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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97479007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21-07-01
책 소개
목차
천시가 갈림을 슬퍼하시다
검은 공궐
북쪽에서 온 것이 데리고 온 것들
백귀야행(百鬼夜行)
쑥대머리 퇴귀사
수상한 사관의 진술
귀신보다 무서운 것이 명나라 사신
귀신글자
운명의 저주
악귀의 편지
악귀가 악귀를 몰아내는 세상
도깨비의 역사
주인을 스스로 찾는 검
가자 경복궁으로
작가의 말
참고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조선의 법궁 경복궁은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것과는 달리 음침한 느낌이 들었다. 궁궐을 짓고 나서 삼 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궁을 다시 색칠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단청을 칠하고 궁을 고치고도 얼마 되지 않아 이방원은 멀쩡한 경복궁을 두고, 도망치듯 창덕궁을 지어서 이어 했다. 왕세자로 책봉된 양녕대군과 왕비도 함께 했다. 그렇게 한 이유에 대해서는 모두 최면에 걸린 듯 뚜렷한 근거를 대는 사람이 없었거니와, 궁금하다 해서 묻는 이도 없었다. 조선의 법궁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렇게 빈 궁궐이 되었고, 한양 사람들은 경복궁을 검은 공궐(空闕)이라 불렀다.
다음 날, 경안공주와 충녕은 그 책이 있다는 산으로 향했다. 경복궁의 서쪽에는 서산이 있었다. 충녕은 경안공주가 왜 자신을 그곳으로 데리고 가는지 알 수 없었다. 산을 중간쯤 오르자 산 아래로 경복궁의 모습이 보였다. ‘저토록 장엄한 궁궐을 왕께서는 왜 떠나 창덕궁으로 이어 하신 걸까?’ 충녕은 궁을 내려다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아버지 태종은 왕이 되어 경복궁에 입성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창덕궁을 지어 그곳으로 옮겼다.
누런 봄이었다. 꽃이 피고, 새싹이 돋았지만, 희망만큼은 싹트지 않는 누렇게 뜬 봄이다. 한양의 시전에는 팔 물건이 없었다. 가뭄과 흉년이 재앙의 열매를 풍성하게 맺기 시작했다. 굶주린 백성이 풀뿌리까지 벗겨 먹는 통에 물건으로 거래될 만한 것들이 드물었다. 봄이면 가을에 갚기로 하고 외상으로 먹는 볏 술이나 볏 쌀이 슬슬 거래됐지만, 그런 것도 씨가 말랐다. 백성들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환란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볍게 살았다. 도리도, 온정도 살기 위해서라는 이유 앞에서는 이슬같이 사라졌다. 가난해서 가난한 것이 아니라 가난할 것이 두려워 더 지독해지는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