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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7912603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2-07-0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아내와 동료가 되다
‘우연’이 만들어낸 길
레터프레스? 프레스!
을지로 방문기
아다나, 그리고 에볼루션
아다나 구입기
가치 있는 것을 만들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다
└ 사진으로 보는 레터프레스 공정
이름을 짓다: ‘어느한장면’의 탄생
중요한 것은 ‘그냥 하는 것’
태백으로 이주를 결심하다
사소한 것들이 주는 영감
무엇이든 풍경이 되는 삶
후기 / 편집자의 말, 어딘가에는 있습니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내는 손으로 만드는 일에 대한 흥미를 느끼는 것을 넘어서 그 과정 전체를 알아가고 실행해나가는 데 가치를 두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가 같이 일을 해나간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으리라는 작은 확신이 들었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꿈꾸는 ‘어떤 삶’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내가 뜬금없이 보여준 ‘챈들러앤프라이스’라는 기계의 영상으로 우리의 삶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레터프레스라는 인쇄를 시작하게 된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그 이유들은 시간이 지난 뒤에 붙여진 의식적인 의미 부여일 뿐이다. 솔직히 말해 그 당시 우리를 이끌었던 것은 ‘우연’이었다. 어떤 대단한 뜻이 있어서 레터프레스라는 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내와 나는 한 가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의 삶이 어떠한 과정 속에 놓여 있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이 무수한 실패의 연속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내는 ‘누구나 한 번쯤은 망한다. 언제 어떻게든 망할 수 있는 게 삶이고 인생인데 뭐든 해보자. 두 손 두 발 다 있고 머리도 있는데 못 할 게 뭐 있느냐’라는 당참을 보여줬다.
불과 1960, 70년대까지만 해도 활판인쇄는 우리나라에서 활발히 사용되었지만 80년대에 들어 디지털 출판 기술이 발달하면서 급속도로 사양세에 접어들었다. 이렇다 보니 80, 90년대에 태어난 우리 부부로서는 레터프레스가 더욱 생경하고 신기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사람 손으로 한 장씩 종이를 넣어가며 잉크의 색은 어떤지, 그 양은 적당한지, 위치는 올바르게 맞아떨어지는지 등을 확인하며 작업하는 일은 너무나 번거로워 보였다. (…) 그러나 그 ‘번거로움’이 어느 순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버튼만 누르면 인쇄가 되는 세상에서 잉크를 조색해 판에 묻혀 종이에 찍어내는 그 공정이 특별해 보였다. 이처럼 뭐든 빠른 세상에서 한 땀 한 땀 차근차근 해내는 일이라니, 매력적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