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명사에세이 > 방송연예인에세이
· ISBN : 9791198809988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5-06-27
책 소개
그는 현실의 고통을 아름답게 풀어내는 조언을 주는 어른이자,
눈부신 순간의 덧없음을 슬퍼하는 작가다.”
─김이나 (작사가, 작가)
40여 년 동안 1,500여 곡을 작곡한
한국 대중음악계의 대표 작곡가 김형석의 첫 에세이
★김이나, 박진영, 정재형, 양재선 강력 추천★
★이 책을 위해 만든 연주곡 최초 공개★
1990~2000년대를 대표하는 대중음악 작곡가로 김광석, 박진영, 이문세, 신승훈, 성시경, 김건모 등 유명 가수의 히트곡을 다수 작곡했으며, 발라드곡뿐만 아니라 댄스곡, 영화 OST 등 여러 장르의 음악을 프로듀싱하고, 후배 음악인을 양성하며 40여 년 동안 대중음악계에 경이적인 흔적을 남겨온 김형석. 김형석의 방대한 음악 인생을 가능케 한 인생철학과 영감의 원천, 현재진행형의 고민을 그의 피아노 연주곡과 함께 엮은 첫 에세이집 《삶의 속도는 안단테》가 스튜디오오드리에서 출간되었다.
건반을 두드리는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1,500여 곡은 김형석 작곡가의 음악 인생이 어떠했는지를 그대로 증명하는 숫자다. 인생의 숱한 파고를 넘어가며 김형석이 쌓아온 경험과 시간이 1,500여 개의 멜로디로 탄생한 셈이다. 그리고 이번에 출간한 첫 책 《삶의 속도는 안단테》는 그가 만든 1,500개의 멜로디를 간추려 활자화한 작품이다. 김형석 음악의 시작에 관해 쓴 ‘Intro 나를 만든 음악, 내가 만든 음악’부터 쓰라린 실패의 경험, 깊은 슬럼프를 이겨낸 시간을 돌아본 ‘Verse 인생의 맛’, 모든 음악은 사람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며 써 내려간 ‘Bridge 결국엔, 사람’, 늘 지금이 절정이라 믿고 현재에 충실한 모습을 정리한 ‘Hook 한낮의 열기처럼 아직은 뜨겁다’,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되는 ‘Outro 계속 좋아하고 싶어서’까지 총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곡을 이루는 구조를 본떠 김형석의 인생 전반을 짚어보는 방식으로 작곡가 김형석의 느리더라도 꾸준한 발걸음, 음악을 향한 변함없는 애정을 조명한다. 그럼으로써 각자의 속도로 저마다의 시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조급해하지 않고 자기만의 속도로, 요란스럽지 않고 묵묵하게 삶을 꾸려가도 괜찮다는 위로와 응원을 건넨다.
장 끝마다 들어간 김형석이 쓴 노랫말 다시보기와 그가 만든 피아노 연주곡은, 그의 음악을 들으며 사랑의 순간을 만끽하고 이별의 아픔을 잊어본 적 있는 모든 이들에게 지난 추억을 곱씹게 하는 타임머신이 되어줄 것이다.
나는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많고, 수많은 일들이 현재 진행 중이다. 완벽하게 해내지는 못한다. 불완전하기에 결과를 만들기까지 계속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보려 한다. _〈프롤로그〉 중에서
인생이란 한 편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연주곡.
헤매도 괜찮다, 느려도 괜찮다, 멈추지만 않는다면.
첫 음만 들어도 멜로디가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재생되는 노래들이 있다. 떠올리려 애쓰지 않아도 이내 입 밖으로 가사를 흥얼거리게 된다. 김광석의 〈사랑이라는 이유로〉, 박진영의 〈너의 뒤에서〉, 김건모 〈아름다운 이별〉, 신승훈 〈I Believe〉 등 어느 한 시기에 TV와 라디오는 물론, 카페와 노래방 등 구석구석에서 울려 퍼지며 많은 이들이 눈물을 훔치게 한 이 노래의 상당수가 김형석이 만들어 히트시킨 곡들이다. 듣는 이들 모두를 매료시키는 대중적인 감성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이 바로 발표한 지 20년이 넘는 이 노래들을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명곡으로 꼽는 이유다. 김형석 작곡가는 대중가요가 지녀야 할 특별함과 대중성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잡아나갈 줄 안다. 이러한 자질은 그가 오랜 시간 묵묵히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면서 갈고닦아온 것이다.
