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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과 삶 사이에서

앎과 삶 사이에서

조형근 (지은이)
한겨레출판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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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과 삶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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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앎과 삶 사이에서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학 일반
· ISBN : 9791172133733
· 쪽수 : 348쪽
· 출판일 : 2026-02-05

책 소개

“불편한 말, 위험한 정치가 필요한데, 집이 너무 편안하다”

아는 것과 사는 것, 그 긴장과 균열
자꾸만 화해하려는 마음에 대하여

“어중간한 사람들”(5쪽)은 책임의 주체로 호명되기 어렵다. 이들은 대단히 큰 잘못은 저지르지 않으며, 주로는 선하고 무해한 선택을 한다. “법을 지키면서 자기 이해를 추구할 뿐”(7쪽)이다. 세상에는 이런 이들이 절대다수다. ‘어중간한 주체’는 할 말도 궁색하다. 한편에는 모든 것은 구조의 문제이니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무력감과 합리화가, 다른 한편에는 이미 범속한 욕망에 물든 인간으로서 비판적 목소리를 낼 자격을 잃었다는 옅은 자괴감이 따르기 때문이다. 한때 ‘독재’와 ‘자본’에 맞서 싸우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가장 치열하게 목소리를 내던 이들(86세대)은 이제 아는 대로 살고 싶어도 그럴 수 없고, “행여 진짜 그렇게 살게 될까 두렵기도 하다”(5쪽). 자녀 교육과 부동산, 세금 문제 등의 온갖 세속적 국면에서 “정의로운 평등주의자들의 이중성이 폭로될 때”면 “위선적인 도덕가보다는 차라리 솔직한 악당이 낫다고 여기게도 된다”(176쪽). 누구나 아는 것과 사는 것 사이의 긴장과 균열을 의식하더라도, 이를 더 분별 있게 인지하며 아는 대로 살고자 노력하기보다는 죄책감을 동반하는 불편한 마음과 화해하려는 쪽으로 마음이 쉽게 기우는 까닭이다.
이 책은 학력, 자산, 사회적 관계 등의 자원을 둘러싼 저자 자신의 위치성을 가감 없이 성찰하며 ‘노력하여 성취하는 삶’에 복무해왔을 뿐인 ‘어중간한 소시민들’을 정치적 책임의 주체로 호명한다. 다름 아닌 이 ‘작은 개인들’의 행위로 인해 “독일에서는 나치 파시즘”이 탄생했고, “1987년 한국에서는 군부 독재가 뒤집”혔으며, “2024년의 내란도 막”(6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존재하는 많은 부정의는 거악과 구조의 탓이지만, 소시민들 개개인이야말로 그 구조와 상호 작용하는 개별 행위자라는 사실을 비추며 이 책은 책임의 경중을 섬세히 분별하는 ‘작은 사람들’의 윤리 감각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319쪽)는지 보인다.

세상에는 왜 악, 고통, 부정의가 만연할까? 소수의 권력자, 힘센 이들에게서 악이 연원한다는 설명이 있다. 선명한 말이지만 과연 그 소수만 사라지면 좋은 세상이 올까 갸우뚱하게 된다.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설명도 있다. 윤리적으로 들리지만, 모두가 문제라면 어느 누구의 문제도 아니다. 결국 두 측면 모두를 직시해야 한다. 힘센 소수의 잘못을 엄하게 따지되, 보통 사람이 져야 할 책임도 외면해선 안 된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런 책임의 경중을 고민하며 세상을 비판하고 우리를 돌아본 흔적들이다. _<들어가며: 어중간하게 살아온 당신과 나에게> 중에서

“거악은 나쁘지만, 세상의 고통이 모두 그 탓인 것만은 아니다.
어떤 슬픔들은 당신들에게서 나온다. 지지하거나 묵인하는 우리의 응원을 받으며”

‘내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만 진보적’인 소박하고 무해한 삶을 둘러싼 성찰

