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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한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97927010
· 쪽수 : 396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선우 이야기
2부 아난 이야기
3부 연우 이야기
4부 모두의 이야기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랑을 처음 본 건 내가 열다섯이 되던 해였다.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넘어가던 어느 오후. 학원 수업이 끝난 후 자전거를 타고 우리 집이 있는 길목으로 들어섰다. 집 앞에 이삿짐 트럭이 한 대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집 이 아니라 앞집 앞에 주차된 트럭에서 인부들이 짐을 내리 고 있었다. 학교 갈 땐 없었는데 그 사이에 이사를 온 모양 이었다. 짐은 얼추 다 내리고 슬슬 마무리하는 분위기였지 만 집주인이 보이지 않았다. 보통 이사할 때 식구 한두 명은 인부들 옆에서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는 거 아닌가? 식구가 단출한 모양이었다. 무심히 자전거를 끌고 가는데 근처에 서서 수다를 떠는 아줌마들의 이야기가 얼핏 들렸다.
“어머, 여기 오늘 이사 왔나 봐.”
“응. 아까 보니까 트럭 한 대가 와서 짐을 내리더라고. 집이 이렇게 큰데 달랑 작은 트럭 한 대인 거 보니까 짐이 별로 없나 봐. 보니까 주로 아기 짐이더라고.”
“아기 짐?”
“아, 왜 있잖아. 아기 침대랑 유모차랑 뭐 그런 거. 원래 아이들 어릴 땐 그런 짐이 많잖아.”
“이사 온 사람들은 봤어?”
“응. 근데 그게 좀 이상하더라. 이삿짐 트럭이 오고 바로 택시 한 대가 와서 섰는데 젊은 새댁 하나가 갓난아기를 안고 내리는 거야. 그게 다야.”
“에이, 누가 또 왔겠지. 아니면 신랑 퇴근이 늦어서 여자만 먼저 왔거나.”
“그럴지도 모르지. 아까 시장 가는 길에 얼핏 본 거니까. 그런데 어쩐지 그 새댁 느낌이 쓸쓸하더라고. 좀 청승맞아 보인다고 해야 하나.”
새댁과 갓난아기 둘이라. 남이야 둘이 살건 열이 살건 관심 없지만 쓸쓸해 보인다는 말이 어쩐지 마음에 걸렸다. 자전거를 끌고 우리 집 앞에 멈춰 섰을 때 앞집 대문이 열리더니 한 여자가 나왔다. 아까 들은 문제의 새댁인 모양이었다. 희고 긴 면바지에 데님 셔츠를 입고 흰색 카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긴 머리는 하나로 단정하게 묶었고, 높고 흰 이마 아래로 보이는 눈이 크고 맑았다. 무심코 눈이 마주친 순간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날 보다가 싱긋 웃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꾸벅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귀까지 벌게지는 걸 느끼면서 허겁지겁 자전거를 들고 대문을 열고 들어가 버렸다. 그 사람이 내게 말을 걸려고 했던 것 같은데. 이사 왔으니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그런 뻔한 말이었을까? 나를 무례한 아이라고 생각했을까? 무척 젊어 보이던데 나이는 몇 살일까? 그런데 왜 이런 게 궁금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