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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7087509
· 쪽수 : 290쪽
· 출판일 : 2020-08-24
책 소개
목차
1부 표정 없는 사람들
표정 없는 사람들
집이 되는 일
됐어요
다정이 어렵다
좀 그래요
2019.10.16.
당신만의 당당함
짝사랑
사랑인 줄 알아요
사람을 좋아하는 일
정릉으로
장소를 잃었다
서울, 서울
만나요
엔딩
길을 고를 권리
마음이 하는 소리에 집중하는 방법
이상형
촌스러운 사람
이별의 단상들
버튼
연애보다 어려운
저온 조리
있기는 있다
파리 한의원
2부 여름다웠던
그때 우리만의 화학시간
턴테이블
슈가 프리
Stay home
누군가의 기억
레시피
틈
생일 선물
여름다웠던
내년에야 보겠네
멀어진
정말이지 멀어진
밥
밤에 먹는 밥
청소
치유
Love wins
파도에 관해
똥개
우리 아가
겨울, 겨울
시클라멘
나이
3부 캘리포니아와 겨울날의 중간
희미한 빛
어떤 봄
처방전
잔의 경계
내가 공간이라면
알았어 알았어
배웅과 마중 사이
외로운 날이면 하천 쪽으로 걸었다
안부
나의 불확실성들
영원의 상자
이중성
상상
없는 노래
못 보는 얼굴
손
몇 살 차이
스물여섯 영심이
꿈
사람이라는 가구
싫어 싫어
터널
캘리포니아와 겨울날의 중간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쯤 되면 나는 취향적으로나 체질적으로나 안정적인 것보단 한정적인 것, 한결같은 것보단 물결 같은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 된다. 보편적인 집이 아니라 캠핑카나 텐트, 예술가의 작업실 같은 사람이라서, 머무는 사람에게 안정적인 바람막이나 쉼터가 되어 주지 못할 때가 종종 있는 사람. 무언가가 한두 가지 결여되어 있어 불편함을 줄 수도 있는 사람.
- <집이 되는 일>
길을 다니다 고양이와 강아지의 뒷모습에 녹아내리다가도 그들이 고개를 돌려 나를 올려다보면, 그 눈빛에 나는 왠지 모르게 미안하고 서글픈 마음이 들어 그들을 쓰다듬어 주지 못했다. 꽤 자주 가족들 생각에 슬퍼하면서 정작 그들 앞에선 아무런 표정을 짓지도 아무런 말을 건네지도 못했다. 적당한 거리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는 대충 살랑살랑 웃으면서도 그들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 가까이 다가오면 크게 당황하여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를 몰랐다. 프로그래밍되지 않은 변수 때문에 오작동을 일으키는 기계처럼, 나는 다정의 방법을 몰라 실수했고, 난처해했고, 자주 사람을 떠나보냈다.
- <다정이 어렵다>
사랑은 어렵다, 라는, 짧은 메모를 언젠가 이미 적어뒀던 적이 있지만, 정말이지 사랑은 어렵기도 하다. 요즘 들어 더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 마침 딱 괜찮은 시기에 나를 마음에 들어 하고, 마음이나 물질, 그리고 시간적인 여유가 적당할 확률, 게다가 어느 한쪽이 용기를 내어 그 가능성을 매듭지을 확률은 정말이지 현저히 낮다. 복권 당첨보다 힘들겠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지만, 못해도 라디오 경품 추첨에 뽑히는 것보다는 확실히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런 확률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체질 같은 것들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를테면 모든 게 다 순조로웠는데 갑자기 마음에서 소용돌이치는 걱정 아닌 걱정 같은 것. 만약 이 사람과 만나고 나서 서로가 서로에게 숨겨왔던 부분들 때문에 실망하면 어떡하지? 어차피 언젠가는 헤어질 관계인데 만나는 게 정말로 맞나? 뭐 그런 속 터지는 겁들.
- <연애보다 어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