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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교육학 > 교육 일반
· ISBN : 9791198118165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6-01-30
책 소개
교감 선생님의 첫마디였다.
“예? 아… 잘 모르고 왔습니다.”
질문의 의미를 몰라 나는 머뭇거렸다.
“우리는 다문화 학교예요. 다문화 학생이 전교생의 90퍼센트 가까이 돼요.”
“네에?!!”
다문화 90퍼센트 중학교에 떨어진 미술 교사,
그곳에서 만난 이주 배경 아이들과 ‘예술’로 소통하기
유명 학군지 고등학교에서 미술 초빙교사로 근무하던 한 교사는 높은 전근 점수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교사들이 가장 꺼리는, 전국에서 외국인 거주 비율이 가장 높다는 ‘국경 없는 마을’ 안산의 한 중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떠밀리듯 흘러간 그 학교는 전교생 90퍼센트 가까이가 이주 배경 청소년이었다.
입학식 첫날부터 교실의 모습은 상상을 빗나갔다. 외국어 이름에 다른 국적을 가진 아이들은 ‘모국의 얼굴’로 앉아 있었고, 영어로 말을 붙여야 할 것 같은 흑인은 한국어가 유창한 한국 국적 아이였다. 아이들이 일제히 말하기 시작하자 알아들을 수 없는 몇몇 외국어가 교실을 가득 채웠다. 생김새와 언어만으로 누군가의 나라를 짐작하는 일은 무의미했고,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다문화’의 범주는 협소했다.
이 책은 국공립학교 교사이자 화가, 그림책 작가인 신경아 교사가 다문화 중학교에 부임하며 겪은 다양한 이야기를 중점으로 다룬다. 그 안에는 아이들과 제대로 소통하려 애쓴 한 교사의 노력, 언어 없이 ‘예술’로 이야기하며 서로를 알아간 시간이 응축되어 있다. 동시에 ‘다르다’는 편견과 선 가르기를 번번이 마주해야 하는 아이들을 말없이 바라본 교육자의 다정한 시선이 담겨 있다. 누구나 경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고, 눈앞에 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지 않으면 세계는 넓어질 수 없다고 고백하면서.
책 제목인 《국경 없는 미술실》은 신경아 교사가 ‘예술’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아이들에게 질문하고, 그 이야기를 스스로 기록하도록 도운 미술 수업의 이름과도 같다. 언어도 국경도 중요하지 않은 그들의 수업은 새로운 형태의 공교육이 가능하리라는 작은 희망을 보여준다. 이주 배경 청소년 비율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사회적 감각이 무엇인지도 넌지시 알려준다.
“너희의 문화적 정체성은 몇 퍼센트가 한국, 몇 퍼센트가 모국인 것 같아?”
“20퍼센트 한국, 80퍼센트 러시아요.”
“74퍼센트는 한국, 28퍼센트가 중국인 것 같아요.”
“90퍼 한국, 10퍼 콩고민주공화국!”
전교생의 90퍼센트 가까이가 이주 배경 청소년인 안산 관산중학교에서 한국어가 유창한 학생이든 그렇지 않은 학생이든, 모두가 환영하는 수업이 있다. 바로 미술 시간. 언어를 몰라도 도구나 기법이 낯설어도, 학생들은 미술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 시간만큼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내용을 이해하고 캔버스 위에 자신의 감각을 여과 없이 쏟아낸다. 학생들뿐만이 아니다. 그림을 제대로 배워본 적 없는 교사들도 자유롭게 미술실을 출입한다. 잠깐의 사색이 필요한 교직원, 학생들은 전시된 그림 앞에 멍하니 서 있기도 한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작은 교실, 그 이름은 〈국경 없는 미술실〉이다.
신경아 교사는 안산 관산중학교에 부임한 뒤로 차근차근 미술실을 조성하고 언어도, 국적도 묻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수업을 쌓아 올렸다. 《국경 없는 미술실》은 신경아 교사와 관산중학교 모든 이들이 함께 써 내려간 몇 년간의 이야기다. 이 책은 학생과 교사, 교사와 교직원, 학교와 사회의 끈끈한 연대를 보여준다. 밀착해 들어가면 공교육의 힘이 좀처럼 닿지 않는 이주 배경 청소년들의 교실이, 크게 확대하면 교육이라는 큰 틀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걸 다시 한번 넓히면 우리가 공론화해야 할 사회의 단면이 보인다.
