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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97993466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24-10-10
책 소개
목차
23시 52분
한밤의 티 파티
할머니의 맛
오버 더 레인보우
공백의 48분
사과나무 꼭대기
기자 구보 씨의 찰나
운수 좋은 날
……그리고 은달이 뜬 어느 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녀는 죽지 않았다. 의자를 걷어찼으니 죽어야 했다. 올가미를 잘못 맨 걸까? 그녀는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고개를 들어 나뭇가지에 걸린 로프를 찾았다. 나뭇가지도, 로프도 제대로 걸려 있었다. 그녀 혼자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는 사실만 달라졌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죽어볼 셈이었다. 의자에
올라가 목만 매달면 끝이다. 그런데 의자마저 사라졌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밤하늘의 은달은 그대로였지만 아까까지와는 미묘하게 달랐다. 스산하기 짝이 없던 은달이 이제는 세상을 감싸는 따듯한 빛을 뿜고 있었다. 게다가 그런 은달에 꼬리가 달려 있었다.
“우리는 이쪽으로 갈 거예요.”
기분 탓이 아니었다. 할머니가 가리키는 방향에 은빛으로 발하는 뭔가가 있었다.
“저쪽에 길이 있을까요?”
“나만 믿어요. 길이 있어요.”
“죄송하지만 아는 길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가끔 새로운 길을 찾는 것도 좋아요.”
할머니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망설이다가 할머니의 손을 맞잡았다. 할머니의 손은 은달 카페의 공기처럼 따듯했다. 그녀의 불안감이 훨씬 나아졌다.
“어때, 심장이 안 뛰지?”
사실이었다. 소년의 심장은 고요했다.
“처음엔 나도 놀랐어. 하지만 이젠 이게 나은 것 같기도 해.”
소년은 이 상황이 낫다는 누나의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시간이 좀 더 멈춰 있는 편이 나은 건 확실했다. 그래야 더는 아무도 죽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