직 학교 성폭력 방지법에 정해진 규정에 의해 교육청과 경찰서에서 내리는 명령에 따라서 움직이고 있을 따름이지.”
“나는 우리나라에서 미투 운동이 30년 전에 일어났어야 했는데 너무 늦게 일어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 옛날에 우리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이상한 행동을 하는 선생님들이 너무나 많았잖아? 나는 그전에 남녀공학인 중학교에 다녔는데, 그 당시에 남학생들이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도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가며 무자비하게 두들겨 패거나 또는 여학생들에게도 짓궂은 말과 행동을 한 선생님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니까?”
“맞아.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서도 60살이 다 된 남자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책상에 엎드려서 자고 있는 여학생의 뒷덜미에다 가끔 손을 집어넣기도 했어. 그런데 더욱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그런 행동을 했던 그 선생님뿐만 아니라 그 주위에 있던 다른 여학생들도 그 학생이 잘못을 저질렀으니까 당연히 당하는 것이지,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사람들이 단 한 명도 없었단 말이야.”
“그래. 영지의 말대로 나도 인터넷에 떠 있던 기사들을 검색해봤더니, 몰카범들이 전철 안이나 백화점의 에스컬레이터나 술집의 화장실 같은 데에서 여자들의 은밀한 곳을 수백 번 촬영하다가 붙잡히더라도 90%를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다고 하더라고. 몰카 피해를 당한 어떤 여자는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보기라도 할까 봐 밖에도 거의 나가지도 않고, 또 어떤 여자는 디지털 장의 업체에 수백만 원을 주고서 그 영상을 지우기도 하고, 또한 어떤 여자는 정신적인 고통이 너무나 심해서 자살까지 한다고 하던데 그런 것들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