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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7535147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2-06-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얼른 치킨 한 조각을 먹으렴
마음껏 사랑하려고 쓰는 글
해방촌 골목 끝 작은 식당 ‘혼고’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궁금해하는 사람
세탁기로서 글쓰기―일단 시작해야 다 쓸 수 있다
애틋한 마음으로 이름 짓기
끝없는 친구들
사랑을 시작해도 될까
가장 나다운 시간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변기 막힌 날
TMI의 귀여움
나의 안부
회복의 밀과 보리가 자란다
가끔만 딸이 되고 싶다
커튼이 된 엄마
도시락 한 보따리
엄마의 사과
그 사람의 눈썹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어! 안녕! 어디 가니!
낯설고 친절한 울릉도
좋아하는 마음 다음에는
외로움에 조금 더 가까이 있는 사람이 다정하다
들숨과 날숨의 이해
우리 같은 사람들 말이에요
인생 구간 입장료
고마움의 액수
내가 나를 미워하는 날
계속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수영장 락스 냄새
전화기 동화
잔뿌리가 하는 일
피로 골절
가서 말하고 오세요
물이나 떠 와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제 이름에는 한자도 큰 뜻도 없습니다. 나리꽃의 이름이 예뻐 따다 지은 것이기 때문인데요. 어렸을 때는 큰 포부가 없는 이름이 대충 지은 것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제는 오히려 좋아졌습니다. 미리 기대한 것은 아무것도 없이, 내가 나로서 투명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담대하게 느껴집니다.
―「프롤로그」에서
나는 매일매일 죽고 싶어 하면서 또 돌연 행복해지고 싶어 했다. 제대로 살자고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을 움켜쥐고 힘을 내다 보면 또 눈물이 났다. 아마도 내가 제대로 사는 것은 이제 틀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 말하자면 폐활량이나 기초대사량 같은 영혼의 최소 능력치가 있다면 그것을 돌이킬 수 없게 훼손당하고 말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혼은 다시 가꾸어진다. 어디선가 대책 없이 용기의 바람이 불어온다. 내가 잠시 잊었을 때도 나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염원이 언젠가 내게 닿는다.
―「얼른 치킨 한 조각을 먹으렴」에서
나는 이제 사랑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감정이 인생의 신념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감정은 흘러가는 것이고 신념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감정이 신념이 되면 사랑이 실패했을 때 인생이 무너진다. 그렇게 살 수는 없다는 것을 나는 내 인생을 전부 바쳐 배웠다. 그래서 이제는 무엇을 써야 할까 생각한다. 내가 사랑에 매달리는 글을 쓰고 싶어서 제대로 된 것을 못 써왔으니, 이제는 다른 것을 생각해보려고 한다. 말하자면 사람이 살고 있다는 증거 같은 것.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인간의 낱낱의 이야기 같은 것. 그런 걸 쓰려고 하면 쓸 수 있지 않을까. 믿음도 소망도 사랑도 상관없이 말이다.
―「마음껏 사랑하려고 쓰는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