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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8547514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23-12-29
책 소개
목차
수족관 1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인간에게 언제나 슬픔이 비처럼 내리고, 그걸 따듯한 기억을 펼쳐 막아야 하는 거라면, 나는 평생 동안 쏟아지던 비를 내 힘으로 막아 본 적이 없어. 내 기억과 마음은 너무 어릴 때부터 고장이 났거든. 우산의 걸림쇠라 해야 해나. 꼭 아빠가 죽고 나서부터였을 거야. 그게 툭, 빠져 버렸는지 온 힘을 다해 마음을 펼쳐도 자꾸만 힘없이 접혀 버리기만 했어. 어딘가에 스며드는 비는 언제나 차갑고, 눅눅했고. 어쩔 때는 따갑거나… 뜨거웠지. 정말 질릴 만큼.’
‘아, 이 세상엔 고장 나고, 버려진 우산이 왜 이렇게 많은 걸까? 고작 한 번 쓰고 버려지거나, 깜빡하고 놓고 간 우산들. 다른 우산이랑 헷갈렸는지 멋대로 훔쳐 가는 바람에 잊힌 우산들. 그것도 아니면 비바람에 구멍 나고, 꺾이고 하는 최악의 경우까지. 나는 그것들에게 온갖 연민을 가지다가도, 또 동시에 혐오스러운 마음을 품기도 했어. 나도 그들 중 하나였지만… 애써 태연한 척하며 사는 걸 보고 있자면, 꼭 못된 마음이 불쑥 튀어나왔거든. ‘너희도 사실은 슬프잖아. 마음을 제대로 펼칠 수 없잖아. 지금도 축축한 비가 뚫린 구멍 사이로 새어 나오고 있잖아. 그런데도 어째서 그런 표정을 하고 있는 건데?’ 하면서 말이야.’
‘사람은 아주 차가운 것이든, 아주 뜨거운 것이든 피부에 닿을 때엔 얼마간 같은 감각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니 나는 아마 아주 슬프거나, 기쁜 것에 다가가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동상을 입을지, 화상을 입을지는 나중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