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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운동 > 사회운동 일반
· ISBN : 9791197606366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2-10-14
책 소개
목차
서문: 데즈먼드 투투,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항해 싸운 화해와 평화의 사도
(광신대학교 이재근 교수)
1. 새 시대의 시작
2. 용서를 향한 제3의 길
3. 때가 차매
4. 어떤 정의를 택할 것인가?
5. 용서의 물꼬를 트다
6. 피해자 청문회
7. 누구를 용서해야 하는가?
8. 밝혀지는 과거사
9. 위원회에 닥친 위기
10. 그들만의 진실
11. 용서 없이는 참으로 미래도 없다
후기: 상처 입은 치유자
주(註)
책속에서
○ 놀라운 장면이었다. 온갖 인종의 사람들이 같은 줄에 함께 서 있었다. 그들 평생에 처음 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전문직 종사자와 가사도우미, 청소부와 집주인이 투표소까지 꾸물꾸물 서서히 나아가는 줄에 섞여 서 있었다. 재난이 될 법했던 상황은 오히려 축복이 되었다. 그 줄은 남아공의 새롭고 독특한 지위를 상징하는 것이 되었다. 이후 사람들은 이렇게 뻐겼다. “나는 투표하려고 두 시간이나 줄 서 있었다.” “난 네 시간 기다렸어!”
○ “과거는 과거로 흘려보내자”라는 말 한마디로 과거를 정말 지나간 일로 만드는 재주를 가진 사람은 없다. 우리가 겪은 경험은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한다. 정말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과거는 그냥 사라져 버리거나 얌전히 누워 있기는커녕 당혹스럽고 끈질기게 되돌아와 우리를 괴롭힌다. 우리가 그 야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는 한, 그놈은 어김없이 되돌아와 우리를 볼모로 사로잡는다.
남아공의 영국인들과 아프리카너들이 이 문제의 완벽한 사례이다. 20세기 초 보어전쟁 기간에 영국인들은 보어인 여성들과 어린이들, 그리고 보어인 농장에서 일하던 흑인 노동자들까지 포함해 20만 명 이상을 강제수용소에 감금했다. 강제수용소는 이후 히틀러가 아리아인의 혈통적 순수성에 미친 듯이 집착하여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의 대명사가 되어 그에 합당한 오명을 얻게 되지만, 당시만 해도 영국인들의 새로운 발명품이었다. 그곳에 수용된 이들 중 5만여 명이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죽은 것으로 추산된다. 전쟁이 끝난 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쪽도 거론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당시의 상처가 아물고 영국인과 아프리카너는 행복하게 어울려 사는 듯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들의 우호관계는 상당히 불안정하고 어색하며 피상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1998년 나는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차를 타고 취리히에서 출발했다. 젊은 아프리카너 한 사람이 동행했는데, 그는 강제수용소에서 당한 끔찍한 일들에 관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또, 할머니의 이야기가 떠오를 때마다 보어전쟁을 다시 벌일 각오가 솟구친다고 다소 흥분해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