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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사진 > 사진집
· ISBN : 9791198862631
· 쪽수 : 80쪽
· 출판일 : 2025-07-14
책 소개
이후 시간이 흘러 가을. 디자이너 두 사람이 사진가의 작업실에 방문했습니다. 셋은 두서 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다 문득 디자이너 한 사람이 “요즘 재밌는 게 없다”는 이야기를 했고, 사진가는 하와이에서 찍은 사진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반자이 파이프라인의 사진을 모니터에 한 장, 한 장 띄워 보여줬습니다. 어디선가 파도 소리가 들리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디자이너가 말했습니다. “이 사진들, 책으로 만들면 어떨까요?”
〈밀크쉐이크〉 개정판에는 사진과 함께 조재무(사진가)의 작가 노트와 박지수(보스토크 편집장)의 리뷰, 김종소리(물질과비물질 디자이너)의 짧은 소설을 담았습니다.
목차
큰 파도가 오는 곳이라고 했다 | 조재무
당신은 오른쪽 페이지에만 눈을 고정시켜도 좋다 | 박지수(보스토크 매거진 편집장)
밀크쉐이크와 맥주 | 김종소리(물질과 비물질)
저자소개
책속에서
화면 속 그곳엔 높은 파도가 밀려왔다. 말려든 파도 안엔 서퍼가 느린 장면으로 파도의 벽을 만지며 미끄러진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물방울 조각이 흩어져 날아다닌다. 둥그렇게 말린 파도는 부서지며 푸른 바닷속에 기포비를 내린다. 기포들이 뽀글뽀글 물속에서 헤엄치다 터져댄다. 나도 언젠가 저런 장면을 직접 볼 수 있을까? 큰 파도가 오는 바닷속에 카메라를 안고 둥둥 떠 있는 날이 올까?
- 조재무, <큰 파도가 오는 곳이라고 했다>
‘밀크쉐이크’라는 제목의 사진책을 펼친다면, 당신은 오른쪽 페이지에만 눈을 고정시켜도 좋다. 왼쪽 페이지는 비워져 있고, 사진은 모두 오른쪽 페이지에만 있기 때문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움직일 필요가 없다. 오른쪽 페이지에만 눈을 고정시키고 사진을 바라보면, 또 처음에는 천천히 나중에는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를 달리해서 보면, 마치 플립북이나 스톱 모션처럼 바다가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움직이는 파도는 해변으로 올라와 모래사장에 남겨진 사람들의 발자국을 덮는다. 다시 움직이는 파도는 서핑보드에 의지해 수면 위에 떠있는 사람들을 밀어내고 들어올린다. 또다시 움직이는 파도는 서로 부딪쳐 하얀 거품이 된다. 황금빛 모래사장도, 에메랄드빛 바다도, 작은 점처럼 떠다니는 형형색색의 서퍼들도 모두 뒤섞여 하얗게 부서진다. 마치 밀크쉐이크처럼. 이렇게 오른쪽 페이지에만 눈을 고정시킨 채 파도의 움직임에 집중한다면, 가장 생동감 있게 사진책을 볼 수 있다. 그 몰입감의 절정은 모든 움직임을, 그 장면들을 직접 눈앞에서 보고 있다는 환상에 스스로 빠져드는 것이다. 비록 ‘지금 여기’에서 책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사진은 ‘그때 거기’에서 직접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그렇게 저 멀리 떨어진 하와이 반자이 파이프라인의 풍경을 눈앞으로 불러온다.
- 박지수(보스토크 매거진 편집장), <당신은 오른쪽 페이지에만 눈을 고정시켜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