이 책은 저자가 정규직 교수를 사직하고 ‘동네 사회학자’를 자처하며 삶에 기반한 앎을 지향해온 2019년부터 2025년까지 매체에 발표했거나 개인 소셜미디어에 기록한 글을 선별한 산문집이다. 12.3 계엄과 미얀마 내전, 코로나19 팬데믹,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아리셀 공장과 SPL 제빵 공장에서의 산재 사망사고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부터 저자의 집과 가족, 이웃과 마을, 동료와 친구를 둘러싼 사적인 일화들까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함께 겪은 정치‧사회적 국면들과 다수가 공감할 만한 일상적 장면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만 거악을 지목하고 구조를 비판하기보다는 각각의 사안과 이에 얽힌 사회 구조 속 ‘작은 개인들’의 책임을 분별하고 발견한 흔적이 주로 담겼다. 누구보다 저자 스스로가 가장 먼저 날카로운 성찰의 대상을 자처한다는 점에서 독자들은 보다 이완된 마음으로 저자의 시선에 자신의 삶을 포개보게 된다.
1부 ‘내 안의 타자와 마주하기’에서는 ‘우리’와 ‘타자’의 경계를 사유한다. 성소수자, 여성 노인, 장애인, 난민, 이주노동자, 불안정 노동자, 중국인, 내전을 겪는 미얀마인, 동물 들의 사회적 위상과 그에 따른 자원의 배분, 차별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들과 ‘나’와의 거리, 관계에 대해서 생각한다. 2부 ‘불평등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에서는 자산, 지역, 언어, 학력, 고용 형태 등을 축으로 한 불평등 양상이 일상을 좌표로 어떻게 재생산되는지 돌아본다. ‘법을 지키며 이해를 추구’할 뿐인 행동이 누군가의 슬픔과 닿아 있는 일, 매력에 이끌리는 일이 위력을 지지하게 되는 일, “공정하게 경쟁”(253쪽)할수록 불평등을 심화하는 일, “침묵으로 강자를 편”(130쪽)들게 되는 일에 대해 생각하고, “기울어진 현실”(132쪽)에서 사유해야 할 정의 감각에 대해 논한다. 3부 ‘냉소를 넘어, 꿈꾸는 약자들의 정치’에서는 “정치란 결국 진영 간의 전쟁”(164쪽)이라는 오랜 믿음에서 벗어나 ‘작은 사람들’의 정치적 가능성에 주목하기를 제안한다. 선거용 위성 정당의 난립, 진영을 막론한 음모론과 부정선거론, 두 거대 정당의 “내로남불”(178쪽)과 “최악의 극우를 피해, 그보다는 좀 덜 나쁜 강경 보수가 노동자와 힘없는 약자들에게 베푸는 약간의 호의를 기대하”(198쪽)는 정도에 머무르게 된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의 현실에 대해 돌아보고, 과거 시민운동과 정당 정치가 결행했던 불평등 축소의 시도들, 정치적 기울기의 교정을 요청하는 내란 이후 광장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이후의 가능성을 살핀다.
4부 ‘중산층의 욕망, 그 범속함을 성찰하기’에서는 교육의 기회, 부동산과 투자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무해하고 성실하고 범속한 ‘우리’들의 삶과 욕망을 들여다보며 ‘중산층이 되고자 하는 욕망’과 이를 추동하고 부응하며 “중산층 자산 만들어주기에 올인하는”(232쪽) 역대 정부의 일관된 정책 기조를 비판적으로 돌아본다. 셋방을 전전하다 “글로는 옮기기 힘든 행운들이 겹쳐”(239쪽) 마련한 자가, 수도권 지역 분양과 재개발 소식에 절로 솔깃해지는 귀, 빈민 추방의 역사와 맞닿은 서울의 발전 서사, 공공 임대 주택 정책의 실패와 옥탑방, 반지하, 쪽방, 고시원, 비닐하우스의 거주자들의 삶을 겹쳐 생각하며 ‘남들만큼 누리고픈’ 소박하고 온화한 욕망이 그러한 꿈에서조차 배제된 이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내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만 진보적”(261쪽)인 태도가 방치된 문제를 어떻게 심화하는지 짚는다. 5부 ‘끝나지 않는 질문,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서는 앞서 나눈 고민을 바탕으로 ‘우리’의 경계를 넓히는, 좀 더 나은 삶을 모색하기 위한 크고 작은 실천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런 세상을 만든 데 나의 기여분이 있기 때문이다”

