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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8444301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23-11-01
책 소개
목차
추천사
1부 시그니처 / 01장~24장
2부 테디베어 / 25장~45장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창밖은 어두웠고 어둠 속 어딘가에서 길고양이의 앙칼진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거실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던 그는 마지막 남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미 열한 개비를 연달아 피운 탓에 혓바닥이 저렸고 목구멍은 쓰렸다. 그럼에도 그는 연신 담배연기를 들이마시고 내뿜었다.
'내가 정말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담배를 피우는 내내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44년을 살아오는 동안 허파로 숨을 쉬는 생명은 쥐새끼 한 마리도 죽여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자신이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만큼의 잔인함과 배짱을 가졌는지 스스로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지난 여러 달 동안 살인을 계획하고 준비하면서 이 심각한 문제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당연히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당연히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 때가 두세 시간 앞으로 다가오자, 그는 집에서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었다.
그는 첫 번째 살인 타깃으로 비교적 쉬운 자를 택했다. 작은 키에 왜소한 체구를 가진 66세의 독거노인이었다. 힘없고 가난한 늙은이를 죽이는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 따위는 느끼지 못했다. 그에게는 우선 성공적인 살인 경험이 필요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나머지 단추도 제대로 끼울 수 있는 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첫 번째 사냥감으로 약한 자를 고른 건 당연한 결정이었다.
그는 전기충격기를 바지 뒷주머니에 집어넣고 양손으로 타깃의 머리끄덩이를 움켜잡았다. 타깃을 질질 끌어서 차 뒤로 옮겼다. 로프를 양손에 감아쥐며 엎드려 있는 타깃의 허리 위에 올라탔다. 타깃의 숨통을 조이며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