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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한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91198839350
· 쪽수 : 380쪽
· 출판일 : 2024-08-27
책 소개
목차
0. 화마
1. 발령
2. 초대
3. 홍수
4. 천벌
5. 욕심
6. 여파
7. 잔불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이 타오르는 불처럼 전신을 태워버리는데 비해 부모를 잃은 자식의 마음은 그리 극적이지 않다. 그저 수면에 돌멩이를 던진 것처럼 퍼져나갈 뿐이다. 수면에 파문이 일 때마다 나는 우리 가족을 덮친 화염에 대해 떠올렸다.
한 부부가 집 앞을 지나갔다. 일요일 아침부터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던 찰나 그 부부 뒤를 따르는 몇십 명의 마을 사람들 때문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은 전부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투명한 비닐봉지에는 새빨간 액체가 고여 있는 게 보였다. 설마 그럴까 생각하면서도 내심 피라고 반쯤 확신했다. 그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들기를 반복하며, 비닐봉지를 팔에 건 채 두 손을 모아 무언가 중얼거렸다. 기도를 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하나같이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고 누구는 비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 하늘을 우러러보면서도 그게 실제로 보일까 두려운 듯 재빨리 고개를 숙이곤 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그들의 뒤를 따라가 보았다. 그들은 중간에 빠지는 사람 없이 모두 교회로 향했다.
필사적으로 교회를 변호하는 미정을 보니 왠지 모르게 놀려주고 싶었다.
“제물을 바친다면서요.”
“그래야 좋아하시니까요.”
“좋아하시다니. 누가요?”
나는 이장을 떠올렸으나 그녀는 단호하게 위를 가리켰다.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올려다봤지만 천장밖에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신께서죠.”
“신이라뇨?”
미정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천장을 가리키던 손가락을 내려 이번에는 나를 가리켰다.
“믿으셔야 할 거예요. 여기서 계속 살고 싶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