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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8171511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23-07-19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설거지를 시작하며
Part 1. 너는 어떻게 우리 집에 왔니?
-그녀의 마음 : 네스프레스 시티즈 룽고 잔
-미니멀라이프 최대 장애물 : 사은품 컵과 굿즈 개미지옥
-그들만의 리그 : 컷코
-외로웠다 : 스타우브 베이비웍
-내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 밀폐형 반찬통
-찬란했던 빈곤의 시간 1 : 바닥 3중 스테인리스 냄비
-찬란했던 빈곤의 시간 2 : 해리포터 버터 비어잔
-내 인생 첫 사치품 : 빌레로이앤보흐 디자인 나이프
-편의점 한정판에는 진심인 편 : 빨강머리 앤 접시
-가족의 탄생과 접시 : 로얄코펜하겐 이어 플레이트
-귀하신 몸 : 노리다케 로얄 오차드
-만남의 광장 : 8인용 식탁
Part 2. 설거지는 싫어합니다만
-실크 블라우스보다 커피잔
-오늘도 벽보고 벌서기
-식기 세척기의 배신
-식탁에서 누리는 아침과 밤
-설거지 백배 즐기기
-젊어 게으른 년, 늙어 보약보다 낫다
-주방에서 이탈리아를 꿈꾸는 방법
-설거지와 거리 두기
-크리스마스 고오급 문화
-주방 장비발도 가족의 몫
-뜨거운 안녕을 위한 준비
-쓰레기 임시 보관소
Part 3. 주방에서 너와 나, 우리
-돌아서면 또 컵 하나
-출렁임은 컵 안에서만
-알겠어! 잠시만
-설거지하는 남편의 등
-한정판 DNA
-손에 물 묻히기 싫었던 아이
-티스푼 달궈봤니?
-어서 와! 제빵은 처음이지?
-나도 제일 좋은 걸로
-금쪽이에게 건네는 사과의 커피
-식탁 밑 내 밥친구
-고양이의 사생활
-타인의 주방
-우리 집 심야 식당
에필로그 : 설거지를 마치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날 저녁, 베이비웍 뚜껑이 깨지면서 깨달았다. 내가 이고 지고 살고 있는 이 그릇들은 내 외로움이었다는 것을. 나는 외로움을 잘 느끼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외로움을 나만의 방식으로 달래주고 있었다는 것을. 나도 나름대로 새로운 곳에 적응하려고 애쓰고 있었구나.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곳에서 웃으며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었구나.
철마다 해외여행을 가는 것도 아니고 신상 명품 가방이나 귀금속에 대한 갈망도 없다. 그것들에 비하면 내 성공한 삶의 기준은 매우 낮다. 그저 놀이동산에 가서 큰 망설임 없이 밥을 먹고 자잘한 기념품을 사는 데 별 거리낌 없는 나는 성공한 사람이다. 더 이상의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이미 충분하다.
얼룩진 바닥 3중 스테인리스 냄비, 별 볼 일 없는 플라스틱 해리포터 버터 비어잔을 마주할 때면 머릿속 기억 저장 서랍 중 한 곳이 스르륵 열린다. 그곳은 도쿄의 ‘지유가오카’이고 ‘키치죠오지’이고 ‘시나가와’이다. 거기에 찬란한 미래를 꿈꾸던 젊은 우리 부부가 서 있다.
다른 사람들은 음악을 들으면, 냄새를 맡으면, 소리를 들으면 관련된 어떤 일이 영화처럼 떠오른다고 하지만 나는 그릇을 볼 때 그렇다. 나에게 그릇은 머리를 한 대 맞으면 특정 시간으로 순간 이동되는 뿅망치다. 짝이 맞지 않지만, 여전히 나는 그 그릇들을 제일선에 두고 하루에 한 번 이상 쓰고 있다. 억척스럽게 지켜낸 노리다케 접시에는 나만 가지고 있는 서사가 있다. 내가 발붙이고 살 터전으로 돌아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그때 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