김형석은 멈춰 있는 사람이 아니다. 느리더라도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사람이고, 세상의 변화, 업계의 변화를 흔쾌히 받아들이며 그 변화를 자신의 작업에 녹여내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이다. 작곡 외에도 경력이 쌓였을 땐 신인 가수를 발굴하기 위해 실용음악학원과 기획사를 설립해 운영했으며, 음악 업계에서도 메타버스와 MFT가 화제에 올랐을 시기에는 기획사 ‘노느니특공대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 버츄얼 밴드 ‘사공이호’를 제작해 데뷔시키고 여러 업체와 협업하기도 했다. 이렇듯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던 시절부터 A.I.가 순식간에 노래 한 곡을 작곡하는 지금까지 그는 자신만의 색깔을 잃지 않은 채 다양한 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음악을 만들고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을 즐기는 것만은 그에게 있어 영원히 변하지 않을 부분이기에 다른 사람도 자신처럼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많은 것들을 변화시킬 의향을 욕심처럼 꿈꾼다. 복잡한 세상에서 음악이 치유자로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명상 음악이 그의 최종 목적지다.
《삶의 속도는 안단테》에서는 김형석 작곡가가 달라지는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며 업을 계속해가는 이야기가 담겼다. 김형석이 지나온 음악의 변천사는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이기도 하므로 그의 삶을 돌아보는 것은 단순한 개인의 인생을 살펴보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나는 인류학자도 아니고 A.I. 전문가도 아니고 바둑도 모른다. 다만 내가 ‘지금 이 순간’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에 대해 음악 안에서 고민할 뿐이다. 음악을 만드는 과정도 사람들이 듣는 방식도 커뮤니티의 형태도 음악 시장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판이 달라졌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음악을 만들고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을 즐긴다. 중간 과정이야 앞으로도 변하겠지만 음악에 대한 견고한 애정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_〈프롤로그〉 중에서
완벽함과 불완전함, 순수함과 예민함,
실패와 성공 사이에서 탄생한 그의 노래들
김형석은 불완전하고 예민한 감정들에서 멜로디의 첫 마디를 끌어낸다. 밝고 눈부신 감정보다 어둡고 연약한 감정이 우리를 더 자주, 많이 지배한다고 믿는 그는 신나고 경쾌한 음악이 주는 힘보다 슬픈 음악이 듣는 이를 더 확실하게 위로한다고 믿는다. 그래서인지 그의 노래는 유독 슬프고 아련한 곡들이 많다. 과거에는 우울과 슬픔, 연민과 예민함으로 무장한 채 예술가의 고뇌에 빠져 괴로워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 그는 그런 감정들을 다스릴 줄 알게 되었다. 또 실패라고 해도 긴 인생에서 반드시 실패라 규정지을 수 없다는 사실도 나이를 먹어가며 깨닫게 되었다. 김광석 1집에 실렸던 그가 야심 차게 만든 첫 대중가요는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다시 기회를 얻어 가볍게 쓴 김광석 2집의 〈사랑이라는 이유로〉는 세기의 명발라드곡이 되었다. 젊은 시절의 모든 실패와 좌절이 자신이 대중음악 작곡가가 되기 위해 일어난 일들 같다는 김형석은 삶의 힘든 여정을 걷고 있는 독자들에게 쉽게 좌절하지 말라고 전한다. 슬픔으로 만든 곡으로 우리의 슬픔을 위로했듯 김형석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실패담으로 우리의 실패를 위로한다. 예민하고 불완전한 모든 이들이여, 다른 문이 열릴 때가 있으니 그때를 기다리라고.
