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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8917317
· 쪽수 : 188쪽
· 출판일 : 2024-10-25
책 소개
목차
시를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하는 여정 004/ 두더지 021/ 몰입 025/ 고양이를 먹은 날 029/ 승리자 033/ 붉은 눈의 숲 039/ 발 없는 고양이 043/ 손이 새가 되는 기억 047/ 여름 대신 바나나 053/ 그날 이후 털이 온몸에 자라나기 시작했다 057/ 사하므아 063/ 우리는 테두리로만 069/ 새 그림자 075/ 브나브 079/ 청년a 085/ 나비를 날리는 동네 089/ 유령 095/ 초록 똥파리 101/ 은박지가 우수수 쏟아지는 밤에 105/ 꽃이 숨을 쉴수록 111/ 나는 파도처럼 115/ 안식 119/ 손을 녹여 그림자를 만드는 지역에서 123/ 나의 방은 증발하지 않는 물방울의 미로 127/ 푸른 낙엽이 지저귀는 소리 131/ 당신의 바닷속에는 심벌즈 떼가 느리고 길게 반짝였다 135/ 유리병 속으로 들어간 사자 139/ 사막을 걷는 고양이 143/ 검은 연기 149/ 초록을 잃은 코끼리 153/ 풍선의 무게 157/ 물방울의 탄생 161/ 물이 가득 차오르면 서서히 해안선이 보이고 165/ 초록은 전생을 번역한 속력 같아서 169/ 오래된 의자는 점차 번식력을 지닌다 173/ 끝없이 달려가는 소리 한 마리 177/ 덩어리로 남아 섬세하게 모호한 표정을 짓고서 181
저자소개
책속에서
의자를 배회하는 동안
초록 코끼리는 초록을 잃었습니다
초록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의자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까마득한 밤, 코끼리는 까마득해졌습니다
가족들은 하나둘 움직이며 안도의 숨을 들이쉬었습니다
코끼리가 궁리한 의자도 사라졌지만
우리는 모두 초록이 되어 있었습니다
━ 「초록을 잃은 코끼리」 중에서
겨우 버티고 있다가 정신을 차렸을 땐
나는 이미 타들어 가는 나무가 되어
온몸으로 검은 연기를 쏟아 내고 있었다
나를 연료처럼 태우는 수레가 덜덜거리며 굴러갔다
어쩌면 덜덜거리는 수레를 연료로 쓰는 내가 기어갔는지 모르지
━ 「검은 연기」 중
우리는 종일 누워 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바나나가 무료해질 때까지
벌레들의 번식력이 바나나 껍질과 함께 범람했다
단내 나는 이 계절이 유난히 오래가는 이상기후에 대해
일기예보는 여전히 친절했다
지구가 멸망하지 않을 만큼만 바나나는 노랗게 익어 갔으니까
━ 「여름 대신 바나나」 중에서