‘예술’이라는 새로운 말
[아이들은 외국어로 소리를 높였다. 알 수 없는 대사들이 말풍선으로 변해 교실 천장을 메우는 듯했다. 기이한 광경이었다. 마치 한국인 얼굴에 외국어 더빙을 씌운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 「무너진 자리에서」 중에서]
한국어만으로 도저히 진행할 수 없는 수업을 처음 맞닥뜨린 교사는 누구나 당황한다. 수업을 지도하기는커녕 아주 간단한 안내조차 전달되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배경이 다른 사람들끼리 모인 한 교실에서 모두가 이해하고 소통할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한 끝에 신경아 교사는 동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색 섞어보기, 면 칠해보기, 풍경 얹어보기, 도구 사용법, 정리 방법… 기초부터 하나씩 쌓아 올린 수업에서 학생들은 성공의 기쁨을, 교사는 ‘예술’이라는 새로운 언어의 위력을 마주했다. 언어장벽, 이질적인 문화가 문제 되지 않는 그들만의 수업은 소리 없이 찬란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왜 가르쳐야 하는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내가 가진 공교육의 신념은 사교육을 이기는 거였다. 사교육보다 잘 가르쳐서 사교육 없이도 아이들을 더 높은 곳으로 보내는 게 좋은 교육이라고 믿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교단에 선 세월이 어느덧 스무 해를 넘겼다는 신경아 교사. 그는 이주 배경 청소년을 만나기 전까지 교육의 본질을 입시 중심으로 이해했다고 고백한다. 그랬던 그가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들과 수업을 이어가며 배움과 가르침에 새로운 정의를 덧붙인다. 가장 낮은 곳까지 흘러간 다음에야 참된 공교육이란, 그곳에서 만난 아이를 조건 없이 사랑하고 가르치는 일임을 알게 된 것이다. 이 본질은 다문화를 포함한 특수교육, 교육 취약 계층 등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교사들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고립된 섬처럼 존재했던 교사 개개인의 고군분투가 책에 실린 교육 사례를 통해 조금이나마 해갈되기를 기대한다.
경계를 지우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감각
[우리 학교 아이들을 만나며 알게 되었다. 하나를 선택하고 나머지를 지우지 않아도 되는 삶이 있다는 걸. 그렇게 살아갈 때 오히려 더 많은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는 걸. 그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나는 가장 나다운 내가 될 수 있다. ― 「에필로그」 중에서]
‘다르다’는 편견과 선 가르기에 이미 지쳐 있던 아이들은 ‘국경 없는 미술실’을 만나며 활기를 되찾는다. 그동안 쌓아뒀던 상처와 아픔, 슬픔을 고백하고 자기를 더 긍정하게 된다. 자신이 아닌 타인이 가진 슬픔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교사이면서 화가이고 그림책 작가인 저자는 아이들과 교감하면서 그 자신도 경계를 오가며 살아가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경계를 나누는 선은 서서히 사라졌고 상대를 수월하게 포용할 수 있었다. 이처럼 자유로운 ‘나와 너’가 만나면서 새로운 세계의 문이 열린다. 사회적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이 감각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다. 경계를 지우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감각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목차
프롤로그 ‘예술’이라는 언어를 생각하며
추천의 글
서울대학교 다문화교육연구센터 센터장 모경환 교수
〈시사IN〉 장일호 기자
1부 무너진 자리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미래의 나에게
던져진 사람들
두렵기도, 설레기도 한
무너진 자리에서
이야기가 시작될 공간
언어를 넘어서
2부 국경 없는 미술실
히말라야 카레
진짜 쌀국수
등교 오픈런
얼굴로 드러나지 않는 것
지도 위의 굵은 선
미술실 창문을 두드리면
까만 눈동자
단추 하나
하루를 무사히 마친 손
가족의 식탁
세계 음식 다이어리
빛나는 아이
잘 가, 잘 살아!
3부 경계를 지우며
나로 사는 순간
조용한 응원
경계 위의 시간
벽을 허물다
자신을 낮춘 언어
대한민국 스승상
수상 축하드립니다
커튼을 걷으며
좋은 수업은 이어져야 한다
교육은 물처럼 낮은 곳으로
기록하는 일
에필로그 경계를 인정하기, 가장 나다운 내가 되기
부록 모두의 기억, 모두의 기록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가 가진 공교육의 신념은 사교육을 이기는 거였다. 사교육보다 잘 가르쳐서 사교육 없이도 아이들을 더 높은 곳으로 보내는 게 좋은 교육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는 깨달았다. 공교육은 물처럼 낮은 곳으로 흘러야 한다는 것을. 아무도 가고 싶어 하지 않아도 물처럼 당연하게 흘러가야 하는 일. 그곳에서 만난 한 아이를 조건 없이 사랑해야 하는 일. 그것이 내가 이곳에서 새롭게 배운 공교육이다.
“생기부에 써주시나요?”
학군지 학교에서 도우미를 모집할 때면 늘 들었던 말이다. 그곳에서 만난 많은 아이들은 얻는 것이 있어야 자기 시간을 내주었다. 교사들 또한 생기부를 내세워 아이들을 움직이는 데 익숙했다. 그래서인지 새 학교의 입학식 풍경은 내 마음속 단단했던 무언가를 무너뜨렸다. 교실을 분주히 오가며 통역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그들
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부모님을 따라 낯선 나라에 온 아이들은 언젠가 누군가에게 조건 없는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그 기억이 몸에 남아 지금은 다른 친구에게 자연스레 손을 내미는 걸지도 모른다.
식당으로, 가게로, 요양시설로, 원양어선을 타고 멀리 바다로… 부모님들은 학교에 아이들을 맡기고 각자의 일터로 간다. 하루하루 일당을 받아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학교에는 거의 오지 못한다. 출근길에 간혹 부모님 모습을 마주할 때가 있다. 안산역 골목에서 공장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저 중에 아이들 부모님도 있겠구나.’ 그럴 때면 나는 차창 너머로 조용한 응원을 건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