슬픔을 반복하는 구조 속에서 우리 각자는 어떤 위치에 있는가?
변화의 주체로 호명된 ‘어중간한 사람들’의 책임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구조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책임 논리는 약화해왔다는 분석이 있다. ‘소시민’으로서는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여겨지는 사안들에 관해 특정한 입장을 갖기가 난망해진 때다. 이러한 소시민들에게 이 책은 ‘구조적 부정의’라는 개념을 사유하기를 제안한다. ‘구조적 부정의’란 “누가 잘못했는가?” “위법이 있었는가?”의 질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정의를 말한다. 이를테면 기업은 비용 절감과 유연성 추구라는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 합법적으로 비정규‧파견 인력을 양산하고, 그 결과 소비자는 빠르고 저렴한 서비스의 이용이라는 경제적 합리를 누린다. 이 과정에서 누구도 법을 어기지 않았지만, 위험, 저임금, 불안정 노동이 특정 집단(청년, 노인, 여성, 이주노동자 등)에게 집중되었고, 산재, 해고, 노후 불안이 개인의 부담으로 전가되었다. “수백, 수천만 명 개인들의 평범한 욕망”이 “특유의 제도”(7쪽)와 뒤섞이며 누구 한 명을 탓할 수 없는 조용한 불의를 빚었다.

사실 성숙한 산업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고통 중 상당수는 구조적 부정의라는 틀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기후 위기, 성별, 지역, 인종 사이의 차별, 불평등 같은 문제도 그렇다. 기후를 망치겠다거나 특정한 사람들을 차별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는 악인이 흔할까? ‘지방’이 못 살기를 바라는 서울 사람이 있을까? 그저 편리한 것이 좋고, 친숙한 사람들과 일하고 교류하고 싶다는 평범한 욕망이 모여 풀기 어려운 부정의를 만드는 것이다. _<들어가며: 어중간하게 살아온 당신과 나에게> 중에서

고요히 반복되는 부정의 앞에서 이 책은 “어떠한 사회 구조가 이러한 슬픔들을 계속 만들어내는가?”, “그 구조 속에서 우리 각자는 어떤 위치에 있는가?”로 질문을 바꿀 때 보이는 것들에 주목한다. 이러한 질문 아래서는 나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안이 아닐지라도, 특정한 구조가 유지됨으로써 내가 모종의 이익을 얻고 있고, 그 구조를 유지하는 데에 나의 일상이 연결되어 있다면 ‘나’는 정치적 책임의 주체가 된다. “이런 세상을 만든 데 나의 기여분이 있기 때문이다.”(7쪽) 윤석열 전 대통령이 “없는 사람들이 부정 식품이라도 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319쪽)고 말했을 때 일었던 대중적 분노와 1987년 군부 독재를 뒤집고 2024년의 내란을 막아낸 집단행동 등 이 ‘어중간한 사람들’이 사회 전체의 윤리 감각을 조정하고 바꿔온 과정을 상기하며, ‘소시민의 책임’에 관한 이 책의 강조는 죄책감을 가지라는 질책이기보다 변화의 여지를 잃지 말자는 제안으로 읽힌다.

목차

들어가며_어중간하게 살아온 당신과 나에게

1. 내 안의 타자와 마주하기
함께라서 즐거운 인생
십자가는 못 지더라도
동정도 숭배도 없이 존엄하게
갈 수 있는 유토피아
가장 약한 자가 떠받치는 나라
언니에게 업혀서 여기까지
우리 시대의 마지막 가부장들
내 아버지, 니로샨, 사랑의 말
일본으로부터 절대 배우지 말아야 할 것
중국인을 미워하지 않는 방법
죽어가는 것은 사람이다
우리끼리 드는 촛불도 힘이 될까
봄의 혁명에서 봄의 연대로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한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야성의 부름을 넘어

2. 불평등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기생충〉과 〈어느 가족〉, 그 섬뜩한 유사성
어느 계급 투쟁의 기억
기도하겠다, 사람의 일을 하겠다
나의 이중 언어 생활 고백기
새만금에 돌을 던져라, 하지만
800원 대 50억 원의 정의론
수능 시즌의 라떼 생각
차라리 저출생 대책을 없애자
러스트 벨트의 엘레지는 한국에서도 울릴까?
이제는 버리자, 상승의 사다리를
불평등 축소의 묘수는 어디에?