완벽한 작곡, 완벽한 음악은 허상에 가깝다. 내 존재가 허술하듯, 내 음악은 불완전하고 여전히 나는 작곡이 어렵다. 숱하게 변하는 시간 속에서 오직 이 사실만이 변하지 않는 듯하다. 모순투성이지만 그럼에도 이 불완전성이 나를 여전히 음악 속에서 살게 하고, 음악을 만들게 하며, 음악으로 숨 쉬게 한다. 나의 불완전과 불안 사이 어디쯤을 메우기 위해 나는 오늘도 피아노의 숲에서 마냥 서성이고 있는가 보다. _〈나는 여전히 작곡이 어렵다〉 중에서
내 안의 문을 열어본 사람만이
타인의 마음도 열 수 있다
음악을 하는 것은 타인과의 대화라고 말하는 김형석에게 ‘사람’과 ‘관계’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는 노래를 만들 때도 혼자 완성해 가수에게 부르라고 전달하는 방식으로 일하지 않는다. 음악 작업은 하모니라 생각하므로 가수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해 멜로디를 그에 맞게 수정한다. 그는 나이나 경험에 의해 ‘멘토’가 정해지는 일도 거부한다. 배울 점이 있다면 나이를 불문하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에게 가장 좋은 멘토는 ‘젊은 멘토’들이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인문과 언어학을 공부하는 젊은 친구도 그중 하나다. 그 친구에게는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배운다. 자신의 재능을 과신하지 않고 노력까지 하는 가수들에게 김형석은 애정을 쉬 거두지 않는다. 그래서 박진영, 김조한 등 천재적인 능력과 겸손함을 겸비한 후배 가수들과는 오랫동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한편 아버지로서 산다는 것은 김형석에게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무게감을 심어주었다. 십 대 딸은 세상의 풍경을 바꿔놓은 동시에 이번 생이 가장 소중하다는 가르침을 준 존재이기도 하다.
살면서 맺어온 모든 관계들이 그에게 음악으로 남았다. 한때는 같은 헤어짐을 두고 여러 곡의 이별 노래를 써 내면서 상처를 치유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는 이번 에세이에 다른 자리에서는 언급하지 않았던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들과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전한다. 그가 꾸준히 음악을 만들어갈 수 있는 원천은 바로 사람이기에 그의 앞으로의 음악 역시 지금 김형석의 관계에서 비롯될 것이다. 좀 더 따뜻한 노래가 우리에게 닿기를 기대해본다.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의외로, 엉뚱한 곳에서 더 빛나는 결과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큰 실패를 몇 번 겪어보니 모든 사소한 순간이 소중해진다. 숨겨두었던 보물을 발견하는 것처럼, 생각지 못한 곳에서 좋은 인재가 ‘팟!’ 하고 튀어나오기도 한다. 실패는 여전히 겁나는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함께 뛰는 이들이 많다면 질풍노도도 얼마든지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또 뛰자, 건강하게. _〈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중에서
책속에서
누구보다 마음을 다해 음악을 사랑하면서도, 그 마음만으로 음악을 대할 수 없는 것이 작곡가의 숙명이다. 음악의 설계자라면, 영감은 마음에서 얻더라도 설계는 머리로 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음악이 나아갈 길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의상, 춤, 가사, 여러 마케팅까지, 음악은 더욱 많은 곳에서 응용될 것이다. 분석, 또 분석해서 대중이 음악을 사랑하는 바로 그 지점, ‘마스터키’를 찾아내야 내가 음악인으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은 무척 모순적이다. 마음도 바쁘지만, 머리도 바쁘다. 음악이 나아가야 할 길, 내가 만드는 음악이 대중으로부터 멀어지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도 열심히 마음과 머리를 굴린다. _〈영감은 마음에서, 설계는 머리에서〉 중에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는 그만이 가능한 위로가 있었다. 유재하의 위로는 달콤하지 않았다. 오히려 밤하늘의 달처럼 외롭고 높고 쓸쓸했다. 그래서 더 먼 곳을 보게 했다. 누군가는 그를 ‘음반 한 장으로 전설이 된 사람’이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그의 죽음으로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100년 퇴보했다’고도 한다. 모두 그가 이룬 음악적 성취에 걸맞은 상찬이리라. 그러나 내게 재하 형은 좀 더 오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사람이다. 그가 지금도 살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달에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것처럼, 그가 살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헛되다는 걸 알면서도, 삶의 말간 이야기가 그리울 때, 도돌이표처럼 마음의 처음 자리로 돌아간다. _〈유재하, 영원히 궁금할 그의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