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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8853929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4-12-10
책 소개
목차
제1화 한여름 한낮을 걷다
제2화 산에 올라 산을 그리다
제3화 세상 너머에서 오는 소리
제4화 가을이 흘러가는 길
리뷰
책속에서
“변함없네요, 사카자키 씨.”
앙상한 가슴에서 청진기를 떼며 데쓰로가 말했다.
사카자키 씨는 얇은 이불 위에 누운 채 야윈 볼을 움직였다.
“변함없어도 이제 그리 길지 않겠죠? 남은 수명이 한 달, 아님 두 달 정도 되려나요?”
데쓰로는 어려운 질문을 받은 양 드문드문 흰머리가 섞인 머리를 긁적였다.
“늘 드리는 말씀이지만 의사가 얘기하는 남은 수명처럼 불확실한 게 없어요. 여러 환자분을 봐 왔지만 남은 수명을 예측해서 맞은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데쓰로가 청진기를 왕진 가방에 집어넣으며 말을 이었다.
“2개월 정도는 버티리라 생각했던 분이 일주일 안에 갑자기 나빠지기도 하고, 반년 내로 예상한 분이 1년 이상 사시기도 해요.”
사카자키 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알 수 없는 일이군요.”
“알 수 없는 일이지요.”
데쓰로는 펜을 들고 진료 기록부에 소견을 적었다.
사카자키 유키오, 74세, 남성, 진단명 위암, 4기.
“대학 의국에 있을 때 그가 사용하던 책상 위에는 변변한 의학서적은 없었지만, 쓸데없이 어려운 철학책들은 수북이 쌓여 있었으니까.”
“철학책이요?”
“뭐였더라. 칸트, 플라톤, 흄, 스피노자…. 적어도 의사 책상으로는 보이지 않았지.”
“예사롭지 않은 독서 편력이군요. 광범위한 공부이고요.”
“그러고 보니 가쓰라기 편집장은 문학부 철학과 출신이라고 했던가?”
“네. 학창 시절에 제 나름대로 다양한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죠. 그러니까 데쓰로 선생이 플라톤이나 칸트와 같은 정통파 책을 읽었다면 이해하겠는데, 스피노자라니…. 참으로 흥미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