3. 냉소를 넘어, 꿈꾸는 약자들의 정치
죽은 스탈린, 살아 있는 진영론
깃발 든 보수, 불행한 공동체
인민의 자격, 정치의 자세
위선, 악이 선에 바치는 경배
법치가 괴물이 되어갈 때
노태우의 죽음, 이 체제의 죽음
꿈이 없으면 리얼리스트도 아니다
2.5퍼센트의 뇌 구조는 어떤 걸까?
윤석열 일당을 체포하라
87년 체제의 파국, 응원봉이 내는 길
음모론과 민주주의의 기초 체력
압도적 승리는 21세기 체공녀를 구할까?

4. 중산층의 욕망, 그 범속함을 성찰하기
이기적인 2기 신도시 주민?
지상의 달팽이 집 한 칸
저 낮은 민주주의를 기다리며
중산층의 집 짓기, 로망과 욕망
코스피 4000 시대, 투자자의 마음이 잊은 것
기득권이 된 86세대에게 남은 윤리
좌파 아닌 강남 좌파
그 대학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토록 기묘한 ‘서민’ 의식
교육을 통해 생각하는 기회 평등론의 허구성

5. 끝나지 않는 질문, 어떻게 살아야 할까?
대학을 떠나며
마을로 돌아와서
코로나 시대의 지식 날품팔이
나를 가르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
독립 연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고작 설거지 한 번을 하고서
내 마음속의 부활절 기도
우리는 기억하겠다
밥벌이의 준엄함, 삶의 엄연함
우리가 돈이 없지, 가치가 없을까
내 반제품 인생이 품은 질문들
아모르 파티, 작은 것에 깃들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저자소개

조형근 (지은이)    정보 더보기
대학을 사직하고 파주 교하의 동네에서 이웃과 살고 있는 동네 사회학자. 동네 협동조합 책방의 조합원이 유일한 직함이다. 불평등과 민주주의, 동네와 세상 사이의 관계, 제국과 식민지의 역사가 남긴 상처 등 여러 주제를 오가며 글을 쓰고 강연한다. 나는 바뀌지 않은 채 세상만 바꾸자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대로 살지 못한다. 《한겨레》에 ‘조형근의 낮은 목소리’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쓴 책으로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 《키워드로 읽는 불평등 사회》, 《우리 안의 친일》, 《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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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구조적 부정의란 어떤 것일까? 힘센 개인이나 기업의 불법과 악행, 그들과 결탁한 국가권력의 정책 탓에 발생하는 명백한 부정의와는 별도로, 법을 지키면서 자기 이해를 추구할 뿐인 수많은 개인들의 행위와 제도가 상호 작용한 결과로 발생하는 불의가 바로 구조적 부정의다. 부동산 가격 폭등은 좋은 사례다. 투기꾼과 기업의 탐욕과 불법, 건설 자본을 보호하는 정권의 이해관계만으로는 미친 부동산 시장을 설명할 수 없다. 이 광풍은 좀 더 넓은 집, 학군 좋은 곳에서 살고 싶고 자산 부자도 되고 싶은 수백, 수천만 명 개인들의 평범한 욕망이 선분양이나 전세 같은 한국 특유의 제도와 뒤섞이며 빚어내는 비극이기도 한 것이다.


성숙한 산업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고통 중 상당수는 구조적 부정의라는 틀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기후 위기, 성별, 지역, 인종 사이의 차별, 불평등 같은 문제도 그렇다. 기후를 망치겠다거나 사람을 차별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악인이 흔할까? 지방이 못 살기를 바라는 서울 사람이 있을까? 그저 편리한 것이 좋고, 친숙한 사람들과 일하고 교류하고 싶다는 평범한 욕망이 모여 풀기 어려운 부정의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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