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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역학 > 작명
· ISBN : 9791198768735
· 쪽수 : 214쪽
· 출판일 : 2025-02-05
책 소개
목차
머리말 5
저자 소개 9
목차 11
제1부 훈민정음 13
1. 훈민정음, 이렇게 태어났다 15
2. 역(易)과 한글 18
3. 왜 『훈민정음해례』는 갑자기 사라졌는가? 21
4. 한글이 우수하다고 말하는 진짜 간단 이유 25
5. 국어사전의 단어는 오행상생 순서로 기재 27
제2부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와 역학 사상 29
1. 훈민정음의 역학적 배경 31
2. 자음의 제자 원리와 역학적 의미 42
3. 모음의 제자 원리와 역학적 의미 51
4. 합자의 역학적 의미 60
5. 순음(ㅁㅂㅍ)과 후음(ㅇㅎ)의 오행 분별 63
제3부 『훈민정음』 원문과 해석 77
제4부 『훈민정음』 영인본 141
참고문헌 208
저자소개
책속에서
1. 훈민정음의 역학적 배경
언어는 인간의 가장 오랜 형이상학이며 우주론이다. 언어는 그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규정하며 사유 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그 내면의 인식과 사유는 언어를 통해 표현된다. 그러므로 한글이 만들어짐은 우리 민족이 비로소 인식과 사유의 공동체 기반을 이루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인간이 한 사회에서 철학적 사유를 전개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방법적 수단은 바로 언어이기 때문이다. 훈민정음 창제자들은 언어에 담긴 형이상학과 우주론을 지고(至高)의 경지로 함축하고 체계화하였다.
1940년에 해례(解例)가 붙어 있는, 훈민정음을 반포하던 그때(1446년, 세종 28년)의 원본인 『훈민정음해례』가 발견되기 이전에는 훈민정음의 제자(制字) 기원과 관련하여 그 설이 매우 분분하였다. 그러다가 『훈민정음해례』(국보 제70호)가 발견되면서 자음인 초성(初聲)은 소리를 만들어 내는 발음기관의 모양과 작용을 본뜨고, 모음인 중성(中聲)은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를 본떴다는 상형설(象形說)이 정설로 자리 잡게 되었다.
『훈민정음해례』 제자해(制字解)에서 천명하고 있듯이 훈민정음은 그 제자 배경에 우주만물의 이치인 음양과 오행 그리고 삼재 등 동양의 역학(易學) 사상을 함축하고 있다. 훈민정음 창제자들은 세상의 만물에 내재되어 있는 원리는 음양과 오행, 삼재로 동일하므로 사람의 성음(聲音)도 역학의 원리에 입각해서 파악하고자 했고, 문자의 이치와 소리의 이치도 동일한 것으로 인식하였다. 그 결과 훈민정음은 문자와 소리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천지자연의 소리 이치를 담은 유일한 문자로 평가받고 있다.
한글은 발음기관의 모양이나 소리의 특성과 같은 음운적 자질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만든 자질(資質, feature)문자이다. 자질문자는 같은 종류의 소리를 내는 기호들은 하나의 기호를 공유한다. 예를 들면 한글의 자음 체계는 발성기관의 모양과 작용을 본떠서 만든 다섯 가지 기본 글자(ㄱ, ㄴ, ㅁ, ㅅ, ㅇ)에 소리가 거세지는 음성적 특징이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획을 더한 것이다. 모음도 기본자(•, ㅡ, ㅣ)를 중심으로 음성적 특징이 추가될 때마다 획을 하나씩 더한 것이다.
이것은 인류 문자사를 한 단계 진보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영국의 언어학자 제프리 샘슨(Geoffrey Sampson)은 1985년 자신의 저서 『문자 체계(Writing System)』에서 한글을 ‘가장 독창적이고도 훌륭한 음성문자’라고 극찬하였다.
이처럼 한글은 가장 진보된 문자이면서도 그 제자 배경에는 역학의 원리와 사상이 함축되어 있는, 철학적 사유 요소까지도 내포하고 있는 유일한 문자이다. 그리고 한글은 그 창제 시기, 창제자, 창제 과정, 창제 원리가 밝혀진 유일한 문자이기도 하다.
『훈민정음해례』 제자해 첫머리에서 “천지 만물의 이치[道]는 오로지 음양과 오행일 뿐이다. 곤(坤)과 복(復)의 사이에서 태극(太極)이 생겨나서, (태극이) 움직이고 멈춘 후에 음양이 생겨난다. 세상에 살고 있는 생명체가 어찌 음양을 버릴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사람의 소리도 모두 음양의 이치[理]를 갖고 있는 것이다. 생각하건대 미처 사람이 살피지 못할 따름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훈민정음해례』 말미의 ‘정인지 후서(後序)’ 첫머리에서도 “천지자연의 소리[聲]가 있으면 반드시 천지자연의 글이 있다. 그래서 옛사람이 그 소리를 바탕으로 글자를 만들어 만물의 뜻[情]을 통하게 하고 삼재의 도리[理]를 (글자에) 실었으니 후세에도 바뀌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해서 사람 성음(聲音)을 태극과 음양, 오행, 삼재 등의 역리(易理)로 설명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역학 원리를 바탕으로 훈민정음을 창제했음도 제자해 여러 곳에서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런즉 초성 가운데 스스로 음양과 오행 그리고 방위의 수가 있는 것이다. (…) (중성을 만듦에 있어) 하늘․땅․사람을 본뜸으로써 삼재의 이치[道]를 갖추었다. (…) 초성․중성․종성이 합쳐져 이루어진 글자로 말할 것 같으면, 동(動)과 정(靜)이 서로 뿌리가 되고 음과 양이 서로 변하는 뜻이 있으니, 동이란 하늘[초성]이요, 정이란 땅[종성]이며, 동과 정을 겸하는 것은 사람[중성]이다.” ― 『훈민정음해례』 제자해
이는 우주만물의 모든 이치가 역(易)을 바탕으로 해서 발달한 태극․음양․오행 등에 있다고 생각한 송대 신유학자들의 사유 방식을 계승한 것이다. 『태극도설(太極圖說)』의 주돈이(周敦頤)와 더불어 동양 우주론의 근원 사상을 이룬 소옹(邵雍)이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에서 성음의 이치를 안 이후에야 만물의 이치를 알 수 있다고 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