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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7870842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3-12-01
책 소개
목차
여는 말
- 다 때려치우고 그냥 우리 개 발 냄새나 맡고 싶어_이누아
- 달걀죽과 소고기죽_이정화
- 이 마음이 엄마 마음이라면_송산호
- 7월 24일생_엄서영
- 너와 함께라면 늘 5월이야_최영화
- 자매의 별_오혜지
책속에서
인간에게 상처받았던 짐승이 다시금 인간에게 문을 여는 그 너그러움에 감동했다.
‘개들은 어쩌면 이렇게 용서를 잘할까.’
식구라고 들여놓고는 키우다 버리고, 혼자 먹고 살려고 사냥했을 뿐인데 닭 잡아먹는다고 돌팔매질했을 인간들. 비록 자기를 구하려는 행동이었지만 소중한 새끼를 품은 몸에 칼을 대고 마취도 없이 수술을 견디면서 인간 세상이 얼마나 두려웠을지, 나로서는 상상도 안 된다. 그런데 이 개는 어떻게 처음 보는 인간인 나를 다시 자기 세상에 들일 수 있는 걸까. 동시에 다른 의문도 생겼다.
‘나는 그럴 수 있을까.’
_다 때려치우고 그냥 우리 개 발 냄새나 맡고 싶어 中
그날 밤, 난 처음으로 녀석과 동침했다. 늘 엄마 옆에서 잠들던 녀석이 거실에서 혼자 낑낑거리며 자는 게 안쓰러워 용기를 내 본 것이다. 꼭, 친하지 않은 이성 친구와 억지로 한 방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것처럼 불안과 긴장감이 몰려왔다. 작은 조명만을 켜둔 채 방을 어둡게 하고 내 침대 옆에 작은 자리를 만들어 주니 또 한 번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결심이라도 한 듯 배를 깔고 스르르 몸을 낮춰 누웠다. 그리고 이내 쌕쌕 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다.
그날 밤, 우린 꿈속에서 소고기죽과 육포를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_달걀죽과 소고기죽 中
또다시 숨죽여 울고 있을 때, 내 가슴팍에 다가와 몸을 바짝 기대는 아이. 모찌였다.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엔 모찌가 있었다. 엄마가 나를 향해 비난 섞인 어조로 소리를 내지를 때, 내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 하고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을 때. 모찌는 엄마와 나 사이에 앉아 우리를 번갈아 바라봤다.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모찌의 눈망울을 잊지 못한다. 까맣고 커다란 눈동자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당혹스러움과 걱정이 잔뜩 고여 있었다. 모찌 앞에서 나는 바보 칠푼이 같은 언니였다. 만날 혼나고 잘못만 하는 바보 똥개 같은 언니. 그게 나였다. 그런 못난 언니를 모찌는 가만히, 한마디 말도 없이 언제나 위로해 주었다. 모찌가 없었다면 더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다.
_이 마음이 엄마 마음이라면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